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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전착’ 판례평석

2016-06-20 15:23:55

<편집자 주 = 본지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판례평석’을 시작으로 대법원 주요 판례 등에 대한 평석 코너를 개설합니다. 교수 및 법조인들의 많은 관심과 투고 부탁합니다>

[판례평석]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를 ‘위법성조각’ 문제로 파악하는 판례 비판
―대법원1986.10.28.선고86도1406판결; 대법원 1996. 8. 23. 선고94도3191판결―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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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 들어가는 말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이하 ‘위전착’으로 약칭]란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행위자가 그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오신하고 행위한 경우를 말한다. 형법총칙상 정당방위 등 각종 위법성조각사유 및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가 그 예이다. 학설은 이 착오를 법률의 착오 및 책임조각에 관한 형법 제16조로 해결해야 하는지, 아니면 사실의 착오 및 고의조각에 관한 제13조에 따라 해결해야 하는지로 양분되는데, 대법원은 특이하게도 위법성조각사유로 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판례는 현재까지 두 개 밖에 없지만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범죄체계론의 기본을 흔드는 ‘입법적 판결’인 바,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II. 대법원1986.10.28.선고86도1406판결―오상(誤想)정당행위

1.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위법성 조각

동 판결은 중대장의 당번병인 피고인이 중대장 처의 사적 심부름을 자신의 임무범위 내에 속하는 일로 오인하고 관사를 이탈한 사건인데, 대법원은, “피고인의 관사이탈 행위가 중대장의 직접적인 허가를 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당번병으로서의 그 임무범위 내에 속하는 일로 오인한 행위로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오상(誤想)정당행위’ 상황인데, 대법원은 이를 초법규적 위법성 조각사유라고 선언한 것이다.
판례의 입장은 위전착의 효과를 위법성조각사유의 효과와 동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 개념 차이를 무시한다. 그리고 과잉방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데, 오상방위는 정당방위와 같이 위법성이 조각한다는 것은 피고인에게 너무 관대한 해석이다. 또한 판례에 따르면 오상방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위법하지 않게 되므로, 이에 대한 정당방위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2. ‘엄격책임설’ 지지

학설 중 위전착이 고의를 조각시킨다는 입장의 근거는 다양하다. 위법성 인식을 고의의 내용으로 보기에 위전착도 고의를 조각시킨다는 ‘고의설’, 위법성조각사유를 소극적 구성요건요소로 보기에 위전착도 고의를 조각시킨다는 ‘소극적 구성요건표지론’, 위전착이 구성요건적 착오는 아니지만 유사성이 있으므로 이를 유추적용하여 구성요건적 고의를 조각시켜야 한다는 ‘유추적용설’, 위전착에는 구성요건적 고의가 인정되지만 책임고의가 탈락되어 고의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효과제한책임설’ 등이 있다. 학계의 다수설은 ‘법효과제한책임설’이다. 반면 위전착은 책임을 조각시킨다는 입장은 위전착을 금지착오의 일환으로 보기에 이를 제16조 적용의 문제로 본다(‘엄격책임설’).
‘고의설’ 고의를 책임요소로 보는데, 이는 고의와 과실에 따라 구성요건이 달라지는 형법의 태도에 정면으로 반한다. ‘책임설’ 중 ‘제13조 유추적용설’은 정범에게 고의가 부정될 경우, 공범종속설에 따를 경우 악의의 제3자를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법효과제한책임설’은 정범의 구성요건적 고의를 인정하기에 유추적용설의 맹점인 공범 처벌은 가능하다. 그러나 구성요건적 고의가 있지만 과실범을 인정하는 것, 공범은 고의범의 공범인데 정범은 과실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위전착을 일으킨 자는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이렇게 구성요건 고의가 있는 자가 과실범이 되는 것은 기교적 논리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폭행처럼 과실범 처벌규정이 없는 경우, 오상방위로 폭행을 가하는 자에 대한 정당방위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엄격책임설’에 따라 제16조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오영근, 김성돈). 위전착은 행위자에게 구성요건적 고의가 있지만 다른 사실관계를 인식하지 못하여 자신의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 이 때 사실관계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다. 이 입장을 취하면 피고인의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하므로 피고인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이 있겠지만, 이 점은 제16조의 정당한 이유에 대한 인정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 해결해야지[조국, 법률의 무지 및 착오 이론에 대한 재검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형사정책연구』 제12권 제2호(2001/6)], 위전착을 과실범으로 결론짓는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III. 대법원1996. 8. 23.선고94도3191판결―제310조 위법성조각사유의 착오

1.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위법성 조각

동 판결은 한겨레신문사 기자인 피고인이 중앙대 안성캠퍼스 학생회장 사망에 안기부 직원이 관련되어 있다는 오보를 한 사건인데, 대법원은,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진실한 것이라는 증명이 없다 할지라도 행위자가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라고 판시했다. 형법 제310조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제307조 1항)에 해당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 위법성이 조각됨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제310조의 요건인 진실성과 공익성에 대한 착오의 경우에도 위전착 착오 일반에 대한 입장을 유지하여,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경우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2. 학설

제310조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에 대한 학설은 위전착 일반에 대한 학설과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제310조 진실성과 공익성에 대한 착오에 대하여 위전착 일반과 마찬가지로 ‘법효과제한책임설’로 해결하는 입장(배종대), 판례의 입장을 수용하여 ‘성실한 검토의무’를 다했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입장(김일수, 김재봉, 임웅), 그리고 제310조 진실성 요건에 대한 착오는 가감구성요건의 착오이기에, 형법 제15조 제1항이 적용되는 사안일 뿐 위법성조각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손동권, 김성돈) 등이 경합하고 있다.

3. 평가

(1) 진실성 요건 착오

형법 제307조 1항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처벌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310조 진실성 요건에 대한 착오는 가감구성요건의 착오로 구성요건 단계에서만 문제가 되지 위법성조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없다(손동권, 김성돈). 즉, 허위사실을 진실로 오인하고 명예훼손을 한 경우 제15조 1항이 적용되는 구성요건적 착오이므로 경한 범죄의 고의, 즉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고의가 인정된다. 판례의 해석론은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허용되지만, 사실상 ‘입법론적 해석’이다.
제310조 진실성 요건에 대한 착오를 가감구성요건의 착오로 보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필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하여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조국,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의 재구성, 한국형사정책학회, 『형사정책』 제25권 제3호(2013.12)], 이 죄가 위헌이 아닌 이상 해석론은 이 죄를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표현의 자유의 보장의 문제는 위전착 일반론에서와 마찬가지로, 제16조의 정당한 이유에 대한 인정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2) 공익성 요건 착오

다음으로 진실성 요건 착오를 제15조 1항의 문제로 보는 학자 사이에서도 공익성 요건 착오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즉, 손동권 교수는 이를 제16조가 적용되는 금지착오로 보고, 김성돈 교수는 위전착의 문제로 본다.
이 점에 대한 해결은 제310조의 공익성 요건을 정밀하게 검토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제310조의 공익성 요건은 사실의 적시가 객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주관적으로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객관적 요건에 대한 착오는 위전착, 주관적 요건에 대한 착오는 금지착오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필자는 전자인 위전착을 제16조 적용으로 해결하는 ‘엄격책임설’을 취하고 있는 바, 최종적으로 두 착오 모두 제16조로 해결해야 한다.

IV. 맺음말

어떤 논리를 동원하건 간에 범죄론 체계상 구성요건적 고의가 있는 행위를 과실범으로 파악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리고 주관적 착오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여 객관적 위법성을 조각한다는 판례의 태도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위전착은 범죄론 체계를 존중하여 제16조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 그리고 제310조의 경우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처벌하고 있는 우리 형법의 태도를 존중하는 해석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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