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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학생인권조례 뒤집은 문용린…윤명화 “분노…대폭 수정”

서울시교육청 “복장ㆍ두발 등 규제” 개정안…서울시의회 원안 통과 전망 어두워…

2013-12-30 18:45:39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의 자유권적 기본권을 적극 보장하겠다”며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강화해 학생의 복장ㆍ두발 등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30일 발표했다.

하지만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도 오히려 학생인권의 후퇴를 담고 있어 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개정안의 원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첩첩산중의 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1월말께 서울시의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개정안이 절차적 흠결을 갖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 상정될지 부터가 관건이다. 만약 교육위원회에 상정되더라도 개정안이 학생인권의 후퇴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대폭 수정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만약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붙여질 경우에도 서울시의회는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전망이 어둡다.

특히 서울시민 10만명의 서명으로 이루어진 학생인권조례안을 문용린 교육감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개정하려 한다는 비판까지 직면해 ‘정쟁’의 불씨를 지폈다는 질타도 나왔다.

◆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윤명화 의원 인터뷰
<로이슈>는 이날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명화 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서울시의회교육위원회부위원장인윤명화의원(사진=트위터)
▲서울시의회교육위원회부위원장인윤명화의원(사진=트위터)
당장 윤명화 의원은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개정안은 또 다시 학생인권조례를 정쟁으로 내모는 개정안”이라고 규정했다.

윤 의원은 먼저 “학생인권조례 43조에 따르면 개정안을 입법예고를 할 경우에 학생인권위원회에 검토를 요청하기로 돼 있는데도, 이번에 학생인권위원회에 어떤 의견도 묻지도 않았다”면서 “이 자체로 학생인권조례를 위반한 사항이다.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내용도 사실은 상당히 논란이 되는 내용들에 손을 대서 학생인권조례의 근간을 흔들려고 한다”며 “예를 들면 차별금지 사항도 그렇고, 상위법 법령 위반도 그렇고, 게다가 다른 건 몰라도 복장이나 두발 같은 경우 시민들도 그것에 대한 저항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제한한다는 부분, 또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압수하는 제한을 한다는 것은 학생들을 기존처럼 다시 통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그래서 상당히 분노가 온다”며 “서울시민 10만명의 서명으로 이루어진 학생인권조례안을 교육감이 아무리 권한이 있다고 하지만 (문용린 교육감의) 자의적인 판단이 첨언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을 겨냥했다.

윤명화 의원은 특히 “이 조례안이 입법예고와 의견수렴을 통해서 1월말경에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 상정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우선은 교육위원회 의장단과 이것을 상정할지를 논의를 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만약에 혹시라도 상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교육청에서 내려온 개정안을 대폭 수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그리고 교육위원회에서 최대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할 것이고, 혹시라도 통과가 된다면 본회의장에서라도 다시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서울시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왜냐하면 전체 서울시의원 114명 중 67.5%가 학생인권조례를 의결한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윤명화 의원의 지적대로 또 정쟁으로 내모는 후퇴한 개정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윤 의원은 “학생인권옹호관의 경우도 별도의 조례로서 옹호관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한 것인데, 그 옹호관을 교육감이 임명하는 것으로 해서 학생인권조례의 의미를 완전히 퇴색시키고 후퇴시켰다”고 질타했다.

윤 의원은 “그렇다면 학생인권조례의 근간이 UN의 아동권리협약에 준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반기문 총장이라는 UN대표를 만든 마당에 이렇게 UN에서도 하고 있는 인권을 후퇴시키는 서울시교육청의 인권에 대한 무지에 대한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말도 안 되는 개정안”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기자와의 연락에서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냈다. 학생인권을 교사의 수업권이라는 일종의 공권력 아래에 두고 이를 다시 교장의 학교 관리권에 종속시켜 버리는 말도 안 되는 개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교수는 또 “게다가 성소수자학생에 대한 차별금지조항을 없애버리면서 학생인권문제를 정치판으로 끌고 가고자 하는 의도를 역력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무슨 내용 담았길래 비판 받나?

먼저 현행 학생인권조례 제3조(학생인권의 보장 원칙) 1항은 “학생인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 권리이며, 교육과 학예를 비롯한 모든 학교생활에서 최우선적으로 그리고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부분과 “최우선적으로 그리고 최대한”이라는 부분을 삭제했다. 사실 개정안이라면 종전에 없는 구체적이고 진일보한 문구를 포함되는 게 통상적인데, 개정안은 반대로 이런 문구를 삭제했기에 학생인권이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이 조항 3항의 경우 “학칙 등 학교 규정은 학생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제한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학생의 권리는 교원의 교육ㆍ연구 활동의 방해, 학내 질서 문란, 타인의 권리 침해, 교육과정에 따른 중요한 교육상 필요의 증진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학교 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신설했다.

현행 조례 제5조는 “학생은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에서는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부분을 삭제하고 “개인성향”이라는 포괄적인 문구로 수정했다.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담은 제12조 2항은 “학교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복장,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복장에 대해서는 학교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학교장은 교육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ㆍ개정한 학칙으로 복장, 두발 등 용모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복장과 두발을 단속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사생활의 자유를 담은 제13조도 수정했다. 현행 조례는 교직원은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학생의 동의 없이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압수해서는 안 된다.

또 불가피하게 학생의 소지품 검사를 하는 경우에는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돼야 하며, 불특정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괄 검사 또는 검사의 목적물을 소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교원은 학생 자신과 타인의 안전 또는 건강을 침해할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소지품을 검사하여 학칙에 위반되는 물건의 소지를 제한할 수 있다”고 수정했다.

일괄 검사도 단서를 달면서 허용했다. “다만 불특정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괄 검사는 사전에 목적과 범위에 대하여 학생ㆍ학부모에게 알려야 하고, 검사는 학생의 연령, 성별, 행위의 성격 등에 비추어 과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고 바꿨다.

두발과 복장의 자유, 소지품 검사 금지 등을 규정한 학생인권조례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정책인데,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이를 모두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소수자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28조 “…성소수자, 근로 학생 등 소수자 학생이 그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적정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도, 개정안에서는 ‘성소수자’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대신 ‘북한이탈학생, 학습부진 학생, 미혼모 학생’을 추가했다.

다만 ▲빈곤 학생의 권리 ▲장애 학생의 권리 ▲한부모 가정 학생의 학습권 보장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 학생의 권리 ▲학생 운동선수의 권리 ▲북한 이탈 학생의 권리 ▲근로학생의 권리 ▲학습부진 학생의 권리 ▲미혼모 학생의 학습권 보장 등은 신설했다.

이밖에 눈에 띄는 대목은 교사의 교권강화 차원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 부분은 더욱 강조한 부분이다. 인권조례 제4조 ‘책무’ 조항에서 학생은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한 준수 사항을 규정했다.

학생이 지켜야 할 책무를 ▲다른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인권 존중 ▲교사의 수업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 존중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ㆍ지도에 대한 존중 등으로 세분화했다. 아울러 보호자에 대한 책무를 신설했다.

이와 함께 학생인권위원회의 권한은 축소하는 반면, 교육감의 인사권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잡은 점도 문제가 부각될 전망이다.

먼저 학생인권옹호관의 복무, 처우 등에 관해 ‘별도의 조례로 정한다’는 조항을 ‘교육감이 정한다’로 수정했다.

또한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인권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교육감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개정안은 동의를 얻는 부분을 삭제했다. 뿐만 아니라 학생인권옹호관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감은 ‘학생인권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해촉 할 수 있다는 규정도, 개정안은 ‘동의’ 부분을 삭제했다.

따라서 교육감이 학생인권위원회의 동의를 얻지 않고 학생인권옹호관을 임명하고, 해촉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둠으로써 교육감의 인사권을 강화한 것이다.

[로이슈=신종철 기자 / 기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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