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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 민낯, 삼성노조 방해하고도 노조위원장 징계

서울행정법원 판결로 드러난 삼성에버랜드는 삼성노조 활동 어떻게 방해했나?

2014-05-06 20:49:52

[로이슈=신종철 기자] ‘삼성에버랜드’가 삼성노동조합(삼성노조)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했으면서도, 오히려 삼성노조 위원장에게 감봉 징계처분을 내렸던 사실이 법원 판결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법원은 삼성에버랜드의 징계가 부당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를 바로잡지 못한 판정도 위법하다고 판단했으나, 삼성에버랜드와 중앙노동위원회가 항소해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은 지난 3월에 나왔다. 그런데 재판부가 삼성에버랜드의 삼성노조 활동 방해 행위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또한 삼성에버랜드가 항소했기에 판결문을 토대로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삼성에버랜드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에버랜드홈페이지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삼성노동조합(삼성노조)은 2011년 7월 1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노동조합설립신고를 해 7월 18일 노동조합설립 신고증을 발급받고, 정식으로 노조로 출범했다.

삼성노조는 삼성그룹 및 계열사 소속 근로자 등을 조직 대상으로 설립된 전국 단위 노동조합이다. 삼성노조 박원우(42) 노조위원장은 1999년 삼성에버랜드에 입사해 근무해 왔다. 참고로 삼성노동조합은 삼성일반노동조합과 다른 단체다.
그런데 삼성에버랜드는 2012년 5월 삼성노조 박원우 위원장에 대해 두 가지 징계사유를 들어 감봉(감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먼저 2011년 9월 회사의 허가 없이 사내에서 노조 설립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특히 회사와 무관한 불특정 외부인과 합세해 사내에서 구호, 연설, 집회 기타 단체행동을 통해 직장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것이 첫 번째 징계사유다.

또 2012년 2월 비정규직 직원 김OO씨의 사망과 관련해 삼성노조 성명서, 신문사 기고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주장, 유포함으로써 회사의 명예를 오손했다는 게 두 번째 징계사유였다.

이에 삼성노조 박원우 위원장은 “징계처분이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12년 9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으나 기각 판정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박 위원장이 2012년 12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2013년 3월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내리자 소송을 냈다.

박원우 위원장은 “2011년 9월 근로자 7명(조합원)과 함께 삼성에버랜드 통근버스 하차 장소에서 퇴근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삼성노조의 설립을 알리고 직원들의 적극적인 가입을 홍보하기 위한 유인물을 배포했는데, 이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노조의 대표가 비정규직 직원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작성한 성명서 및 언론 인터뷰 내용은 진실이므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삼성에버랜드의 명예를 오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따라서 징계처분은 정당한 사유가 없어 무효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에버랜드가 징계처분을 한 것은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보복적 조치이므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삼성노동조합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삼성노동조합홈페이지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반정우 부장판사)는 지난 3월 20일 삼성노조와 박원우 노조위원장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감급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2013구합9373)에서 “재삼판정을 취소하라”며 삼성노조와 박원우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에는 삼성에버랜드가 중앙노동위원회의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다. 1심에서 패소한 중앙노동위원회와 삼성에버랜드가 항소해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유인물의 주된 내용은 참가인(삼성에버랜드) 근로자들에게 삼성노조의 설립 사실을 알리면서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복지 증진 기타 사회적ㆍ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필요성과 가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내용 중에 ‘막강한 힘을 가지고 삼성노조를 여러 방법으로 탄압하고’, ‘무노조 경영의 악명을 증명이라도 하듯’ 또는 ‘조합원에게 유치하고 졸렬한 탄압을 자행’이라는 다소 자극적이고 과장ㆍ왜곡된 표현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유인물을 배포한 목적이 삼성에버랜드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실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 박원우 등은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유인물을 배포했고, 유인물을 배포한 장소도 직원들이 통근버스에서 하차하는 지점이었으므로, 유인물 배포로 인해 삼성에버랜드의 영업이나 직원들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등이 2011년 9월 16일 유인물을 배포한 장소인 기숙사 현관 앞은 구조상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곳으로 보이나, 삼성에버랜드가 갑자기 통근버스의 하차 장소를 기존의 기숙사 주차장에서 기숙사 현관 앞으로 변경하자, 원고 등이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기 위해 현관으로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원고 등의 유인물 배포행위가 삼성에버랜드의 시설관리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침해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당화할 충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에버랜드의 노조활동 방해 행위도 꼬집었다.

재판부는 “원고 노조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삼성에버랜드의 직원들에게 노동조합 설립사실을 알릴 필요성이 큰 시기였음에도, 삼성에버랜드는 사내 전산망에서 원고 노조 홈페이지의 접근을 차단하고, 원고가 삼성에버랜드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도 삭제함으로써 원고 노조가 삼성에버랜드의 전산망을 통해 노동조합을 홍보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고 밝혔다.

또 “뿐만 아니라, 삼성에버랜드의 직원들은 업무의 특성상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넓은 공간에 분산돼 근무하고 있어 유인물 배포, 연설 또는 피켓시위 외에는 노동조합 홍보를 위한 별다른 방법을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또한 유인물 배포 등은 일시적, 잠정적 행위에 불과해 삼성에버랜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삼성노조의 활동을 인정했다.

이와 함께 삼성노조 박원우 위원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삼성에버랜드의 명예를 오손했다는 징계사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이에 대해서도 삼성에버랜드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망인(비정규직 직원)의 사망원인에 대해 참가인(삼성에버랜드)과 유족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삼성에버랜드는 유족들이 망인의 지인들과 통화하는 내용을 수집하거나 유족들이 원고 삼성노조나 망인의 사망사건을 취재하려는 기자와 접촉하는 것을 감시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에버랜드는 유족들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주장하나, 오히려 삼성에버랜드는 유족급여청구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이 있기 전까지 유족들에 대한 집요한 설득과 직원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 개최 등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삼성노조 성명서 및 인터뷰 기사의 내용이 다소 자극적이고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목적은 삼성에버랜드가 망인의 사망원인을 은폐, 왜곡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고, 삼성에버랜드의 대응상황 등에 비춰 위와 같은 의혹제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전체적으로는 성명서 및 인터뷰의 목적이 삼성에버랜드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실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부당노동행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삼성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 등이 상당한 시간 동안 유인물 배포를 시도했기 때문에 삼성에버랜드는 유인물 배포행위가 원고 노조의 활동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지속적으로 유인물 배포 제지행위를 한 점, 또한 제지의 방법도 상당수의 직원을 동원하거나 통근버스의 하차 장소를 갑자기 변경하는 것으로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에버랜드는 원고에게 유인물 배포행위를 징계사유로 해 징계처분을 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삼성에버랜드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삼성에버랜드가 원고 박원우에게 징계처분을 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정한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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