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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선배들의 도구가 아니다"

2016-08-08 09:33:17

[칼럼]"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선배들의 도구가 아니다"
금년 3월, 국내 유명 취업사이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있었다. '꼰대'의 유형을 물어보는 조사였는데, 1위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라고 한다. 2위와 3위는 '상명하복 방식'과 '자기경험을 일반화한 섣부른 충고와 지적을 일삼기'였으며, 다음으로는 '다짜고짜 반말하기', '과거 자기방식 고집' 등이 꼽혔다고 한다. 그리고 금년 5월 서울신문이 성년이 되는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자신이 결코 되고 싶지 않은 성인의 유형'으로 '꼰대형'이 1위로 꼽혔다고 한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꼰대가 되고 있을 것이다. 중년 이상이라면 서두에 언급한 '꼰대의 유형'에서 하나라도 속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지금 청년들도 10년 후에 자신들이 그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선배들이 더 확실한 꼰대가 되지 않겠다고 한다면, 청년들이 선배들과 함께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청년세대 후배들과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선배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다 보면 십중팔구는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일단, 선배들은 후배들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다. 매번 후배의 말을 끊는 것도 모자라서 후배의 말에 대한 이해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풀어놓기만 한다. 후배들 말은 자신들 기준에 만족되지 않으니 무시하거나 부족하다며 채근한다.

그렇게 되면 후배들은 꼰대의 본성을 들어낸 선배와의 대화를 중단하고, 싫어도 그냥 선배의 말을 듣기만 한다. 그리고 이후 선후배간 만남과 대화는 단절된다. 그래놓고 선배들은 '말하라, 요구해라, 도전하라, 젊음을 투자하라, 궁금하다 등'이라며 자신들이 원하는 답만을 듣고 싶어 한다. 사회 대부분의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꼰대형 선배들의 모습이다.

그럼 정치판 선배들의 모습을 돌아보자. 정치판은 '부자지간에도 나누지 못한다.'는 권력과 기득권이 존재하는 곳이다. 정치판은 '꼰대고 뭐고'를 떠나서, 자라나는 새싹을 밟아놓거나 자라지 못하게 해야 하는 전쟁터의 축소판이다. 이런 환경에서 정치권에 기성세대가 '청년'을 외치고 있다. 그런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에게는 청년세대의 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똘똘한 후배는 필요해 하지를 않는다. 자신들의 권력과 기득권을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성정치인과 선배들은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는커녕, 그런 가능성을 아예 차단해 버린다. 지역에서 출마하려는 청년이 있다면, '너는 젊으니 기회가 많다.'며 지역 내에 풀뿌리 청년정치인들을 제거해 버린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서이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도전하라'는 모순된 얘기를 한다. 총선 때가 되면 오랫동안 지역구를 갈고 닦은 지역 유망주들을 무시하고, 영입을 핑계로 중앙에서 누군가를 내리꽂아 공천을 해버린다. 말로만 시스템정당, 플랫폼정당을 떠들지 그 뜻이 뭔지나 알고 그러는지 의문이다. 지역에 풀뿌리선거에서부터 청년들의 정치진입을 차단해 놓고서 말로만 생색을 내고 있다.

이렇게 갈 곳을 잃은 청년정치인들은 결국 중앙으로 모이게 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초 조직원들의 평균연령이 50~60대 이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역마다 왕 노릇을 하는 현역의원(지역구 위원장 등)들이 청년정치인의 활동을 차단함으로서 지역조직의 노령화로 이어졌으며, 중앙으로 모인 청년들은 중앙정치에서 기성세대의 필요에 따라 이용만 되고 있다.

전국적인 선거가 있을 때면, 중앙당에서는 청년들의 숫자나 얼굴이 필요하게 되므로 중앙에 모여든 청년들을 적극 활용한다. 그래서 선거철이면 중앙당에 청년들은 출마당사자들보다 더 바쁘다. 정치유세의 꽃으로서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동원되기 때문이다. 청년들 입장에서도 지역에서는 기회가 없기도 하고, 청년세대의 권익을 위해서 혹시나 기대해보며 기꺼이 봉사한다.

그러나 선배들은 선거가 끝나면 이미 화장실을 다녀온 뒤가 돼버린다. 기껏해야 청년비례니 청년가산점 등으로 뭔가를 해준 것 같지만 정작 청년비례는 유명무실 돼버렸고, 청년가산점은 선배들 자신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생색내기 숫자일 뿐이다. 지난 총선에서 청년가산점 덕에 경선에 이겨서 공식후보가 된 청년정치인이 있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더민주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청년위원장 경선도 함께 진행한다. 헌데 청년위원장 경선에 나선 후보 중에 한명이, 이른바 '갑툭튀'로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된 40대 정치인이다. 시골에서는 60대가 청년회장을 맡을 정도로 고령사회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역에서 기성정치인들에게 밀려나서 중앙으로 모여든 청년들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40대가 청년이라 우기고 있다.

이는 청년들에게 조금의 권력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선배들의 잔머리일지 모른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청년세대를 얼마나 상징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사람을 청년명목으로 비례공천을 주어서 국회의석을 채웠다. 더민주는 청년비례를 아예 당선권 밖으로 던져버렸다. 이처럼 모든 정당이 말로만 '청년'을 외칠 뿐, 청년세대에게 권력의 공유를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
86그룹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도전에 의해서이거나 풀뿌리선거 등에 의해서 권력을 거머쥔 것이 아니었다. 시대가 만들어준 그들의 역할에 편승하여 어렵지 않게 국회의원이 됐고 기득권세력이 됐다. 시대가 선사해준 훈장으로 20년 이상 권력을 유지해왔고, 지금은 후배들에게 지난날에 화려한 운동권 경험을 자랑하면서 '도전하라'고만 한다.

아마 그 훈장이 닳고 사라져도 변하지 않을까 싶다. 그 옛날 시위현장에서 학생들 위치를 정하고 경찰들과 대치하던 전략을 자랑하며, 지금도 여전히 그 방식대로 유권자들과 민심 그리고 민주주의 선거를 해석하려고 한다. 심지어는 그 정도를 갖고 스스로를 전략통이라며 주장한다. 그러면서 후진양성보다는 청년들의 표를 받기 위해서 청년들을 이용만 하려한다.

만약에 선배들 중에서 본인은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다면, 정치인들이 그리도 좋아하는 간담회나 토론회를 할 때에 후배들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보는 것부터 제대로 하시라. 후배들의 이야기를 이해할지 아니면 그냥 듣고 말지의 여부를 떠나서, 일단은 그래야 후배들이 당신들에게 얘기라도 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 반성까지 해준다면 더 좋겠지만 그럴 것이라고 기대는 않겠다.

“선거 기획과 실행” 저자. 정치 컨설턴트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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