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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계 “문화재보호법 개정안 심각…문화재청 신중해야”

2016-07-15 17:10:12

[로이슈 신종철 기자] 한국고고학회를 비롯한 13개 학회가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고고학계 공동의견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고 14일 밝혔다.

13개 학회는 한국고고학회, 중부고고학회, 호서고고학회, 호남고고학회, 영남고고학회, 한국구석기학회, 한국신석기학회, 한국청동기학회, 한국상고사학회, 한국중세고고학회, 한국기와학회, 사단법인 한국성곽학회, 고분문화연구회.
고고학계는 공동의견서에서 “지난 6월 8일자로 입법예고 공고된 문화재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가운데 제13조는 ‘시도지정문화재에 대한 보호ㆍ 관리에 대한 조례를 제정할 때 문화재청장과 사전 협의하도록 되어 있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며 “그 개정 이유로 보호ㆍ관리에 대한 기준 마련 시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 등과의 정합성을 강화시키기 위함이라 하고 있으나, 이는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고학계는 “문화재는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는 소중한 자산으로서 국가와 시도지정 문화재는 관리 주체의 차이만 있을 뿐 문화재 자체의 경중이 있는 것이 아니며, 현 시도지정문화재 중에는 오히려 국가지정문화재로 전환ㆍ관리돼야 할 것도 많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지정문화재에 대한 조례 제정 시 문화재청장과 협의하는 조항을 생략하겠다는 것은 시도지정문화재에 대한 국가의 보호ㆍ관리의무를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 “나아가 무분별한 개발에 경도된 현행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 관련 행정과 보존 제도가 부실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부 시도에서는 현재도 시도지정문화재의 보존ㆍ관리구역을 국가적 보존ㆍ관리기준과는 다르게 현저히 완화시켜 적용해 유적의 보존 환경을 심하게 훼손한 경우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만큼 이번 개정안처럼 문화재청장과의 사전협의 없이 각 시도에서 보호ㆍ관리 조례를 임의로 정하게 된다면, 문화재 보존 환경은 더욱 급속하게 열악해질 수밖에 없음이 명약관화하다”고 봤다.

고고학계는 “따라서 시도지정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문화재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정하도록 돼 있는 현행제도를 유지해야 하며, 문화재를 고려한 도시계획 수립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제13조는 “시ㆍ도지사는 지정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하여 문화재청장과 협의하여 조례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재청의 제13조 개정안은 “조례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국가지정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정할 때는 문화재청장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수정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쉽게 말하면 종전 문화재보호법에는 시ㆍ도지사는 시도지정문화재의 보호를 위해 문화재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정하도록 돼 있었는데, 개정안에는 ‘시ㆍ도지사와 문화재청장과의 협의’를 뺐다. 다만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만 문화재청장과 협의하도록 했다.

문화재청이 입법예고한 문화재보호법 개정안 내용 일부
문화재청이 입법예고한 문화재보호법 개정안 내용 일부
이와 함께 고고학계는 “지난 4월에 고시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작성 지침’에서 건축물의 ‘용도ㆍ색상ㆍ재질’에 대한 규제 조항이 삭제됐는데, 이에 의하면 위락시설 등 문화재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 들어설 수 있으므로 이들 조항은 당초와 같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고학계는 그러면서 “이와 같이 중요한 사안과 관련해 법률의 개정을 서두르기 보다는 먼저 지자체의 문화재 관리 실태와 문제점을 철저히 점검하고, 공청회ㆍ학술토론회 등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한국고고학계는 지난 8일 광역시장ㆍ도지사가 시ㆍ도지정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정할 때 문화재청장과 협의하게 돼 있는 조항을 삭제하는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문화재보호법 상 ‘지정문화재’는 문화재청장이 지정하는 ‘국가지정문화재’와 특별시장ㆍ광역시장 또는 도지사가 지정하는 ‘시도지정문화재’가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는 국보, 보물, 중요민속자료,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무형문화재로 분류된다.

‘시도지정문화재’는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도지사(시ㆍ도지사)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 중 보존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을 지방자치단체(시ㆍ도)의 조례에 의해 지정한 문화재(유형문화재ㆍ무형문화재ㆍ기념물 및 민속자료 등 4개 유형)를 말한다.

시도지정문화재와 관련해 ‘문화재청장과 협의하여’라는 문구를 뺀 개정안이 시행되면 ‘시도지정문화재’ 주변의 규제가 시ㆍ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자율로 풀리게 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고고학자들의 진단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시ㆍ도지사는 시도지정문화재를 문화재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정하도록 돼 있어 일정부분 시ㆍ도지사에 대한 견제나 컨트롤이 가능했으나, 개정안에는 문화재청장과의 협의가 빠져 시ㆍ도지사의 자율로 되면 문화재보호 보다는 개발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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