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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인신보호법 무력화 국정원…재판부 기피 신청” 왜?

2016-06-22 14:04:53

[로이슈 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1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 집단 탈북 사건과 관련, “인신보호법을 무력화시키는 국정원의 행태와 법원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민변 “인신보호법 무력화 국정원…재판부 기피 신청” 왜?
이날 민변(회장 정연순)은 논평을 통해 먼저 “지난 4월 8일 총선을 앞두고 통일부는 중국 저장성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 사실을 발표했다”며 “그간 탈북자들의 신변보호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탈북자들의 신원을 비공개해왔던 정부의 태도에 비추어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발표였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그 뿐이 아니었다. 탈북했다는 여종업원들 가족의 반응 또한 통상의 경우와 달랐다. 여종업원의 부모들이 4월 18일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딸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서한을 보내고 판문점을 통해 남한으로 들어와 딸들을 만나겠다고 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게다가 5월 9일에는 아직도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탈북 여종업원 중 한 명이 북으로 송환을 요구하며 단식하다가 사망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민변은 “그에 따라 국정원의 탈북자들에 대한 수용이 과연 인권보호적 차원에서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내외의 우려가 끊이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신보호법상 인신보호구제심사청구는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인신의 자유를 침해당한 개인과 가족 등이 법원에 수용의 해제를 청구하는 제도로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를 이용할 권리가 있으며, 이에 필요한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 또한 가지고 있다”며 “여기에는 탈북자나 탈북자의 가족 또한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지난 5월 13일 탈북자 12명에 대한 접견을 신청했으나 당국은 모든 접견신청 및 서신전달 요청을 거부했고, 탈북 여종업원들은 탈북자들이 통상적으로 받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의 정착교육 및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연구자들의 면담절차로부터도 모두 차단된 채, 80여일이 다 되도록 외부와의 철저한 고립상태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민변은 “제3자를 통해 탈북자들의 북한 가족들로부터 인신보호구제심사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남한의 변호사가 북한의 주민 중 누구로부터 대리권이나 변론권을 위임받아 남한의 법정에서 소송, 심판 등 법률행위를 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과 실정법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이며 이에는 어떠한 위법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미 상속, 저작권 등 여러 분야에서 이러한 방식의 법률행위가 있었으며, 특히 지난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사건’에서 유우성의 동생 유가려가 국정원의 합동신문센터에 수용돼 있다가 인신보호구제심사청구절차를 통해 석방된 전례 또한 있다”고 환기시켰다.

민변은 “구금이든, 수용이든, 국정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보호이든, 그 어떤 명목이더라도 법원의 영장에 의하지 않고 개인의 자유의사에 반해 인신의 자유를 침해하는 모든 행위는 인신보호법이 간주하고 있는 ‘위법 행위’이며 여종업원들이 이러한 위법 상태에 놓여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피수용자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지니고 있는 사법기관과 변호인의 권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민변은 “우리 모임이 제기한 인신구제청구로 인해서 여종업원뿐만 아니라 북한의 가족들이 위험해진다는 주장을 일부 언론이 앞장서서 하고 있으나, 애초 여종업원들이 ‘자의로’ 탈북했으며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먼저 공개한 것은 정부”라며 “변호인들은 정부의 발표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려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인신구제청구로 인해 심문기일이 열리고 당사자들이 다시 자신들의 의사를 확인해 준다 해도, 애초 청부의 발표에서 달라질 것이 없으므로 그로 인해서 추가될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민변의 입장이다.

민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심문기일에서 국정원과 재판부가 보인 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첫째, 국정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여종업원들이 자의로 탈북한 것이며 이들을 자발적 의사에 따라 구금이 아니라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면, 인신구제청구 심문기일에 당사자들을 출석시키지 못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인신구제청구의 본질상 당사자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더구나 여종업원들의 신변과 안전보장을 위해 재판부가 비공개 상황에서 그 의사만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의 소환에 ‘당사자 불출석’으로 응하지 않은 것은, 인신보호법을 무력화시키는 반인권적 행위”라며 “국정원의 그와 같은 변명이 정당화되고 받아들여진다면 구금된 상태에 있는 피해자들이 거의 유일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변호인의 조력권은 완전히 무의미해지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둘째, 재판부는 위임장 등 탈북자들의 북한에 있는 가족의 적법한 위임 여부를 확인하고 보호시설의 탈북자가 보호구제청구 대상이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심문기일을 지정한 것이라고 하면서 변호인들의 속행 및 소환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심문절차를 종결하려 했다”며 “그러나 이와 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이미 보호시설의 탈북자에 대한 인신보호구제결정이 내려진 바 있는 전례에 비추어도 납득이 되지 않는 의견일뿐더러, 북한의 가족들의 적법한 위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당사자들의 출석과 확인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민변은 그러면서 “현재와 같이 국정원과 정부가 변호인과 당사자들의 만남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당사자의 진실한 의사를 확인하고 그들이 적절한 처우를 받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법원이 앞으로 당사자의 소환을 비롯한 더 이상의 심문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법원의 인신보호기능을 스스로 저버린 처사”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이에 변호인단은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절차를 수행하지 않겠다고 통지한 재판부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아’ 기피신청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변은 “거듭 강조하거니와, 이 사건은 단지 12명의 여종업원들이 어떤 경위로 탈북을 하게 되었는지 그 진상을 규명하는 차원을 넘어선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탈북자들의 인권과 국가안보의 문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과연 국정원이 단독으로 탈북자들의 수용을 맡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검토와 더불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경우 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법적인 통제 장치가 반드시 뒤따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은 “구금돼 있는 사람에게 있어 변호인의 조력권은 헌법과 국제 인권규범이 인정하는 최후의 인권보장 장치”라며 “모임은 보편적인 인권의 보호를 위해 앞으로 진상규명은 물론 합동신문센터에서의 인권 침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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