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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삼성전자서비스 기사 추락사…외주 금지 삼성 책임지라”

2016-06-29 19:08:00

[로이슈 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7일 삼성전자서비스 기사의 추락사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위험 업무 외주화를 금지하고, 삼성은 직접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지난 23일 건물 외벽에 붙은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던 삼성전자서비스 서울성북센터 소속 진OO씨가 추락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변 “삼성전자서비스 기사 추락사…외주 금지 삼성 책임지라”
민변(회장 정연순)은 “되풀이 되는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분노와 부끄러움과 함께, 그 원인과 책임에 관해 실질적이고 신속한 논의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에게는 노동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근무할 때 추락방지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법원은 “사업주는 안전모와 안전대를 필요로 하는 작업에 있어 단순히 그 장비를 지급함으로써 안전조치를 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착용ㆍ사용하도록 해야 할 관리ㆍ감독의무까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민변은 “하지만, 진OO씨의 사업주는 안전조치 여부를 점검하기는커녕,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고서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업무량을 부여했고 빠른 일처리를 재촉했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전자제품 수리 노동자들의 업무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현장에서 온갖 위험을 무릎 쓰고 처리하는 업무들이, 전자제품 회사에서는 그저 각 지역 센터의 실적을 평가하는 숫자에 불과했고, 아무도 그들이 실제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며 “센터장은 소속 노동자에게 빠른 처리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 역시 무분별한 외주화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민변 “삼성전자서비스 기사 추락사…외주 금지 삼성 책임지라”
민변은 “고인은 삼성전자의 제품을 수리하는 A/S 기사였지만, 삼성전자 소속도 그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 소속도 아니었다”며 “삼성전자 서비스와 다시 용역계약을 맺은 ‘지역 센터’의 계약직 노동자”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구의역에서 사망한 열아홉살의 김OO씨를 비롯해, 지난 4년간 지하철 역 스크린도어 보수 작업 중 사망한 네 명의 노동자가 모두 협력업체 소속이었고, 같은 달 27일 한국바스프 공장에서 포스겐 가스를 흡입해 사망한 황OO씨도 모두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였으며, 이번 달 6일 롯데케미컬 공장에서 열교환기 청소 작업 중 고압호수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여OO씨도 그렇다”고 전했다.

민변은 “고용관계가 복잡해질수록 업무환경에 대한 관리 책임은 형식적 사용자인 영세한 3차 하청 사업주에게 맡겨지고, 자연스럽게 작업환경은 더 나빠지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더 위험해지며, 책임은 은폐된다”며 “더 이상 이러한 위험의 외주화를 방치해 더 많은 죽음과 사고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하루 빨리 유해위험 업무에 대한 도급 자체를 엄격히 제한하고, 산재사고 발생이나 예방조치 미흡에 따른 원청이 책임을 강화하는 법ㆍ제도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미 관련 법안(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상정돼 있으므로, 국회는 즉각 논의를 시작해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변 “삼성전자서비스 기사 추락사…외주 금지 삼성 책임지라”
이와 함께 “반복적인 사고와 재해에 대해 삼성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전자 A/S 기사의 루게릭병을 납ㆍ유기용제 노출 등에 의한 직업병으로 인정했고, 올해 법원은 또 다른 삼성전자 A/S 기사의 과로사를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민변은 “올해 1, 2월에는 삼성전자 휴대폰 부품을 만들던 다섯 명의 노동자들이 메탄올에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그들은 모두 3차 하청 업체 소속된 20대의 젊은 노동자들이었고, 그들 중 세 명은 현재 실명 위기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민변은 “오랜 시간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는 삼성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의 문제에 얼마나 미흡하게 대처해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삼성은 아직까지도 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회피하고 있고, 9년 전부터 이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 온 피해가족들과 시민단체 반올림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삼성 서초 사옥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삼성의 악명 높은 노조 탄압도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 위협해 왔다”며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는 불과 3년 전에 설립됐지만, 사측의 노조 탄압에 항거하며 벌써 두 명의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럼에도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괴롭힘과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변은 그러면서 “한국 대표 기업을 자청하는 삼성은 그 위상에 전혀 걸맞지 않는 노동 인권 의식과 대응으로, 이미 국제 인권 기구와 유럽ㆍ아시아의 인권단체들이 삼성전자의 노동인권 문제를 주목한지 오래다”라며 “삼성은 복잡한 고용관계 뒤로 숨어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자사 제품을 생산하고 수리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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