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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 천주교인권위 “수형자 선거권 헌법불합치” 비판

민변, 민주법연 등 12개 시민사회단체 28일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

기사입력 : 2014.01.29 11:30 (최종수정 2016.06.1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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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신종철 기자]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8일 헌법재판소가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환영했다.

그러나 수형자와 가석방자의 선거권 박탈에 대해서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돼 위헌이지만, 2015년까지 시한으로 개정을 명하면서 그때까지 잠정 적용토록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법연), 천주교인권위원회, 불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인권교육센터 ‘들’, 소수자인권위원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구속노동자후원회,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전쟁 없는 세상,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등 12개 단체다.

먼저 이번 헌법소원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기금은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한 고(故) 유현석 변호사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012년 4월 1차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구인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병역법 위반)로 징역 1년6월을 선고 받은 전박길수씨와 홍원식씨(전쟁없는세상), 2010년 6월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장애등급심사센터를 점거한 사건(업무방해 등)으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받은 구교현 전 장애인부모연대 조직국장(현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위원장)이다.

또 2013년 2월 2차로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2012년 총선에서 수형자 또는 집행유예자라는 이유로 선거권을 박탈당한 청구인들이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 과정에서 업무방해 등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선고받은 강동균 당시 강정마을회 회장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홍기룡씨(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다.

박래군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도 있다. 박 위원장은 용산참사 진상규명 요구 집회와 관련해 일반교통방해 등으로 징역 3년1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종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도 같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또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여주 이포댐 기둥 상단에서 41일간 캠페인을 진행한 후 자진 철수했다가 업무방해 등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선고받은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과 같은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박평수 고양환경연합 집행위원장도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장애인교육권 쟁취, 안마사 생존권 수호, 사회복지시설 비리 척결,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 촉구, 장애인 차별 철폐, 국가인권위 독립성 훼손 시도 중단, 장애인 예산 삭감 규탄 등을 요구하는 여러 집회와 관련해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도 함께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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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하는천주교인권위원회(사진제공=천주교인권위)
◆ 시민사회단체 “수형자 선거권 헌법불합치는 구시대 발상 극복하지 못한 것”

천주교인권위원회, 민변, 민주법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헌법재판소 선고 직후 헌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참정권으로부터 배제돼 국민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던 수형자 등에게도 선거권이 있음을 확인한 이번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하지만 선거의 장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징역형 선고를 받고 판결이 확정돼 교도소에 수용돼 있는 수형자와 가석방자, 집행유예자에게 선거는 ‘그들만의 축제’에 불과했다”며 “헌법이 정한 보통선거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법이 이들의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체들은 “수형자 선거권 제한의 입법목적으로 흔히 범죄 예방과 준법의식의 함양이 거론됐지만, 선거권 박탈이 범죄예방에 기여한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오히려 수형자를 재사회화하고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을 부여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또 “뿐만 아니라, 형사책임을 지는 것과 시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응분의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하더라도, 이들에 대해 주권행사의 핵심인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이 당연히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들은 “특히 이번 사건의 청구인들은 병역을 거부하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기지에 맞서 평화적 생존권을 옹호하기 위해, 벼랑 끝에 내몰린 철거민을 태워 죽인 국가 폭력을 폭로하기 위해, 4대강 사업에 묻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차별 받는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형사처벌을 기꺼이 감수한 이들”이라며 “국가가 이들로부터 선거권을 빼앗은 것은 국가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봉쇄하고 이들을 사회로부터 배제하기 위한 조치였을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형자를 비롯해 징역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한 시민으로서 주권자로서 기본권의 주체로 대우받아야 한다”며 “수형자나 집행유예자, 가석방자도 형벌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자유박탈 이외에는 이른바 ‘일반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 단지 징역형의 선고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라면 누구나 향유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의 행사를 부정당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들은 “오히려 선거권 박탈은 수형자 등을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들을 배제함으로써 사회적 낙인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선거권 박탈은 이른바 ‘범죄자’를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낡은 시대의 유물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단체들은 “집행유예자의 선거권 박탈이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것이고, 집행유예자들은 6월 4일 지방선거부터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러나 헌재가 집행유예자와 달리 수형자의 선거권 박탈에 대해 단순 위헌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함으로써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위헌적 상태를 즉시 제거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당장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집행유예자와 달리 수형자는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체들은 “헌재가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에 대해서는 국회의 입법재량을 인정하면서 범죄의 유형과 형기 등을 고려하도록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범죄의 대가로 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구시대의 발상을 온전히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때 국회가 모든 국민이 선거에 자유롭게 참여해 공동체의 질서를 형성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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