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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 교수 칼럼] 플리바게닝제도 도입 필요하다

정완(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이버범죄연구회장)

2012-01-03 17:41:15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플리바게닝제도 도입 필요하다

정완(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이버범죄연구회장)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법거래, 유죄답변거래 등으로 불리는 이른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제도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실시중인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간의 연구를 거쳐 ‘내부증언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라는 명칭으로 국회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된 바 있다. 검찰은 이 제도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가에 도입되어 정착된 제도임을 강조하면서 보다 효과적인 범죄수사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인 반면, 법원은 공판중심주의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변호사협회는 인권침해 우려를 강조하며 적극 반대하고 있다.

‘플리바게닝’이란 피고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측이 형량을 낮추어 주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검사와 피고측 변호사간에 유죄인정을 조건으로 형량을 협상하면, 항소 등 절차 없이 판사가 바로 형량을 선고하게 된다. 이 제도는 주로 미국에서 수사ㆍ기소ㆍ재판의 모든 형사절차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플리바게닝 제도의 도입 찬성론의 근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형사사건을 신속하게 종결지음으로써 소송경제를 도모하고 형사사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국민참여 재판제도 시행, 공판중심주의의 강화 등 형사사법제도의 중요한 변화에 따라 예상되는 형사사법 업무량의 현저한 증대에 대응하기 위해 협상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둘째, 현재의 형사실무에서도 협상이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형사사법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으므로 협상절차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관련 당사자들에게 모두 이익이 된다. 즉, 검사와 변호사의 업무부담을 줄여 주고, 피고인은 양형혜택을 얻게 되며, 법원도 신속한 사건처리로 업무부담을 덜 수 있고, 아울러 피해자 또한 공판절차의 진행에 따른 부담과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반면에 플리바게닝 제도의 도입 반대론의 근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형사절차에서 수사편의나 소송경제를 위해 협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당초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반하여 부당하다. 이러한 요소가 본질적 가치인 정의나 형평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없다.

둘째, 실체적 진실발견이 형사소송의 주된 목적인데, 혐의사실협상은 형사절차에서 검사의 권한을 기소편의주의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까지 확장시키는 것이며, 이로써 진실주의가 희생되고 형사사법의 정의실현 요청에 반한다.

셋째, 협상은 형사소송 주체의 하나인 피해자를 배제 또는 소외시키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넷째, 공판중심주의는 모든 형사사건에 대해 추구해야 할 이념인데 이러한 공판중심주의가 형해화할 수 있다. 이 밖에, 헌법상 무죄추정원칙 위반,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피해자의 재판상 진술권 침해, 적법절차원칙 침해 등을 근거로 들 수 있다. 현실적인 면에서는 검사의 협상능력이 피의자보다 강하고, 변호인의 능력에 따라 협상결과가 좌우되거나 수사절차의 부실이 초래될 수도 있다.

생각건대, 현행 기소편의주의 하에서도 불기소처분이나 기소유예처분 등을 통해 피의자의 협조여부에 따른 사실상의 협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형사실무에서 이러한 협상이 암암리에 이루어진다면, 형사사법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으므로, 협상절차를 공식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제도의 도입에 있어서는 형사소송의 이념을 저해하는 혐의사실협상은 허용되기 어려우므로 주로 양형협상의 형태로 범죄의 종류와 성격 등에 따라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가령, 유죄인정을 통해 중대한 공익이나 일반의 생명ㆍ신체 등 중대한 법익을 그 침해로부터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국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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