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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노조 지도부 “대법원장과 맞짱 뜰 각오”

이강천 위원장과 이상원 사무총장 직격 인터뷰

2007-03-14 13:57:43

위기에 빠진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을 구하겠다고 구원투수를 자청하며 제2기 법원노조 지도부에 당선돼 지난 1일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한 법원노조 이강천 위원장과 이상원 사무총장을 만나, 법원 내부에서 바라보는 사법부의 현주소와, 향후 법원노조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등에 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이들은 최근 잇따라 터진 이용훈 대법원장 관련 의혹들로 인한 ‘탄핵’ 논란에 대해 사법부를 흔들어 대법원장을 끌어내리려는 특수직역 세력의 불순한 의도라고 불쾌해 하며 대법원장을 껴안아 끈끈한 법원가족임을 과시했다.
▲이상원사무총장(좌)과이강천위원장
▲이상원사무총장(좌)과이강천위원장
하지만 현재 대법원장은 일반직원의 의견수렴 없이 독단적인 생각으로 사법개혁을 밀고 나가고 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으며, 일반직의 복지와 권익에 관련된 현안에 대해서는 대법원장과 ‘맞짱’을 뜰 각오가 돼 있다고 경고하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법원노조의 뜨거운 감자인 노조 설립신고와 관련해 공무원노조법은 악법이지만 법원행정처와의 원활한 교섭을 위해 6월 이전까지 조합원들의 총의를 물어 설립신고를 통한 법내노조로 갈 것인지, 법외노조로서 투쟁하며 교섭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인터뷰는 14일 대법원에 있는 법원노조 본부사무실과 신임 법관들의 임관식을 갖는 대법원 현관 로비,
최종영 전 대법원장 당시 ‘국민을 위한 사법’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이 있는 곳을 돌려 2시간 가량 진행됐다.

◈ 3대 중점 추진 과제…▲법내노조 전환 ▲인력충원 ▲각종 수당 현실화
기자가 먼저 조합원 수를 묻자,
이강천 위원장은 “현재 법원노조 조합원은 7,300명 정도인데, 노조의 힘의 근원은 조합원의 참여에 있는 만큼 임기 중 9,000명 정도로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합원 수가 늘면 그 만큼 대표성을 위임받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노조의 위상은 더욱 격상돼 교섭과정에서 법원행정처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여,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신임 지도부는 임기 중 최대 중점 추진과제로 ▲조합원들의 총의를 거쳐 현재 법외노조인 법원노조를 법내노조로 전환하는 것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공판중심주의 실현 등을 위해 법원인력 충원 ▲재판수당과 같은 각종 수당 현실화를 통한 조합원 복지증진과 권익신장 등 3가지를 꼽았다.

▲이강천위원장
▲이강천위원장
법원행정처의 소극적인 태도와 관련, 이강천 위원장은 “법원행정처가 구시대적인 탁상행정을 청산하지 못하고 7,300명 조합원으로 구성된 법원노조의 실체를 외면하는 모습으로 갈등과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법원행정처가 법외노조라는 이유로 향후 법원노조와의 대화에 소극적이라면 강경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6월 이전에 조합원들에게 법외노조로 남을지, 법내노조로 전환할 지에 대해 총의를 물은 뒤 찬성하면 법내노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상원 사무총장도 “공무원노조법은 악법이지만 법원행정처와 제대로 된 교섭을 하기 위해 법내노조로 들어가는 최소한의 요식행위는 갖춰 놓겠다”고 설명해, 사실상 노조 설립신고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특히 “기본적으로 대화의 파트너는 행정관리실장, 법원행정처 차장, 법원행정처장이지만 이들과 대화와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있는 만큼 민감한 현안의 경우 직접 대법원장을 만나 결단을 촉구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대법원장과 ‘맞짱’을 뜨겠다”고 경고했다.
◈ “탄핵 얘기는 대법원장을 흔들어 끌어내리려는 불순한 의도”

정영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이용훈 대법원장 관련 의혹들에 대해 계속 해명요구와 함께 사퇴를 촉구해 분열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고, 이에 정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해
이강천 위원장은 먼저 “워낙 민감한 부분”이라고 전제한 뒤 “대법원장과 관련된 의혹, 즉 세금탈루나 전별금 등은 사실관계를 떠나 유감”이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 위원장은 “변협과 검찰, 언론이 대법원장에게 강한 압박을 하고 있는데, 특수직역 세력으로부터 대법원장 ‘탄핵’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대법원장을 끌어내리려는 불순한 의도는 사법부를 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탄핵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대법원장을 끌어안았다.

그는 또 “정 부장판사의 주장은 과거 언론에서 보도된 부분을 재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데도, 언론은 현직 부장판사의 주장이라는데 초점을 맞춰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 있다”며 언론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위원장은 “국민을 섬기는 법원을 만들어 사법개혁을 이루자는 대법원장의 취지에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사법개혁 추진 과정에 법원 일반직의 의견수렴이 부족한 게 흠”이라며 “현재 대법원장은 독단적인 생각만으로 사법개혁을 밀고 나가고 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사원사무총장
▲이사원사무총장
이상원 사무총장은 “사실관계를 떠나 대법원장에 대한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법원노조도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며 “우려되는 부분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법개혁을 천명했는데, 잇따라 의혹들이 터져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 신뢰회복 방안에 있어 세부적인 부분은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있으나, 큰 틀에서 볼 때 이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방향은 맞다”며 “정 부장판사가 대법원장의 탄핵을 요구하고, 언론이 탄핵을 보도하며 대법원장의 진퇴를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껴안았다.

정 부장판사 징계와 관련, 이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정 부장판사가 주장한 것만으로 ‘징계’ 조치를 내리는 것은 안 되며, 법원노조는 반대 입장”이라며 “그러나 정 부장판사가 사실관계를 흐리는 주장을 계속 표명해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면 그 때는 좀 곤란하다”고 향후 추이에 따라 징계 찬성으로 선회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 “각종 수당이 턱없이 부족…교섭 통해 분명히 인상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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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청사에있는"국민을위한사법"이라는문구가새겨진돌비석을사이에두고이강천위원장(좌)과이상원사무총장이인터뷰에응하고있다.
▶ 법원노조 속에 조합원은 없고, 정치처럼 ‘꾼’들에 의한 노조로 전락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내부 비판도 있는데?


이강천 위원장은 “1기 법원노조 집행부의 정책사업 방향 설정이 이라크 파병 반대 등과 같이 조합원들의 복지증진이나 권익신장과는 거리가 먼 외적사업에 치중돼 있어 노조를 식상해 한데서 비롯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새 지도부는 정치투쟁보다는 주인인 조합원들의 권익과 권리를 찾는 내부문제의 투쟁을 위한 강성노조를 만들고, 아울러 조합원 속으로 들어가 내적·외적사업 모두 조화를 이뤄 조합원 이탈 없는 노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 판례조사비 지급과 같은 각종 수당을 신설하겠다고 했는데?

이상원 사무총장은 “지난해 6월 법원행정처와의 간담회 당시 행정처는 판례조사비로 8∼9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언급했음에도 이번에 실무관은 3만원 신설하고, 계장은 1만원을 인상해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단체교섭을 통해 분명히 인상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우려되는 것은 주임·대리, 방호원, 속기사, 청원경찰과 같은 소수직렬은 수당 인상이 하나도 안 됐다”며 “이 부분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 법원 내 제도개선 성설 기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강천 위원장은 “법원행정처장을 중심으로 법원노조와 법원행정처 인사가 동수로 참여하는 가칭 ‘사법제도개선협의회’를 만들어 현안에 대해 상시적으로 논의해 제도개혁을 추진하는 상설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위원회 설치와 관련, 이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근무평정에 따라 인사가 결정되는데 다면평가 시스템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일반직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 설치를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

▶ 과중한 업무 해소를 위해 인력충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위원장은 “인력 충원 문제는 예산, 국민세금과 관련돼 있어 민감하지만 단지 법원직원이 편하기 위해 증원을 요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이용훈 대법원장이 주창하는 ‘국민을 섬기는 법원’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인적·물적 충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선거공약에서 전화감사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상원 사무총장은 “전화감사는 한 마디로 북한의 ‘5호 담당제’와 같은 법원직원들에 의한 법원직원 감시제도이기 때문에 말도 안 되며, 이는 인권침해”라며 “이로 인해 직원 대부분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친절교육을 통해 친절도가 많이 개선됐는데 아직도 전화친절도 조사를 통해 전국 법원별로 서열을 매겨 잘한 곳은 포상을 주고, 못한 곳은 추궁을 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의 전화감시는 구시대적 발상이기 때문에 폐지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추천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는데?

이상원 사무총장 “입법부와 행정부는 국민들의 선거라는 민주적 정당성 확보 절차가 있지만 사법부는 이런 정당성을 확보하는 절차가 부족하기 때문에 민의(民意)가 반영되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추천하겠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동안 법원노조에서 추천했던 인사들 중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 임명돼 일정부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며 “그러나 대법관 몫으로 검찰인사를 배당하는 식의 인사는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이런 부분은 법원노조에서 목소리를 내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검찰조직에는 노조가 없는데?

이상원 사무총장은 “검찰은 우선 일반직과 검찰수뇌부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창구 역할로 ‘직장협의회’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강천 위원장은 “법원과 검찰은 이웃이니까 검찰일반직들이 직장협의회나 검찰노조 설립 등에 관해 법원노조에 도움을 요청하면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 공무원연금법 개악 저지 투쟁과 공무원노조특별법 개정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했는데?

이강천 위원장은 “정부는 과거 부패정권에서 발생한 재원고갈을 메우기 위해 공무원연금의 개악을 꾀하고 있다”며 “이는 박봉에 철밥통이라는 따가운 국민의 시선을 뒤로하고 묵묵히 본분을 지키는 공직자를 두 번 죽이는 결과가 되므로, 법원노조는 공무원연금개악저지 투쟁을 위해 범 공무원노동자와 대동 단결해 생존권 사수투쟁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위원장은 대화와 협상을 기본으로 때로는 삭발과 단식농성 등 강경한 투쟁모습을 보여줘 조합원들로부터 투쟁력, 협상력, 쇼맨십까지 3박자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는 “허허, 정말입니까. 노조활동은 이 3가지 모두가 있어야 하는데, 조합원들이 저를 그렇게 봐준다니 감사합니다”라고 조합원들에게 인사를 표시했다.

▶ 위원장 아내가 동기들은 다들 사무관으로 승진하는데 건강도 안 좋은 상황에서 승진에 도움도 안 되는 노조활동만 하고 있다며 걱정하기도 했는데?

이 위원장은 “사실 앞을 생각하면 암담하지만 내가 걸어온 길은 이 길 뿐이니 그 이후의 일은 걱정하지 않고 있다. 현실에 충실하고 싶다”며 “그리고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내조해 주는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아내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 “사법기득권 타파 위해 법원노조 최선 다하겠다”

▲신임지도부가대법원청사내에있는정의의여신상을뒤에두고사법부신뢰회복을위해최선을다할것을다짐하고있다.
▲신임지도부가대법원청사내에있는정의의여신상을뒤에두고사법부신뢰회복을위해최선을다할것을다짐하고있다.
특히 사법신뢰 회복과 관련, 이상원 사무총장은 “법원에 전관예우가 없다고 말로만 외칠 게 아니다”며 “단적인 예로 판사 석궁사건 당시 네티즌들이 사법부 보다 오히려 석궁을 쏜 당사자를 옹호했는데 이런 시각이 위험수위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사법부가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법조비리에 연루됐던 조관행 전 부장판사와 같은 경우 사법부가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법관윤리강령강화와 같은 시스템적인 보완을 통해 왜곡되고 실추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천 위원장은 “철밥통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법원노조가 아니다”며 “공무원노조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부정부패척결과 공직사회개혁인데 법원노조는 여기에다 사법개혁이라는 대명제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위원장은 “법원노조는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법원을 만들 것인지, 국민이 원하는 공적서비스를 제고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태생했다”며 “국민들이 불신하는 사법기득권에 대한 타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테니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 법원노조 신임 지도부 주요 약력

이강천 위원장 주요 약력 = 89년 법원공무원 16기로 입사해 2002년 광주지법 직장협의회장, 2003년 전국법원공무원노동조합 준비위원회 부위원장, 2004년 제2기 전국법원공무원노동조합 준비위원회 위원장, 2006년 서남지역 본부장 및 광주지부장, 법원노조 제도개선추진단장 등을 역임했다.

이상원 사무총장 주요 약력 = 2000년 법원공무원 27기로 입사해 2001년 서울지법 직장협의회 협의위원, 2002년 제3·4기 서울중앙지법 직장협의회 조직국장, 2005년 법원노조 서울중앙지부 사무처장, 2005년 4월 법원노조 정책실장, 2005년 8월 법원노조 대변인 및 사회봉사국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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