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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근로복지공단, 삼성반도체 노동자 악성림프종 첫 산재 인정”

2016-06-08 10:41:04

[로이슈 신종철 기자]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지난 3일 “근로복지공단은 삼성반도체 여성노동자 고(故) 박효순(28세) 님의 악성 림프종(비호지킨 림프종)이 ‘벤젠 등에 노출되어 발생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며, 6월 1일자로 산재인정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 반도체노동자의 악성 림프종(비호지킨 림프종)에 대한 첫 산재 인정 사례로서 의미가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출처=반올림 임자운 변호사 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출처=반올림 임자운 변호사 페이스북
이번 결정을 포함해 현재까지 근로복지공단 및 법원으로부터 산업재해(업무상질병)를 인정받은 삼성반도체 노동자 및 유족은 모두 11명이다.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유방암, 뇌종양, 난소암에 이어 악성 림프종까지 산재 인정을 받은 것이다. (악성림프종은 백혈병과 마찬가지로 벤젠, 전리방사선 등에 노출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림프조혈계 암이다.)

또한 “이번 결정은 근로복지공단이 재해자의 업무환경을 조사할 때 회사의 자료제출이나 답변에만 수동적으로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반올림은 말했다.

고인의 업무환경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취급물질 중에 발암물질이 없었고 업무공간에서 확인된 유해물질 노출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기관(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제출한 자료에 화학제품의 주요 성분이 ‘영업비밀’로 감추어져 있고, 고인이 근무할 당시 공장에 화학물질 유출을 감지하는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한 후, 고인이 취급한 설비와 업무 공간을 직접 조사한 결과에 따라 발암물질 노출이 인정된다고 했다.
반올림은 “덮어놓고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정작 업무환경에 관한 주요 자료는 제출하지 않는 회사의 태도와 그러한 회사의 답변에 의존해 이루어지던 조사 관행이 개선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올림은 “다만 고인의 유족이 2012년 10월에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 접수를 한 뒤 이번 결정이 나오기 까지 무려 3년 8개월이 걸렸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산재보상보험법 제1조에 명시된 ‘신속ㆍ공정한 보상’의 원칙을 근로복지공단이 명백하게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이미 2008년 산업안전보건공단 집단 역학조사에서 반도체 생산직 여성노동자의 악성 림프종 발병율이 일반인구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2011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법원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노동자의 백혈병(악성 림프종과 유사한 계통의 림프조혈계 암)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반올림은 “그럼에도 같은 공장에서 발생한 유사한 질병에 대한 결정이 왜 이토록 늦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노동부는 그 원인을 분석해 다시는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디고 복잡한 산재판정 절차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고 박효순 님은 2002년 4월 전남 화순의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했다. 그 뒤 3년 7개월간 6라인, 8~9라인 포토(감광)공정에서 오퍼레이터로 근무하며 여러 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 한다.

어린 나이 때부터 생체 리듬을 교란시키는 주야간 교대근무를 수행했던 점도 심각한 유해요인이었다. 결국 얼굴에 심한 홍반(피부질환)이 생기는 등 건강이 악화돼 2006년 1월 퇴사했다. 이후 2010년 11월 만 26세의 나이에 악성 림프종(4기) 진단을 받았고, 2012년 8월 19일, 2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반올림은 “고인이 떠난 지 4년이 됐지만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님의 고통과 가족들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못했다”며 “고인의 어머니는 이번 결정으로 유족보상과 요양비, 휴업급여 등을 지급받게 되었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반올림은 “삼성이 반도체 수율(생산성)에 신경 쓰는 만큼의 절반만이라도 노동자들의 건강ㆍ생명 문제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토록 무고한 사람들의 억울하고 슬픈 죽음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반올림은 “고인뿐만이 아니다. 각종 암과 희귀난치성질환에 걸렸다고 제보해 온 삼성반도체ㆍLCD 노동자가 223명에 달한다. 그 중 76명은 이미 사망했다”며 “반도체 노동자들의 집단 산재사망, 이 참사에 대해 삼성은 언제까지 직업병이 아니라고, 회사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만 할 것인가. 또 언제까지 그들의 업무환경을 감추기만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반올림은 강남역 8번 출구 삼성전자 딜라이트관(홍보관) 앞에서 6월 3일로서 241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반올림은 “삼성의 책임 회피와 대화 중단으로 농성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이미 열 한명의 노동자가 산재인정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삼성전자가 그 책임을 인정한 경우는 없었다. 여전히 회사의 안전관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공허하기 짝이 없는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올림은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223명의 직업병 피해, 76명의 죽음에 대해 삼성은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마라”며 “일부 피해자에 대한 입막음용 보상이나 언론 플레이로 이 문제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오산이다”라고 말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보라. 연일 터지는 산재사망 비극을 향해 끓어오르는 여론을 보라. 삼성전자는 지금이라도 안전보건관리를 잘못하고 산재인정을 방해한 점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반올림은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을 실시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라”며 “올해 1월에 약속한 재발방지대책을 제대로 이행하라. 그리고 제발, 더 이상 죽이지 마라”고 호소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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