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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변호사들 ‘변호인 접견 불허’ 국정원에 승소…국가 배상책임

법원 “변호인 접견교통권 침해당한 변호사들에 대해 국가는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 있다”

2015-09-22 16:38:35

[로이슈=신종철 기자] 국가정보원(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가 변호인의 접견을 허가하지 않은 것은 접견교통권 침해로 위법해 국가가 변호인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막은 국정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서울시공무원 유우성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한 유씨의 여동생을 구금한 국정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 민변 변호사들과 국정원에 무슨 일 있었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이번 판결문에 따르면 민변 회원인 장경욱, 천낙붕, 김용민 변호사 등 5명은 천주교인권위원회로부터 부탁을 받고 소위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으로 구속된 유우성씨의 변호를 맡게 됐다.

▲서울서초동민변사무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서초동민변사무실

그런데 이들 변호사들은 구치소 접견을 하던 중 유우성씨로부터 “여동생 유OO가 수개월 동안 국가정보원(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 구금돼 있으니 여동생을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여동생의 변호를 의뢰받게 됐다.

유우성씨는 북한에 거주하던 중국 국적의 화교로서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쳐 2004년 4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이후 한국에 정착해 2011년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그해 서울시청 복지정책과에 계약직 공무원으로 취업했다.

유씨의 여동생 유OO은 2012년 10월 상해에서 제주공항으로 입국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보호신청을 했고, 임시보호시설인 중앙합동신문센터 독방에 수용됐다.

그런데 유OO은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조사과정에서 오빠 유우성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혐의에 대해 진술했고, 국정원은 2013년 1월 10일 유우성씨를 간첩 등의 혐의로 체포하고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2013년 2월 26일 유우성씨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여동생 유OO의 진술을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유우성씨의 간첩죄 등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북한이탈주민이 아님에도 정착지원금을 받았다는 점과 여권불실기재 및 여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와 유우성씨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1심과 같은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상고심이 계속 중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여동생 유OO의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의 진술은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았고, 변호인접견권이 침해당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유우성씨의 부탁을 받은 장경욱ㆍ천낙붕ㆍ김용민 변호사 등은 2013년 2월~3월 사이 6회에 걸쳐 팩스로 국정원에 유씨의 여동생 유OO씨에 대한 변호인 접견신청을 했다. 또한 변호사들은 3회에 걸쳐 직접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민원안내실에서 변호인접견을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유OO가 변호인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거나, 유OO가 변호인 접견의사를 밝힌 이후에는 “유OO는 피의자가 아니어서, 변호인 접견 대상이 아니다”는 이유 등으로 변호사들의 접견신청에 대해 모두 거부처분을 했다.

유OO는 합동신문센터에 수용돼 있는 동안 자신 또는 오빠 유우성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관한 수십 차례의 진술서 내지 확인서를 작성하고, 4회에 걸쳐 특별사법 경찰관의 참고인 조사에, 8회에 걸쳐 검사의 참고인 조사에 응해야 했다.

또한 2012년 11월 5일 이후로 2013년 4월 24일까지 171일 동안 줄곧 독방에 수용되거나, 일거수일투족이 상시 체크되는 CCTV가 설치된 방에 수용됐다. 유OO가 수용된 방에는 안에서는 문을 열고 나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문을 열어줘야만 나갈 수 있는 외부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유OO에게는 달력이 제공되지 않아 날짜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외부와의 연락 또한 일체 허용되지 않았다.

장경욱ㆍ천낙붕ㆍ김용민 변호사 등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변호인접견 거부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제기했고, 법원은 2014년 2월 21일 “유OO가 실질적으로 구금된 피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국정원에 유OO에 대한 변호인접견을 불허한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OO의 변호인인 장경욱ㆍ천낙붕ㆍ김용민 변호사 등 5명은 “변호인 접견 불허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23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가단5060125)을 냈다.

◆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은?

서울중앙지법 민사45단독 허윤 판사는 지난 18일 “피고(대한민국)는 원고 장경욱에게 500만원, 천낙붕에게 200만원, 김용민 등 3명에게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국정원의 잘못으로 국가가 유OO의 변호인 5명의 변호사에게 총 1000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허윤 판사는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할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34조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 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으며, 의사로 하여금 진료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해 구속된 피의자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 교통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변호인 접견교통권은 구속된 피의자의 인권보장, 방어권 행사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제도로서 특별히 법령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한할 수 없다”고 환기시켰다.

허윤 판사는 “유OO의 수용상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유OO는 구속된 피의자와 실질적으로 같은 지위에 있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변호인 접견교통권 불허는 유OO가 변호인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는 형식적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다 하더라도 위법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이로 인해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침해당한 원고들에 대해 피고는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자료 액수에 관해 허윤 판사는 “피고의 기관인 국정원이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별다른 근거 없이 자의적인 해석만 가지고 제약해 그 기간 동안 유OO로부터 국정원에게 유리한 진술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불법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 판사는 또 “유OO의 변호인이 되려했던 원고들이 접견교통을 시도한 횟수와 기간, 원고들이 국정원의 불법을 바로 잡기 위해 기울인 노력의 정도, 유OO이 당시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원고 장경욱은 500만원, 천낙붕은 200만원, 김용민 등 3명은 각 10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장경욱ㆍ천낙붕 변호사는 유우성씨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변호인이 됐고,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했으며, 장경욱 변호사는 국정원에 2회 방문해 접견을 시도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에 차등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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