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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고법원장들에 편지…“존경받는 법률가 돼 달라”

참여연대, 7일 퇴임한 오세빈 서울고법원장과 박용수 부산고법원장에 당부

2009-02-08 16:15:23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한상희 소장(건국대 법대교수)과 박근용 팀장이 7일 35년간 입은 법복을 벗고 정든 법원을 떠나는 오세빈 서울고법원장과 박용수 부산고법원장에게 “퇴임 후 존경받는 법률가가 돼 달라”는 공개편지를 써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6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올린 ‘법관의 짐을 벗고 시민이 되는 두 법원장께 보내는 편지’라는 글에서 먼저 “편지를 보내기로 한 것은 오늘이 지나면 두 분이 지난 35년 동안 어깨에 지고 있던 큰 짐을 내려놓고 저희와 같은 시민들 속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편지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법관은 판관으로서 신의 역할에 비유될 정도로 중차대한 직책이고, 누군가의 인생을 가를 중대한 판결을 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인권과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약자들의 희망이 되기도 한다”며 “그러기에 돌이켜 보면 두 분께서는 그동안 법관으로서 적지 않은 부담 속에서 한 평생을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두 분께서 35년의 세월을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법과 정의의 수호자로서 이 사회의 밝음을 위해 헌신해 왔음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아울러 이제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가 돼 이 땅에서 핍박받는 자들을 위해 사자후를 토할 것을 생각하니 그 또한 뜻 깊은 일이라 여겨진다”며 “그동안의 수많은 수고를 내려놓고 이제 시민 곁으로 돌아오는 두 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두 분께 간곡한 부탁 하나 드리고 싶은 게 있다”며 “비록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그리 탐탁한 부탁이 아닐 수는 있겠으나, 돌다리도 두드려 본 후 건너고 싶은 여린 마음에 드리는 말씀이니 곰곰이 숙려해 준다면 그것 자체도 의미있다”고 이어갔다.

그러면서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오는 ‘전관예우’라는 말을 꺼냈다.
이들은 “잘 알겠지만 퇴직한 판사와 검사가 재판이나 수사과정에서 후배 판사와 검사한테서 어떤 특혜를 받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표현하는 말”이라며 “이는 과거의 폐단이었을 뿐 최근에는 ‘전관예우가 없다’는 법원의 이야기도 없지 않으나, 그럼에도 저희를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전관예우의 존재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국민이 무한하게 신뢰해야 할 사법절차와 사법기관, 그에 종사하는 법률가 사회 전체가 이 ‘전관예우의 의혹’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불신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이 가로막히고 있다는 점”이라고 상기시켰다.

아울러 “선배 법관이 퇴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변호사가 돼 같은 법원에 근무하던 후배 법관 앞에 서면, 그 후배 법관이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이 원초적 의심은 (법원이) 아무리 전관예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외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박용수 법원장이 대구고법원장에 막 취임했을 때인 2007년 2월 전임 대구고법원장이었던 김진기 변호사가 영천시장의 선거법위반 항소심 사건의 변호인으로 등장해 세간의 문제가 된 기억을 상기시키며 “그때 저희는 참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또 “고법원장 정도의 고위직을 보낸 분이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김진기 변호사는 그 사건을 가장 잘 변호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수임했을 것이지만, 그로 인해 쏟아질 법률가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실망감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봐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 “당시 대구고법원장인 박용수 법원장은 이로 인해 사회적인 지탄이 일자 그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재배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체야 어떻든 법원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전관의 경력을 가진 변호사가 회전문을 타고 다시 법대 앞에 섰을 때 후배 법관들이 느끼는 부담, 그리고 괜스레 법원과 법률가들에게 쏟아지는 국민의 우려와 불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책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이런 전례를 걱정하면서 두 분께 스스로 후배 법관에게 이런 부담이 되지 않길 간곡히 부탁드리고자 한다”며 “만약 퇴임 후에 변호사로서 활동을 한다면, 두 분께서 35년 동안 혼신의 노력을 다해 생활해 온 법원, 그리고 계속 법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후배 법관에게 부담이 되는 것만은 피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울러 “퇴임한 지 1년, 아니 6개월 만이라도 두 분은 마지막으로 근무한 서울고법과 부산고법의 사건을 수임하는 것만은 자제해주었으면 한다”며 “‘최소한의 냉각기’라 생각하면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지난해 2004년 이후 퇴직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들의 사건수임 내역을 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는데, 결과는 상상한 것을 뛰어넘었다”며 “퇴직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최종 근무 법원의 사건을 수임한 경우도 있고, 한 달 이내에 수임한 경우도 적지 않았으며, 6개월 이내와 1년 이내 경우까지 넓혀보면 그 수는 매우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실태조사 자료를 준비했던 참여연대의 젊은 상근자들 사이에서는, ‘그 분들은 법관생활을 30여 년씩 하다가 퇴직했는데 한 달 정도 마음 놓고 쉬지도 않나’, ‘경제력도 있을 텐데 보름이나 한 달 정도 해외여행을 다녀올 생각도 왜 안 했을까’ 하고 말하기도 했다”고 혀를 찼다.

이들은 “두 분은 법관생활을 모두 정리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할 것인지 이미 생각해 뒀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구상했던 것 안에 오늘 부탁드린 것이 끼워들 여지가 있다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 이 시간에도 두 분의 퇴임과 그에 이은 변호사개업을 학수고대하면서 궁지에 빠진 사람들을 ‘전관예우’라는 말로 현혹시켜 일확천금을 꿈꾸고 있을 법원브로커들에게 따끔한 일침이 되기 위해서라도”라고 강조했다.

또 “혹은 선비는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치지 아니하며 외밭에서 신발끈을 묶지 않는다는 말처럼 비록 오해에서 나온 말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전관예우’의 폐단을 걱정하며 사법정의를 갈구하는 우리 모든 시민들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실제 우리 사회는 아쉽게도 고위법관 출신의 법조인으로 세간의 존경을 받는 분이 그리 많지 않고, 오히려 고위관직에 올라 ‘거악의 척결’을 외치더니 퇴직해 비리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재벌총수의 변호인이 돼 그의 뒤를 따라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서는 억장 무너지는 현실의 경험이 더 크게 인식되고 있을 뿐”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저희는 법률가의 표상이 돼 많은 이의 존경을 받을만한 법률가를 한 분씩 더 갖고 싶다. 우리 시민들에게는 지금 그런 분이 대법관에서 물러난 후 변호사 개업의 길 대신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경험을 전수하는 길을 택한 조무제 전 대법관 밖에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부디 바라건대, 두 분께서 이런 귀감이 돼 달라”며 “후배 법관들에게는 퇴임 후 이렇게 처신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시민들에게는 ‘오늘날 우리 법원은 이렇게 건전해 졌구나’라는 감흥을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리하여 서울과 부산 두 지역사회에서는 최고의 권위와 신망의 상징인 고법원장을 보내고 이제 사회의 품으로 들어서는 두 분께서 정녕 시민들이 존경할 수 있는 또 한 명의 법률가가 돼 주길 성심으로 요청한다”고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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