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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조금만 알았어도…대검, 몰라 짓는 죄 발표

“법 상식 무지에서 벗어나면 형사처벌 받지 않아”

2006-12-25 18:31:53

경미한 교통사고가 일어났는데 피해 어린이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사고현장을 그냥 벗어난 경우 어떻게 될까? 가해자가 부모에게 알리거나 적어도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면 뺑소니로 처벌받게 된다.

또 자동차 보험기간이 만료된 후 교통사고가 난 경우 어떻게 될까? 단순히 물적피해만 있는 사고라면 피해자와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미리 겁을 먹고 달아나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대검찰청은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간단한 법률상식 사례를 선정,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피할 수 있는 사건 사례를 발표했다.

◈ “사소한 교통사고라도 연락처는 남겨야”

교통사고처리에 관한 상식을 모르거나 당황해 나중에 더 큰 처벌을 받게 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정읍에 사는 김OO(여,41)씨는 자신의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초등학교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어린이(11세)를 뒤늦게 보고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다.
이에 김씨는 어린이에게 “다친 곳이 없느냐”고 물었고, 어린이가 “괜찮다”라는 말을 듣고, 김씨는 별일 아니라는 생각에 현장을 떠났다.

그런데 며칠 후 어린이의 부모가 뺑소니로 신고하는 바람에 뺑소니로 입건되는 일을 겪게 됐다.

당시 김씨는 운전면허도 있었고, 술을 마신 상태도 아니었으며, 차량은 종합보험에 가입된 상태였고, 사고정도도 피해자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살짝 부딪혀 넘어진 정도에 불과해 사고 신고를 하더라도 보험처리 돼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상황이었다.

김씨는 조사과정과 법정에서 도주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교통사고 피해를 당한 사실에 대한 사회적 의미 및 의사표현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에게 “괜찮냐”고 물어본 것만으로는 사고운전자로서 사고 후 조치의무를 충분히 다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검사는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가거나, 보호자에게 사고사실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고 적어도 만약을 대비해 연락처를 남기고 현장을 떠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고, 재판부도 같은 이유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 유죄가 인정됐다.

김씨는 법정에서 “이렇게 될지 알았다면 현장을 떠날 이유가 없었다”면서 “무지함에서 비롯된 사안이므로 선처를 구한다”고 했으나, 결국 유죄를 면하지 못한 사건.
전주지검 정읍지청 송행수 검사는 “만일 자신의 자녀가 그와 같은 사고를 당했을 때 운전자가 그냥 갔다면 부모로서 어떤 기분일지에 대해 한번쯤만 더 깊이 생각해 보았어도 피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아쉬워했다.

◈ “물적 교통사고는 무보험 상태라도 합의만 하면 처벌 면해”

이OO(여,38)씨는 최근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앞에 정차한 버스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다행히 이 버스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런데 이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사고가 자신의 보험기간 만료일로부터 2일이 지난 것을 알고 경찰의 출석요구에 거부해 형사처벌을 받을 뻔했다.

이에 검찰은 이씨에게 휴대폰으로 전화해 일단 검찰청에 출석하게 한 다음, 이씨에게 “물적피해 교통사고는 인적피해 교통사고나 중대위반사고(신호위반 등 10대)와는 달리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도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고 설명해 줬고, 이씨는 합의 뒤 ‘공소권 없음’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손정숙 검사는 “무보험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해 도주하거나 조사를 기피하다가 더 큰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다”며 “물적 교통사고는 합의만 하면 처벌받지 않는다”고 조사에 응할 것을 당부했다.

◈ “사망한 남편 명의 인감증명 발급하면 사문서위조죄”

김(여,44)씨는 별다른 전과 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주부였는데 갑자기 남편이 위암진단을 받고 8개월에 걸친 투병생활 끝에 2005년 11월 사망했고,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간병으로 김씨마저 심신이 지쳐 몸져눕게 됐다.

김씨는 운전면허가 없어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남편이 타던 자동차를 처분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의 차라고 거저 준다고 해도 가져갈 사람이 없던 차에 마침 자동차를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주변에 알아보니 소유자인 남편의 인감증명이 있어야 된다고 해 별 생각 없이 동사무소에 가서 남편의 위임장을 작성해 인감증명을 발급 받았다.

그러나 동사무소는 사망한 남편 명의로 인감증명을 발급 받은 것이 ‘사문서위조’라고 김씨를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김씨를 조사한 후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김씨가 부당한 이익을 목적으로 문서를 위조한 것이 아니고 죽은 사람 명의로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점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런 유사한 사례는 적지 않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이와 유사하게 죽은 가족 이름으로 인감증명서를 신청하였다가 문서위조범으로 고발당한 사례가 올 1월부터 4월 초까지 22건 23명이나 된다”며 “죽은 사람이든 산 사람이든 다른 사람 이름으로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위임이 필요하고, 위임 없이 문서를 작성하면 범죄가 되므로 사망의 경우 재산관계는 상속절차를 거쳐서 처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집단행동 보다 공사중지가처분과 건축허가취소소송 했어야”

광명시가 OO아파트 인근에 주유소 건축허가를 아파트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광명시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각종 주민집회를 개최해 광명시는 주유소 건축주가 낸 착공계 수리를 거부했다.

이에 주민들은 공사가 불법이라고 생각해 공사 저지를 위해 공사장 입구에 천막을 치고, 구호를 외치며, 진입로를 막아 공사차량의 출입을 막았고, 건축주는 주민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해 일부 주민들이 약식 기소돼 벌금 50만원을 받았다.

주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한 다음 제3자 소송 형태로 건축허가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집단행동을 하다가 행정소송의 제소기간을 도과하고 말았다.

또한 착공계는 신고사안이라 시에서 거부했다고 해서 공사가 불법이 아니고, 설사 불법이라 하더라도 주민들이 집단행동으로 이를 저지할 수 없음에도 막연히 공사가 불법이라는 생각에 주민들이 공사를 저지하는 불법을 저지른 사건.

수원지검 안산지청 윤상호 검사는 “이 사건은 집단행동이 아니라 합법적 구제절차가 있음에도 이를 알지 못해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법률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한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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