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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삼례 수퍼 3인조 강도치사’ 재심…검찰 항고 포기

2016-07-11 16:54:44

[로이슈 신종철 기자] 1999년 발생한 이른바 ‘삼례 나라수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으나, 이후 진범들이 자백하는 등 새로운 증거들을 나와 17년 만에 전주지방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전주지방검찰청은 이번 사건의 재심 개시 결정과 관련한 즉시 항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사건은 이렇다.

1999년 2월 6일 새벽 4시경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리에 있는 ‘D슈퍼’에 3인조(A, B, C) 강도가 침입해 피해자 E(37세), F(여, 33세), G(여, 77세)를 청색 테이프 등으로 눈과 입, 손발 등을 묶고 현금과 패물을 강취했는데, 그 과정에서 G가 비구폐쇄성 질식으로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직후, 완주경찰서는 피해자 E, F의 진술을 토대로 ‘20대 전후로 보이는 남자 3명, 피의자 중 1명은 경상도 말씨 사용’을 범인들의 특징으로 특정해 광범위한 탐문수사를 한 끝에 그 지역민(삼례)으로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피고인들(A, B, C)을 피의자로 체포해 범행에 관한 자백을 받아낸 다음,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피고인들은 검찰에서도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일관되게 H도 자신들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H의 알리바이가 증명되자, 담당 검사는 1999년 3월 13일 H를 제외한 피고인들에 대하여만 기소했다.
피고인들은 1심 재판과정에서도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했고, 이에 법원은 1999년 4월 29일 피고인들의 자백진술과 피해자들의 진술,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를 주된 유죄의 증거로 삼아 피고인 A를 징역 6년에, 피고인 B, C를 각 징역 장기 4년 단기 3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이 광주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광주고법은 1999년 7월 2일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피고인 B가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1999년 10월 22일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피고인 B에 대한 판결이 확정됐다.

한편 피고인 A는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피고인 C는 상고기간이 도과됨으로써 그 무렵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도 확정됐다.

판결이 확정된 이후, 부산지방검찰청은 1999년 11월 24일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 I, J, K(이하 3인)이라는 제보를 받고 내사에 착수해 3인으로부터 범행에 관한 자백을 받았지만 2000년 1월 27일 범죄발생지인 전주지방검찰청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전주지검은 이송 받은 사건을 종전에 피고인(A, B, C)들을 수사하고 기소했던 검사인 L에게 배당했고, L검사는 I 등 3인을 조사한 후 그들의 자백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 결정을 하고 내사를 종결했다.

피고인 B는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인 I 등 3인이 검거된 사정과 ‘F, M의 각 진술서’를 새로운 증거로 제출하며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2000년 9월 29일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피고인이 진범으로 주장하는 I 등 3인은 혐의 없음 결정을 받은 것에 불과해 검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F, M의 진술서는 재심대상판결이 유죄의 증거로 삼은 다른 증거들보다 객관적으로 증거가치가 우위에 있다고 인정할 수 없어 결국 모두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재심대상판결이 유죄의 증거로 삼은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는 당시 사법경찰관이 피고인들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피고인들이 스스로 범행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거나 범행과정을 재연한 사실이 없음에도 사실과 다르게 사법경찰관이 피고인들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피고인들이 스스로 범행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며, 자발적으로 범행과정을 재연한 것으로 기재돼 있으므로 이는 허위로 작성된 공문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재심대상판결에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원판결의 증거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 또는 변조인 것이 증명된 때’에 해당하는 재심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판결이 확정된 이후 부산지검은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 피고인들이 아니라 I 등 3인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했는데, 3인은 내사과정에서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내사과정 등에서 3인이 범행을 자백한 내용의 진술과 이들의 자백진술을 뒷받침하는 참고인 진술 등은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발견된 새로운 증거로서 피고인들의 무죄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I 등 3인은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이 사건 범행 장소인 나라슈퍼의 위치 및 내부구조, 피해자들의 잠자던 위치 등을 약도 등으로 그려 각 조서 등에 첨부했는데, 약도 등의 주된 내용들이 모두 실제 현황 등과 일치했다.

전주지법, ‘삼례 수퍼 3인조 강도치사’ 재심…검찰 항고 포기이미지 확대보기
전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장찬 부장판사)는 8일 ‘삼례 나라수퍼 3인조 강도치사’ 등 재심 청구사건에서 “재심대상판결(1999년 4월 29일 선고. 전주지방법원 99고합42)에 대한 재심을 개시한다”며 피고인(A, B, C)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I 등 3인의 자백진술과 N, O, P, F, E의 참고인진술은 모두 재심대상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했던 증거로서 ‘새로 발견된 증거’에 해당하고,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에 피고인들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I 등 3인은 범행이 발생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공소시효가 그대로 남아 있던 2000년 1월 25일 이 사건 범행에 관해 자백을 했는바, I 등 3인이 강도치사와 특수강도의 무거운 죄책을 부담하면서까지 자신들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 진술을 할 아무런 이유나 동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사건 발생 직후 완주경찰서가 조사한 용의자의 특징은 ‘20대 전후로 보이는 남자 3명, 그 중 1명은 경상도 말씨 사용’이었는데, 피고인들은 익산 토박이들로서 경상도 말씨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I 등 3인은 부산 모 초등학교 선후배로 경상도 말씨를 사용하므로, 3인이 완주경찰서가 파악한 범인의 특징에 더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피고인들의 자백진술은 범행의 방법, 내용 등에 관해 일관되지 않을 뿐 아니라, 서로 간에 모순되거나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는데 반해, I 등 3인의 자백진술은 범행의 방법, 내용 등에 관하여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될 뿐 아니라, 주된 부분에 있어 서로 간에 모순되거나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범행 장소의 상황, 강취한 현금의 액수, 패물 등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은 유족들의 진술과 서로 맞지 않고, I 등 3인의 진술이 유족들의 진술과 일치하는 점, 또 3인의 자백진술에는 D슈퍼의 위치 및 내부구조, 잠을 자던 피해자들의 위치, 범행 중의 대화 내용 등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고, 이러한 진술 내용이 모두 유족 등에 의해 실제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 “범행 장소의 상황과 관련해 피고인들은 당시 D슈퍼의 대문이 닫혀 있어 피고인 A가 담을 넘어 들어가 대문을 열어줬다고 진술한데 반해, I 등 3인은 당시 대문은 닫혀 있지 않고 열려 있었다고 진술했고, 유족인 피해자들도 당시 대문이 고장 나 열려 있었다고 해 3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당시 강취한 현금의 액수에 관해 경찰에서는 3만원에서 43만원까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진술을 하다가 검찰에서부터 어느 정도 일치해 현금 43만원 정도라고 진술한 반면, I 등 3인은 처음부터 범행 당시 강취한 현금은 10여만 원에 불과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피해자인들도 강취당한 현금은 10여만 원이라고 진술해 I 등 3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I 등 3인은 당시 실신한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 G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입안에 물을 흘려 넣어주었다고 진술하고, 피해자들도 법정에서 3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반면, 피고인들은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F는 법정에서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피고인 A를 면회해 목소리를 확인했는데, 범행 당시 자신이 들은 범인의 목소리가 아니었고, 반면에 내사사건 당시 부산지방검찰청에서 J를 조사한 동영상을 확인했는데, J의 목소리가 바로 범행 당시 자신이 들었던 범인의 목소리와 같았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심대상판결이 주된 유죄의 증거로 삼은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에는 사법경찰관인 W 등이 현장검증 당시 피고인들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피고인들이 스스로 범행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며, 범행과정을 자발적으로 재연한 것처럼 기재돼 있으나, 유족이 현장검증 과정을 촬영한 영상 및 속기록에 의하면, 사법경찰관인 W 등이 현증검증 당시 피고인들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모습은 볼 수 없고, 오히려 W 등이 피고인들에게 욕설ㆍ폭행을 하며 범행과정을 일일이 지시해 피고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의도대로 범행을 재연하도록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를 종합해 보면, 피고인들이 새롭게 제출한 증거들은 재심대상판결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와 함께 고려할 때 재심대상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재심대상판결에는 재심사유가 있어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한다”고 판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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