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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야쿠르트 아줌마’근로자 아냐…퇴직금 없어”첫 판결

2016-08-24 17:32:17

[로이슈 신종철 기자] 전동카트를 끌고 다니며 유제품 등을 판매하는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다만 “이 판결이 모든 유제품 위탁판매원이나 유사직역 종사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다. A씨는 (주)한국야쿠르트와 야쿠르트와 같은 유제품 및 유산균 발효유 등의 제품을 공급받아 고객에게 배달 및 판매하고 대금을 수령해 회사에 전달하는 등의 용역을 제공하고, 회사로부터 매출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는 내용의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200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부산의 야쿠르트 관리점에서 일했다.

A씨는 정해진 출퇴근 시각은 없으나, 보통 오전 8시에 관리점에 출근해 그날 배달 또는 판매할 제품을 수령해 전통카트에 싣고 관리점을 나서 고정고객들에게 제품 배달을 마치고, 오후 4시경까지는 남은 제품을 행인 등 일반인을 상대로 판매했다.

일반고객에 대한 판매활동의 종료 시각은 일정하지 않았고, 회사가 판매활동시간을 관리하거나 통제하지는 않았다. A씨가 계약을 체결할 당시 판매구역을 지정했는데, 회사가 특별히 A씨의 일반판매 활동지역을 통제하지는 않았다.

A씨는 매일 관리점에 다음날 배달 또는 판매할 제품의 종류 및 수량을 신청해 해당 제품을 수령할 뿐, 회사가 A씨에게 일정한 제품의 판매를 할당하지는 않았다.
A씨가 고객으로부터 수금한 제품대금은 모두 회사에게 전달하고, 회사부터 계약에 따른 각종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위탁판매원들이 회사로부터 지급받는 월간 수수료를 서로 비교하더라도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A씨와 같은 위탁판매원들은 회사로부터 제품의 운반을 위한 전동카트를 제공받았는데 그 임차비용 명목으로 수수료에서 1만원이 공제됐고, 전동카트의 유지ㆍ관리비를 모두 위탁판매원들이 부담했다.

회사가 매월 A씨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가 원천 징수되고, A씨와 회사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 4대 사회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았다.

다만 회사는 ‘활동수수료’, ‘고객 D/B관리’ 등의 명목으로 A씨에게 적립형 보험의 보험료 및 상조회비를 일부 지원했다.

회사는 또 매월 2회 정도 A씨와 같은 위탁판매원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했는데, 교육내용은 신제품의 출시 및 효능에 대한 안내나, 회사가 실시하는 구체적인 판촉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한 설명 등으로 구성됐다. 위탁판매원들이 교육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어떠한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다.

A씨와 같은 위탁판매원들은 야쿠르트 회사의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고, 위탁판매원들이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도 회사는 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별론으로 하고 위탁판매원들을 징계할 수는 없다.
A씨는 (주)한국야쿠르트를 상대로 자신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근무기간 동안의 연차수당과 근속연수에 따른 퇴직금 2993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회사가 관리점 내의 게시판에 일정표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업무내용을 지시했을 뿐만 아니라, 배달원들에게 회사의 고객관리 및 영업활동 지침에 관한 서약서를 징구하는 한편, 수수료 명목으로 매월 급여를 지급하는 등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에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노무를 제공하도록 했으므로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야쿠르트는 “A씨가 회사로부터 업무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은 채 근무시간 및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계약에 따라 위탁받은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한 후에 매출실적 등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았을 뿐이고, 회사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은 채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등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므로, 근로자임을 전제로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 1심과 2심(항소심)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자 아니다”

1심인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2015년 2월 A씨가 (주)한국야쿠르트를 상대로 낸 퇴직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A)에게 근무복을 제공하고 적립형 보험의 보험료 및 상조회비를 일부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의 판매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 이를 두고 원고가 피고로부터 근무상의 어떠한 지시나 통제를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가 원고와 같은 위탁판매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매월 2회 정도의 교육은 위탁판매원들의 원활한 판매활동을 위해 피고가 위탁자의 지위에서 행하는 최소한의 업무 안내 및 판촉활동에 대한 독려에 불과할 뿐, 이로써 위탁판매원들이 피고로부터 위탁판매계약에 따른 용역 제공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가 관리점 내에 일정표를 게시하고 위탁판매원들로부터 서약서를 징구했더라도, 일정 및 서약서의 내용이 위탁판매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지시와 감독에 관한 것이라고 볼 만한 아무런 사정을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이는 위탁판매계약상의 의무를 주지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위탁판매원들에 대하여는 피고의 일반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의 복무규정이 적용되지 않아서 위탁판매원들의 어떠한 의무 위반에 대해 피고로서는 위탁판매계약의 해지에 따른 불이익만을 위탁판매원들에게 줄 수 있을 뿐, 복무규정에 따른 각종 제재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위탁판매원들은 세법 및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인 부산지방법원도 2015년 11월 A씨의 항소를 기각하며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 대법원의 판단은?

대법원 “‘야쿠르트 아줌마’근로자 아냐…퇴직금 없어”첫 판결이미지 확대보기
이에 A씨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박보영)은 24일 한국야쿠르트의 위탁판매원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인 A씨가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등 지급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원고와 같은 위탁판매원들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한국야쿠르트로부터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없고, 회사가 위탁판매원들에게 근무복을 제공하거나 적립형 보험의 보험료 및 상조회비 중 일부를 지원했다 하더라도 이는 판매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 근무상의 어떠한 지시나 통제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원심은 판단은 정당한 거승로 수긍할 수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상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 대법원 “모든 유제품 위탁판매원에 적용되는 건 아닌 점에 유의할 필요”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판단기준에 관한 종전 판례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사실관계에 비추어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판결로서,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의 근로자성에 관한 첫 대법원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다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개별적인 사안에서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펴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하므로, 이 판결이 모든 유제품 위탁판매원이나 유사직역 종사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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