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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결국 법원판결에 운명을 맡기는 국민의당”

2016-07-11 09:32:47

[칼럼]“결국 법원판결에 운명을 맡기는 국민의당”
읍참마속(泣斬馬謖)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벤다'는 뜻으로 '사랑하는 신하를 법대로 처단하여 질서를 바로잡음' 이라는 의미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사자성어이고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한두 차례 이상은 읽어봤을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나오는 극적인 장면 중에 한 부분이다.

요즘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희한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유명한 사자성어를 빗대어 표현하다 보니 읍참마속이라는 말을 자주 보게 됐다. 그러다 보니까 읍참마속이라는 말에 담겨있는 본래 의미가 아닌, '사건의 꼬리 자르기' 정도로 인식하거나 그런 정도의 의미로 격하할 때도 더러는 있다.
읍참마속의 유래는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 사자성어에 담긴 진정한 의미와 사연을 다시 새겨볼 필요가 분명하게 있을듯하다. 읍참마속에 내포돼 있는 의미는 지도자와 책임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혹은 잠시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꼬리 자르기' 용도의 책략적인 행동을 뜻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제갈량(諸葛 亮)이 울며 마속(馬謖)에게 책임을 묻고 그를 죽인 이유는 마속의 실수가 그만큼 중대한 실수였으며 촉나라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제갈량의 첫 출사는 당시 위나라에 비해서 국력과 전력 등이 매우 부족했던 촉나라가 위나라를 상대로 이길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대외원정이었다. 그렇게 좋은 기회를 단 한 번의 전투패배로 모두 날려버렸다.

그것이 바로 마속의 실수 때문에 패하게 된 가정전투였다. 당시 촉나라에 원투펀치 에이스들이었던 조 운(趙 雲)과 위 연(魏 延)은 다른 곳에서 매우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었고, 전투경험이 적었던 마속은 상대적으로 덜 어려운 임무를 맡았지만 꽤나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런데 제갈량은 마속을 너무 믿어서 그리고 마속은 본인 스스로를 너무 과신하다가 모든 일을 망치고 말았다.

이후 촉나라는 위나라를 수차례 공략하지만 결국 전반적인 힘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계속된 실패를 하게 된다. 제갈량은 이미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유비가 남긴 유언을 망각했던 스스로를 책망하며 울면서 마속을 베었고 자신의 직급도 세 단계나 낮췄다. 읍참마속의 내용은 제갈량 자신과 마속이 범한 엄청난 실수에 대한 단죄의 행동인 것이었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선전과 함께, 협치의 국회가 될 수 있게 만든 결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이 돼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지 못한 리베이트 건이라는 거대한 암초에 걸려버렸다. 그런데 사건 초기부터 엉성한 대처를 계속했으며, 당내 관계자들은 이 사건을 가볍게 보는 듯 하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절대로 그렇게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사건 초기부터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국민의당 내부는 이상한 얘기를 하며 사건을 오히려 키워버렸다. 위나라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날리며 촉나라가 연명하는 것에나 머무르게 해준 가정전투의 패배처럼, 리베이트 건은 국민의당에게 두고두고 뼈아픈 사례가 될 수도 있는 사고이다.

지금까지 국민의당 상황은, 당대표가 사건에 책임을 지며 물러났지만 리더가 울면서 마속을 베지는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읍참마속은 '꼬리 자르기'가 아니다. 촉나라가 위나라를 상대로 영원히 우위를 점할 수 없게 된 것처럼 국민의당이 다시 턴오버가 되지 못하게 해줄 수도 있는 중대한 사고이다. 그나마 읍참마속을 할 수 있는 상황도 끝나가고 있다.

법적판결이 끝나고 나서 원칙대로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일이다. 그때에 가서까지 범죄의 피의자를 보살펴줄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국민의당은 정치를 하는 집단이며 집권을 해보겠다는 세력이다. 그런 정파와 세력이 정무판단과 정치력은 뒤로 미루고 큰 문제를 일으킨 측근을 보호만 하다가, 검찰과 법원의 판결에 의해 정당의 운명을 맡기려 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선거 기획과 실행” 저자. 정치 컨설턴트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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