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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이발 거부해 징벌방 수용된 트랜스젠더, 광주교도소장에 승소

소송 진행한 천주교인권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강제지시 법적 근거 없다는 광주지법 판결 환영”

2014-10-05 11:36:05

[로이슈=신종철 기자] 강제이발 지시 거부로 징벌 받은 트랜스젠더 수용자가 교도소를 상대로 낸 징벌 취소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법 행정부(재판장 박강회 판사)는 지난 2일 교도소 측의 이발 지시를 거부했다는 등의 이유로 징벌방에 감금됐던 트랜스젠더(MTF) 수용자 김OO씨가 광주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징벌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강제 이발 거부해 징벌방 수용된 트랜스젠더, 광주교도소장에 승소이미지 확대보기
먼저 지난 1월 17일 광주교도소 수용관리팀장이 위생을 위해 필요하다며 김씨에게 이발을 강요했다. 여성의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김씨는 평소 긴 머리를 해왔던 터라, 교도소 측이 머리를 짧게 자르라는 지시를 거부했다.

그러자 기동순찰팀이 갑자기 김씨가 수용된 독거실에 들어와서 거실검사를 시행해 △보온물병덮개 1개 △모포 3개 △부채 1개를 발견했다. 교도소 측은 지시불이행과 미허가 물품 소지 혐의로 김씨를 조사 수용했고, 징벌위원회를 열어 금치 9일의 징벌을 의결했다.

이는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15조 제4호에 따른 징벌 부과기준(9일 이하의 금치) 가운데 가장 엄중한 징벌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씨는 조사수용 된 때로부터 징벌이 종료된 2월 6일까지 21일간 징벌방에 감금됐다. 또한 김씨는 징벌기간 중 △공동행사 참가 △신문 열람 △텔레비전 시청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제외한 자비구매물품 사용 △작업 △전화통화 △집필 △서신수수 △접견을 제한 당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 4월 10일 광주교도소장을 상대로 징벌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형집행법은) 수용자는 위생을 위해 두발 또는 수염을 단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 행형법과 같이 두발의 길이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수용자는 성별에 상관없이 두발의 단정함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두발을 길게 기르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두발의 단정함을 유지한다는 것이 반드시 두발의 길이가 짧은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두발의 길이가 길더라도 관리 여하에 따라서는 충분히 단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교도관은) 수용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면서까지 두발의 단정함을 유지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두발을 짧게 자를 것을 지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강제이발의 법적 근거가 없음을 확인했다.

◆ 천주교인권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강제이발 법적 근거 없음 확인한 판결 환영”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해 천주교인권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공동 논평을 통해 “강제이발의 법적 근거가 없음을 확인한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애초 강제이발은 현행법에서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형집행법 제32조는 ‘수용자는 자신의 신체 및 의류를 청결히 하여야 하며, 자신이 사용하는 거실ㆍ작업장, 그 밖의 수용시설의 청결유지에 협력하여야 한다’(제1항), ‘수용자는 위생을 위하여 두발 또는 수염을 단정하게 유지하여야 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두발이 길다고 해서 곧바로 위생 등에 해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이는 강제이발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법무부령인 교도관직무규칙 제33조 제1항은 ‘복교도관은 수용자로 하여금 자신의 신체와 의류를 청결하게 하고, 두발 및 수염을 단정하게 하는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지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 또한 수용자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이발의 법적 근거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이발은 법적 근거 없이 수용자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법하며 따라서 교도관의 강제이발 지시도 정당한 지시라고 볼 수 없다”며 “그럼에도 광주교도소 측은 부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씨에게 금치 징벌을 결정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두발을 짧게 자를 것을 지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강제이발의 법적 근거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우리는 강제이발의 법적 근거가 없음을 확인한 이번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단체는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미허가 물품 소지에 따른 규율 위반은 인정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교도소 측이 사건 당일 시행한 거실검사는 이발 요구를 거부한 김씨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징벌의 핑계를 찾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김씨가 이발 요구를 거부한지 35분 만에 갑자기 거실검사가 시행됐다”고 지적했다.

또 “미허가 물품으로 적발된 보온물병덮개 1개는 출소자로부터 받은 것으로 배급받은 모포를 잘라 주머니 모양으로 이어 붙인 것이었고, 이는 배급받은 온수병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난방이 잘되지 않는 낙후한 건물에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 김씨 뿐만 아니라 다른 수용자들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포 3개도 김씨가 입실할 당시부터 이미 거실에 있던 것이며, 부채 1개 또한 김씨가 안양교도소 수용 당시 에너지 절약을 위해 교도소 측에서 나눠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비록 소지 허가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 물품은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치거나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와는 무관하다”며 “우리는 이 점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다툴 것”이라고 항소 의지를 밝혔다.

끝으로 “우리는 이번 판결이 교정시설에 만연한 강제이발 조치를 근절하고 수용자를 부당하게 복종시키기 위해 교도소 측이 징벌 권한을 남용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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