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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정범 변호사 “대통령 특별사면, 어떻게 행사돼야 하나”

2016-07-13 12:49:42

[로이슈 신종철 기자] [외부 전문가 기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인 김정범 변호사는 본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기업 총수 즉 경제인들에 대한 무분별한 사면권 남용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사면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별사면의 경우에도 사면대상을 객관적으로 심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거나(가능한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서 추천한 일정수의 사람들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임),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사면권을 행사도록 하는 제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음은 김정범 변호사의 외부 기고 칼럼 전문.

[칼럼] 김정범 변호사 “대통령 특별사면, 어떻게 행사돼야 하나”
<대통령의 특별사면,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일부 의원들이 특별사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후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의 특별사면이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 특별사면이다. 지난해의 특별사면은 정치인과 기업인을 제외하고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만이 특별사면 대상자의 명단에 올랐었다. 따라서 최태원 회장을 위한 특별사면이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구색 맞추기 용으로 포함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비등하였었다. 취임 전에는 특별사면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박근혜 대통령도 다른 대통령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특별사면을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헌법 제79조에서는 삼권분립의 예외로써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부여하고 있다. 사면은 사법부가 아닌 국가기관이 선고된 형의 효력을 소멸시키거나 소추권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는 감형과 복권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사면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극히 예외적인 것으로 사법권에 대한 제한을 가져온다. 사면권은 전제주의 시대의 유물로 평가받는 것이며 권력분립의 원칙이 일상화된 현대에 있어서 그대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많은 논란이 가해지고 있다. 본래 사면권의 근거는 실정법 질서가 획일적 정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여기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 정의실현을 위해서 사법권이 남용되는 것에 제한을 가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라 설명되고 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아무렇게나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면권을 대통령에게 주는 취지가 무엇인지, 왜 사면권이라는 제도가 생긴 것인지, 사면권의 행사절차는 어떠한지, 사면권의 행사에 어떠한 한계가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의 사면이 언급될 때마다 경제계에서는 어려운 국민경제를 생각해서 기업인을 대폭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정치권에서는 이에 부응하면서 유력 정치인들을 끼워 넣는 행태를 반복해서 보여 왔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여건을 고려해서 사면을 실시해 달라는 민주국가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는지, 기업인에 대한 사면을 시행하면 국민경제가 살아난다는 천박한 발상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기업인을 사면하였음에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에는 다시 수감되어 남은 형기를 마칠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지금까지 기업인에 대한 사면이 여러 차례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경제가 활성화 되었다는 실증적 결과를 보여주지도 못하였다. 더 이상 국민경제 운운하면서 기업인에 대한 무분별한 사면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또한 사면권의 행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사법권력을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는 것과 객관적이고 형평성 있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측근들에 대한 사면권의 행사는 국가권력을 사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며, 사법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고, 일반 국민들과의 형평성에도 반하는 것이어서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다.

사면권의 행사에는 어떠한 한계가 있는 것일까? 사면권은 사법부의 재판권에 대한 예외를 두는 것이기 때문에 사법권을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는 내재적 한계를 갖는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면권의 행사가 논의되거나(일반사면의 경우 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거나, 형을 선고받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공소권이 상실되는 것이므로), 판결이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사면권이 행사되는 경우, 특정인에게 반복해서 사면의 혜택을 주는 것은 극히 피해야 하는 이유다. 사면권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형이 선고된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 비로소 사면권의 대상이 되도록 하자는 것도 같은 이유다. 또한 사면권의 행사도 국가권력의 행사이기 때문에 공공성과 형평성이 지켜져야 한다. 사면권의 행사자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방편으로 이루어지거나, 특정인이나 특정계층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면 사면권 행사가 지나치게 남용이 되는 것이다.

사면권의 행사는 절차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일반사면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거나, 법무부장관이 특별사면을 상신할 경우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사면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별사면의 경우에도 사면대상을 객관적으로 심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거나(가능한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서 추천한 일정수의 사람들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임),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사면권을 행사도록 하는 제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아무런 제한도 없이 사면권을 행사도록 하는 것은 사면권이 갖는 한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사면권의 행사가 법에 위반되거나 그 한계를 벗어난 경우 사법적 통제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면권의 행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사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시적 절차를 위반하거나 사면권의 명백한 한계(사면권의 행사가 공공성을 상실하거나 형평성에 반하는 경우 등)를 벗어났을 때에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재판을 통해서 사면권의 행사를 무효화시키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이 받은 사면은 대통령이 사적으로 봐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1997. 10. 3., 2009. 12. 29. 등 두 차례 사면을 받았고, 두 번째 사면은 이 회장만을 위한 원포인트 사면이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2008. 8. 15. 한 차례, 최태원 회장과 김승연 회장이 각 각 두 차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2002. 12. 31. 한 차례, 포스코 유상부 전 회장이 2010. 8. 15. 한 차례, 현대중공업 정몽준 전 회장이 1995. 8.15. 한 차례 사면을 받았다. 그리고 작년에는 최태원 회장이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특별사면의 은전을 입었다. 일반 국민과 비교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정도나 국민경제를 파탄 낸 정도에 비추어서 그들이 입은 특혜는 과도한 것이었다.

이제 기업인이나 정치인에 대한 무분멸한 특별사면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불가피하게 범죄에 이른 경우로 고의범이 아닌 경우, 정치적인 반대세력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수사가 이루어져 처벌받은 경우, 이념적으로 대립되어 권력에 맞서다가 형사처벌을 받게 된 경우, 사소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처벌을 받은 경우 등이 특별사면의 대상이어야 한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특별사면을 국면전환용이나 민심달래기 용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특별사면의 진정한 묘는 국민들에게 화합의 장을 여는 것이다. 대통령과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특별사면이라는 포용력을 보여줘야 한다. 특정 세력을 위한 대통령, 특정 지역민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어야 비로소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특별사면은 운영의 묘에 따라서 모든 국민을 끌어안는 견인차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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