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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60대 원고에게 ‘버릇없다’는 인격권 침해

인권위 “재판장으로서 법정지휘권 갖고 있어도 사회통념상 허용 안 돼”

2010-02-04 11:52:26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재판 도중 60대 노인이 법정질서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버릇없다”고 말한 판사의 행위는 재판장으로서 법정지휘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4일 인권위에 따르면 작년 4월 서울중앙지법의 한 민사법정에서 A(69)씨는 재판이 진행되던 중 법정에서 허락받지 않고 발언했다는 이유로 40대 B판사로부터 “어디서 버릇없이 툭 튀어 나오느냐”며 질책을 받았다.
이에 A씨는 모 월간지에 ‘버릇없는 소송 당사자의 소망’이라는 제목으로 수필을 기고하며 인권위에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했고, 당시 수필은 진정요지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신중한 사법부가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인권위 조사에서 B판사는 “A씨가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이었기에 법정예절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임에도, 재판장 허락 없이 재판장과 피고 대리인의 대화에 끼어들어 법정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기에 엄히 주의를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는 재판장의 법정지휘권 행사이지 진정인 A씨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다만 진정인이 주장하는 표현을 했는지는 기억할 수 없고, 법정예절을 지키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의 소송대리인으로서 당시 법정에서 이 사건을 목격한 C변호사는 인권위의 참고인 조사에서 “A씨의 주장은 사실이며 나도 당시 판사의 말에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매우 불쾌했다”며 “판사는 40대였고, A씨와 나는 70대였는데, 손아래 사람에게나 사용하는 ‘버릇없이’라는 말을 들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충격과 당시 (판사에게) 대응하지 못한 자책감 때문에 사건 발생 다음날 해당 사건의 소송대리를 사임했다”고 덧붙였다.

조사를 마친 인권위는 “진정인의 주장에 대해 피진정인(판사)은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임에도 불구하고 법정예절을 지키지 않아 엄히 주의를 준 사실은 있으나 정확한 발언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참고인의 진술과 사건발생 전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면 피진정인이 진정인에게 ‘버릇없다’는 발언을 했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통상 ‘버릇없다’는 표현은 어른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 이를 나무라며 사용하는 말”이라며 “따라서 비록 진정인이 법정질서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고, 피진정인이 재판장으로서 법정지휘권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사회통념상 40대 피진정인이 69세인 진정인에게 사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정지휘권도 공복의 위치에 있는 공무원에게 주어진 권한인 이상 공무원이 이를 국민에게 행사함에 있어서는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비롯한 국민들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진정인이 법정지휘권 행사범위를 벗어난 ‘버릇없다’의 발언을 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진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인권위는 서울중앙지법원장에게 피진정인에 대해 주의조치할 것과 향후 재판과정에서 국민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최근 B판사에게 주의조치를 했고, 법정 모니터를 강화하는 등 유사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겠다는 의사를 인권위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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