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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에 이런 일이”…법령 관보에 오기

이상민 의원 “있어서는 안 될 중대한 과오” 질타

2006-10-31 18:49:09

법제처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을 관보에 잘못 게재하는 바람에 한 국민이 두 번이나 소송에서 패해 엄청난 고통과 좌절을 안겨준 사건에 대해 법제처에 대한 강도 높은 질타가 나왔다.

사건을 보면 서OO씨는 지난 99년 군복무 중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진단을 받고, 군의 권유에 따라 서울의 한 민간병원에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병이 악화돼 결국 세상을 떠났다.
서씨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아 아버지는 국가보훈처장에게 서씨가 전역 후 사망하기 전까지 받은 병원치료에 대한 가료비 환급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아버지는 국가를 상대로 진료비 청구소송을 냈지만 ‘국가유공자의 가료 비용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는 관보와 법전 내용에 따라 서울지법에서 2003년 5월 패소하고 말했다.

다시 아버지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이번에는 ‘국가유공자의 가료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는 이유로 전혀 반대의 판결을 내려 또 패소하고 말았다.

법원의 판결이 달랐던 것은 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 예우법 제42조 3항의 가료에 대한 단서조항에 있는 ‘국가갗를 ‘지방자치단체갗로 개정할 의도로 법안을 만들에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회에서 94년 12월 31일 통과됐다.

그런데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에는 이 조항의 본문과 단서조항 모두 ‘국가갗가 ‘지방자치단체’로 바뀌어 있었고, 이렇게 통과된 법안은 법제처 심사를 거쳐 관보에 그대로 기재됐으며, 이를 믿은 민간출판사 역시 법전에 그대로 반영됐다.

서씨의 아버지가 국가를 상대로 낸 첫 번째 소송에서 패한 것은 재판부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고 잘못 기재된 법전을 토대로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고, 이에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두 번째 소송에서 패한 것은 재판부가 “국가가 부담한다”는 제대로 된 법조문을 토대로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결국 2004년 8월 국회, 법제처,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국가가 법률을 부정확하게 개정해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마침내 1,2심에서 9,200만원의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당시 서울고법은 “국회 및 법제처 소속 공무원들의 과실로 인해 관보와 법전에 국가유공자의 가료에 소요되는 비용의 부담의무자를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로 잘못 기재해 원고가 가료비의 부담의무자인 피고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해 가료비를 지급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서울시를 상대로 무익한 소송을 제기해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했으므로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아버지의 손을 들어줬다.

국회 법사위 소속 이상민 의원(열린우리당)은 31일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법령을 총괄하는 법제처는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내용이 오해의 소지가 없이 관보에 게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중대한 과실이 발생해 한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과 좌절을 안겨준 것은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중대한 과오”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법제처는 우리나라 법령을 총괄하는 곳으로 법제처의 실수로 법령이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될 경우 큰 혼란을 야기 시킨다는 점에서 법제처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번 일은 국가의 배상책임을 넘어 향후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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