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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후 만취해 추락사했어도 업무상재해

서울행정법원 “사업주의 만류에도 과음한 것이 아니므로”

2009-08-24 13:18:53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회사 송년회를 마친 후 농수로에 추락해 사망했더라도 회식자리에서의 과음이 원인이 됐다면 사고는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모 골프연습장 관리부장으로 근무하던 A(48)씨는 2007년 12월20일 오후 11시까지 1·2차 송년회식을 마치고 행방불명됐는데, 다음날 오전 회사로부터 약 2km 정도 떨어진 농수로에서 익사한 채 발견됐다.
A씨는 송년회식이 끝난 후 다음 날 근무를 위해 회사로 가서 잠을 자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부하직원이 불러준 대리운전기사로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 회사에 도착했는데, 회사 정문이 잠겨 있자 차량을 회사 옆 주차장에 주차시켰다.

차에서 내린 A씨는 회사 정문을 열기 위해 수 차례 문을 잡아당기다가 문을 열지 못하자 이동하던 중 발을 헛디뎌 골프연습장 인근 농수로에 빠져 익사한 채로 발견됐다.

농수로에서 지상까지 높이가 1.7m 정도에 달해 망인이 올라오기 힘들자 출구를 찾기 위해 걸어 내려가다가 올라가는 곳을 찾지 못하고 끝내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A씨의 처 B씨는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보상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5월 “송년회식을 마치고 사업주 지배관리를 벗어나 귀가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했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B씨는 “사건의 발단이 된 송년회식은 사장의 지시로 이루어졌고, 비록 망인이 자신의 주량을 가늠해 음주를 자제하지 못한 결과로 사고를 당하게 됐더라도 그 사고는 송년회식의 음주 및 취한 상태가 원인이 됐으므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함에도 이를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서태환 부장판사)는 최근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A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며 원고승소 판결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회식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해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돼 부상·질병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게 됐다면, 과음이 사업주의 만류 또는 제지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독자적으로 한 것이거나,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1·2차 회식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부검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19%에 달할 정도로 과음을 했고, 그것이 주된 원인이 돼 농수로에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게다가 사장은 1차 회식이 끝난 후 망인에게 2차 회식을 주관해 줄 것을 부탁한 점 등에 비춰 보면 망인이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말미암아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러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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