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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전효숙, 자신 폄하한 정치권에 직격탄

“국회 물리적 의사진행 방해는 헌정질서 어지럽히는 일”

2006-11-28 21:45:40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 파행과 관련해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7일 청와대의 임명동의안 철회 직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또한 각 정당은 이번 사태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전 후보자는 이날 청와대 기자실에 배포한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이라는 입장 글에서 먼저 “저에 관한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 문제로 장기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던 중 대통령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 겸 재판소장으로 임명받기 위해 재판관직을 사직했다”고 사직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 3인씩 지명 또는 선출한 사람을 임명하게 돼 있고, 재판소장의 임기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는 현행 헌법의 다양한 해석 중 헌법재판소의 독립과 안정을 위해 가장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견해를 취하고 대법원장이 저의 후임 재판관을 지명하기 위한 절차상 필요하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전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지명 과정은 대통령과의 면담 등 통상의 인사절차를 따랐으며, 구체적인 절차진행을 위한 최종 통보가 실무자와의 통화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절차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후보자는 국회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3일간의 혹독한 청문절차를 마쳤으나, 법적 견해를 달리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의 청문을 구하는 절차까지 보정했다”며 “그동안 이런 사실관계가 왜곡되고 편향된 법리만이 강조되는 상황을 보면서도 평생 재판업무에만 종사해 온 후보자가 국회 밖에서 달리 의견을 표명해 논쟁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묵묵히 국회의 다음 절차 진행을 기다려 왔다”고 침묵 배경을 말했다.

전 후보자는 “후보자의 자질에 관한 평가나 관련 헌법 및 법률 규정에 관한 견해는 국회의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국회는 표결절차를 통해 다수결의 법리에 의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물리적 저지를 지적했다.

특히 “그럼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은 독자적인 법리만이 진리인양 강변하면서 자신들의 요구대로 보정해 진행한 절차까지도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온갖 인신 공격으로 후보자를 폄하하며 사퇴를 집요하게 요구하다가 물리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했다”며 “그런 행위야말로 헌법재판소 및 재판관의 권위와 독립을 해하고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므로 절대로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다른 국회의원들은 물리적인 의사진행 방해행위를 수수방관하면서 동의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정쟁만을 계속했다”며 “문제가 어렵다고 풀지 않고 출제철회를 바라며 임명동의안 처리를 장기간 미뤄 두는 것 역시 국회가 헌법과 헌법재판소를 경시하는 행위로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전 후보자는 “그러나 그 이유가 어떠하든 더 이상 헌법재판소장의 공백상태가 지속되면 국민의 기본권보장과 헌법수호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므로 제가 후보 수락의사를 철회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종결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과 격려에 감사하고 모진 질책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제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국민의 안녕과 국가발전을 항상 기원하겠다”고 덧붙였다.

◈ “억지와 횡포로 국회 기능 마비시킨 한나라당은 국민이 심판한 것”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28일 고위정책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국정에 대한 부담과 국회 정상화를 위해 고뇌 끝에 내린 결정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법절차에 따라 표결을 통해 결론을 내지 못한 점에 대해 큰 책임을 느낀다”며 “그 동안 억울하게 고통을 당한 전효숙 후보자에 대해서는 고통을 함께 하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내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과 전효숙 후보자에게 사죄 말씀드린다”며 “한나라당이 본회의장 단상점거 등 억지와 횡포로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킨 점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송영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전효숙 헌법재판관은 최초의 여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훌륭한 법관의 길을 걸어오신 분으로, 여성으로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소수자를 보호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장으로서 특별하게 결격과 하자가 없던 분”이라며 “비록 절차상의 약간의 논란이 있었으나 이는 비단 청와대만의 책임도 아니고, 국회의 책임도 일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송 부의장은 “입법의 미비로 인한 절차상의 하자는 두 번에 걸친 청문회도 거치고 이제 남은 사항은 표결로 국회가 의사결정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국회법을 어기고 국회 단상을 점거해 헌법에 부여된 대통령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권과 국회가 가진 권한을 스스로 파괴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런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불가피하게 청와대가 철회를 했지만 이것이 앞으로 우리나라 헌정에 있어 아주 안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누가 집권해도 헌법에 부여된 절차를 자신들의 마음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물리력을 행사해 국회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는 대한민국 헌정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마음의 고통을 겪었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위로했다.

◈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은 전효숙 후보자가 아니라 정치인들”

열린우리당 조배숙, 김선미, 박영선 의원 등도 이날 성명을 통해 “능력 있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희생되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사퇴는 법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정치 쟁점화 한 한나라당의 폭거에 기인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법 운용과 법해석상 충분히 가능한 문제를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임의로 정치적인 해석을 하고 급기야는 본회의 표결로 결정해야 할 후보자 적격에 관한 문제를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한 채 정상적인 의사절차를 물리적으로 방해한 행위는 법과 원칙을 무시한 의회 민주주의 말살 그 자체였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아울러 “이번 헌재소장 문제에 대해 열린우리당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집권여당으로서 국회 본회의장이 점거돼 정상적인 의사절차가 이루어지지 않고 불법이 난무하는데도 법과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무력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해야 마땅하다”고 자성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또한 임명 절차 과정에서 청와대는 치밀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했어야 함에도 마치 ‘공은 국회에 넘어갔다’는 식의 안일한 자세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이 시대 능력 있는 법조계의 한 여성지도자가 끝내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희생되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으며, 지금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은 전효숙 후보자가 아니라 바로 우리 정치인들”이라고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했다.

◈ “전효숙 사건, 하늘 무서운 경고까지 느끼게 할 정도로 비장함 갖게 해”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국회대책회의에서 “100일간 끌어왔던 전효숙씨 건이 없던 일이 됐으나 없던 일이 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후유증을 남겼고, 국민과 권력과 모든 정치인에게도 엄청난 교훈을 줬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하늘의 무서운 경고까지 느끼게 할 정도로 비장함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전효숙씨 문제를 통해 일사분란하게 투쟁과 행동을 보여 준 의원 동료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헌법을 수호하고 민심을 하늘같이 받드는 일에 더욱 정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유기준 대변인은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한 것은 당연지사이고 사필귀정으로 늦었지만 다행이고, 긴 장마가 끝난 느낌”이라며 “국민들은 노 대통령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으니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또 다시 오락가락하는 코드인사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유 대변인은 “이번 전효숙 사태를 초래하는데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청와대의 비서관들도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기 바란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유 대변인은 “늦게나마 자연인이 되는 길을 선택한 전효숙씨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며 “다만 모든 것을 부덕의 소치로 여기며 말없이 조용히 떠나는 것이 그나마 법관으로서의 마지막 명예라도 지키는 길이었는데 그마저 포기하고 떠나 참으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 “원만한 국정운영 위해 내린 현명한 결정이며, 당연한 결정”

민주당은 27일 논평을 통해 “전효숙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 지명철회를 요청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헌재소장 임명이 좌절됐다는 점에서 본인에게나 여성계의 입장에서 아쉬운 일이나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내린 현명한 결정이며, 당연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은 코드에만 집착한 인사관행을 탈피하고, 국민이 신뢰와 신망을 받을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겸비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조속히 선임해 헌재소장 공백사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가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한다고 밝혔는데 꼬여있는 정국을 풀기 위해 청와대가 태도 변화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지명된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정상적인 국회처리 절차조차 밟아보지 못하고 지명이 철회된 헌재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은 “우리는 이번 사태 초반부터 한나라당이 보여온 대화와 협상을 무시한 무책임한 마구잡이식 국회운영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정운영에 대해 청와대 못지 않은 책임을 갖고 있는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책임 있는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한나라당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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