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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헌법재판소

“사형만은…무기징역으로 참회의 시간 보내라”

강릉지원, 식당주인 살해 뒤 사체 찢은 탈북자 무기징역

2006-10-04 13:04:35

아무런 원한도 없는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까지 무참히 난도질한 탈북자에게 피해자 유족들이 사형으로써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 줄 것을 법원에 요구했으나, 법원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뉘우치고 참회의 시간을 갖으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홍도 부장판사)는 살인과 사체손괴 혐의로 구속 기소된 탈북자 A(39)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지난 25일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2006고합55)
범죄사실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황해북도 신평군 출신으로 지난 90년 10월 중부전선 군사분계선을 통해 귀순해 91년 9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 주민이다.

그런데 지난 95년 9월 아파트 중도금 7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승용차에 공기총을 싣고 전국을 떠돌며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중 충주댐 부근에서 데이트 중인 남녀에게 돈을 요구하다 이들이 반항하자 공기총을 수 차례 발사한 후 여자를 살해하려한 혐의로 징역10년이 확정돼 지난해 9월 군산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쳤다.

이후 출소한 A씨는 지난 92년 11월 결혼한 처를 찾아갔으나 처가 “같이 살 수 없다”고 하자, 절망에 빠져 탈북자들 모임에서 알게 된 친구가 거주하는 익산으로 가 일용직에 종사하며 떠돌이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동해시에서 출항하는 오징어 어선 선원으로 일하기 위해 지난 7월 동해시에 도착해 선주가 구해 준 숙소에 여장을 푼 뒤 무료한 마음에 동료선원으로 일하러 온 사람과 술을 마시러 여관을 나왔다.
인근 닭갈비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손님들이 모두 나간 후 혼자 있던 식당 여주인 B(여,52)에게 함께 술을 마시자고 권해 B씨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함께 술을 마셨던 동료는 술에 취해 먼저 숙소로 들어갔다.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B씨가 고향을 물어 피고인은 탈북 경위를 설명하며 “월남해 화천으로 왔기 때문에 화천이 제2의 고향이다”라고 말하자, 피해자 B씨로부터 “네가 간첩이냐, OO놈아, 어떻게 부모를 버리고 여기에 왔느냐”는 등의 말을 들었다.

A씨는 그동안 남한에서 살면서 “부모를 두고 혼자 탈북했다”며 받은 모멸감 등으로 가슴 깊이 쌓인 울분으로 순간적으로 격분해 B씨에게 “OO년아, 사정도 모르고 왜 OO이냐”며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 위에 있던 맥주병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수회 내리쳤다.

B씨가 그 충격으로 쓰러져 움직이지 않자 A씨는 죽은 것으로 생각해 당황한 나머지 밖에서 볼까봐 실내조명을 껐다.

그 때 정신을 차린 B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면 출입문 방향으로 도망하는 것을 본 A씨는 B씨를 붙잡아 넘어뜨린 다음 양팔을 잡아끌며 주방으로 끌고 간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A씨의 끔찍한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B씨를 살해 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자 닭갈비를 손질할 때 사용하는 가위로 B씨의 젖가슴을 도려내기도 했으며, 심지어 피해자의 복부에 가위를 꽂아 놓고 달아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부모를 두고 혼자 탈북한 것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흥분해 무참히 살해하고, 이후에도 분을 삭이지 못해 잔인하게 사체를 손괴한 것으로 범행 수법의 잔인함과 흉폭함이 극에 달했고, 특히 살해 후 사체를 손괴하는 과정에서 망인의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조차도 철저히 짓밟은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강도살인미수죄로 10년형을 선고받고 형기만료로 출소한 지 불과 1년도 안 돼 범행을 저질렀으며, 수사기관에 검거된 이후 법정에 이르기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깊이 사죄한 후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을 보이는 등 개전의 정을 보이기는커녕 ‘더 찢어 죽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하는 등 인명경시 사상이 강하게 내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피해자의 유족들은 남편과 이혼한 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녀의 올바른 양육을 위해 밤늦게까지 식당을 운영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등 온갖 노력을 다했던 피해자가 아무런 원한도 없는 피고인으로부터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는 점에서 슬픔과 정신적 충격을 쉽사리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사형에 처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의 고민도 밝혔다. 재판부는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춰 정당화 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북한에서 귀순해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어 왔고, 그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수형생활을 하면서 출신지역의 차이로 적지 않은 차별과 모욕 등을 당한 점, 이 같은 경험으로 남한 사회 전반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갖고 있던 중 술에 취한 피해자가 감정을 자극하자 심히 흥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 동기,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태도,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 우려 등 양형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에게 극형만은 면하도록 하되,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돼 자신의 행동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참회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돼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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