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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법관 영예는 권력이나 물질과 무관”

법무관 출신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법관의 자세 강조

2008-04-01 10:38:55

이용훈 대법원장은 1일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법무관으로 전역한 신임 법관 45명에 대한 임명식에서 “법관의 길은 더없이 영예로운 길이지만, 법관의 영예는 세속적 권력이나 물질적 풍요와는 무관하다”며 법관의 자세를 강조했다.

이용훈 대법원장 이 대법원장은 이날 “군법무관 3년 동안 사회적 배경이 저마다 다른 장병들과 함께 호흡하며 사회에서 얻지 못할 값진 경험을 했다”며 “국민이 풍부한 인생 경험을 쌓은 법관에게 재판 받기를 바라는 지금, 군 생활에서 얻은 국가와 사회,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야말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재판을 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부터 여러분은 셀 수없이 많은 사건을 심리하고 판단하게 될 것인데, 그러다 보면 눈앞에 놓인 개개 사건을 한낱 일거리로 보아 매순간 그것을 처리하는 데만 관심을 쏟기 쉽다”며 “그러나 이는 법관의 참된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또 “법관은 개개의 사건을 처리하면서도 항상 시야를 넓혀 국가와 사회, 그리고 사법부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국민이 만족하는 재판을 할 수 있을지, 오늘의 재판이 나라 전체의 법질서 확립에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당사자로부터 재판에 대한 신뢰와 승복을 얻는 일”이라며 “당사자가 재판을 믿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사건을 처리해 봐야 그저 사건이 여러분의 손을 떠나는 것일 뿐, 그것으로 분쟁이 종국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처리했다고 생각한 사건이 고스란히 상급심으로 옮겨가 국민의 아픔을 가중시키거나, 심한 경우 새로운 분쟁을 낳기까지 해 사법부의 역량을 헛되이 소진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은 사건을 종국적으로 해결할 책임이 바로 자신에게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며 “경험이 일천한 배석판사라 해도 심리와 판단의 주체로서의 책임을 재판장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정을 주재하는 것은 재판장이지만, 사건 심리의 방향과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심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며 “이러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재판부의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기 쉽고, 그만큼 법정에서 당사자들을 설득해 승복시키기도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대뜸 비슷한 사안을 다룬 판례부터 찾아 손쉽게 사건을 해결하려 하거나, 상급심에 사건을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며 “비슷한 사건은 있을망정 같은 사건은 없으며, 심급제 또한 국민의 이익과 객관적 법질서의 통일성·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법적 장치이지, 법관의 책무를 회피하기 위한 구실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법관이 중심을 잃고 시류에 영합하면 안 돼”

이어 “의사가 환자를 떠맡은 일감으로 취급해 무시하고 고압적으로 대한다면, 환자는 의사를 불신하게 되고, 그 결과 몸과 마음의 병을 키우게 될 수도 있다”며 “자신이 이해하지도 수긍하지도 못할 이유로 법적 불이익을 받으면 그 사람의 마음속에는 피해의식과 불신, 원망, 증오의 씨앗이 뿌려진다”고 법관의 자세를 주문했다.

이 대법원장은 특히 “법질서로부터의 일탈이 낳은 사회심리적 병리현상을 치유하는 것이 사법의 고유기능 중 하나임을 잊지 말고, 항상 소송관계인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아픔을 헤아려 어루만져줄 수 있는 넓은 도량과 넉넉한 인품을 길러나갈 것을 당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사건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법관으로서의 자세를 가다듬는 일”이라며 “사법권도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나온 것인 만큼 법관도 국민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그러나 헌법과 법률이 말하는 국민의 진정한 의사와 정치·경제·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여론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법관이 중심을 잃고 시류에 영합하면 결코 국민을 제대로 섬기지 못함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관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고, 부와 권력을 가진 이에게 편향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지만, 가난하고 못 배운 이라 하여 편벽되게 옹호하거나 적당히 양해해서도 안 된다”며 “공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법관의 임무이며, 그 사람의 지위나 학식, 재산에 따라 베풀거나 빼앗는 것은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관은 직무에 관한 한, 남에게 호의를 베풀 수도 없고 남의 호의를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직무와 관련해 만나는 사람이 베푸는 호의 중 대가가 없는 것은 없으며, 이러한 호의가 법관의 밝은 눈을 어둡게 하고 의로운 마음을 흐리게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일깨웠다.

◈ “법치주의가 꽃필수록 법관의 역할과 비중은 더 커질 것”

이 대법원장은 “법관의 길은 더없이 영예로운 길이지만, 법관의 영예는 세속적 권력이나 물질적 풍요와는 무관하다”며 “여러분이 재산이나 출세에서 자신의 노고에 대한 보상을 찾거나,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일희일비하거나, 자기 처지를 다른 법관이나 다른 직역의 사람들과 비교하면, 결코 법관으로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관의 길은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을 위해 남모르는 기쁨과 희열을 곳곳에 감춰두고 있다”며 “여러분이 재판을 진정 즐겁고 재미있는 일로 여기면,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재판에 열과 성을 다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벅찬 감격의 순간을 수없이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의 일에서 삶의 만족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치주의가 꽃필수록 법관의 역할과 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며 “이러한 때에 법원에 몸담기로 결심한 것은 진정 훌륭한 선택인 만큼 스스로 선택한 길에 대해 긍지와 확신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신임 법관들이 사법부의 미래이며 희망”이라며 “여러분으로 말미암아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신뢰와 존경을 받는 날이 앞당겨지고,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사법부의 미래가 하루빨리 눈앞에 펼쳐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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