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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법관들 통렬한 반성해야” 사죄

16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국민께 사죄” 대국민 사과 발표

2006-08-16 14:09:09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법조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는 등 최근 판사들의 잇따른 부적절한 처신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이르자 위기의식을 느낀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 “국민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 생각하면 송구스럽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법조비리 근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6일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대법관 12명과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전국 법원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 대법원장은 먼저 “최근 드러난 일련의 사건으로 공들여 쌓아온 사법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며 “법관의 판단에 대한 회의의 눈초리가 따갑게 느껴지는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사과 배경을 밝혔다.

이어 “대법원장인 저는 전국의 모든 법관들과 더불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더라도 사법부와 법관에 대해서만은 각별한 믿음을 아끼지 않았던 국민들이 받았을 실망감과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사죄했다.

◈ “법조비리 풍토와 문화가 형성된 자체에 대해 응분의 책임감 느껴야”
이 대법원장은 “저를 비롯한 법관들은 사법부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주요 원인이 우리 스스로에게 있음을 통감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자성해야 한다”며 “사법부 안에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생겨날 수 있는 풍토와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다는 것 자체에 대해 응분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들의 어떤 인식과 사고방식이 국민들의 기대와 동떨어진 관행을 용납되게 했는지, 또 어떠한 행동이 특권적 선민의식의 발로라는 비난을 불러일으키게 했는지 통렬하게 반성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법원장은 “국민들은 법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도자에게나 어울릴 만한 엄격한 도덕성과 고도의 자기절제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요구이기에 앞서 법관이 갖추어야 할 당연한 덕목”이라고 법관의 자세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가리고 사회의 부정을 단죄해야 할 법관이 도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게 된다면 아무리 뛰어난 법률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법관 자격이 없다”며 “국민들은 2천명이 넘는 법관 중 단 한 명이라도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전체 법원을 비난하고 질책하게 된다”고 법관 개개인의 올바른 처신을 주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 명의 법관이라도 판결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순간, 사법적 판단 전체의 권위와 신뢰가 크게 손상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절대 다수의 법관들이 성실하고 청렴하다 해도 사법부 전체 또는 법관 각자가 쉽게 국민들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법 신뢰 회복할 강도 높은 대책을 세워야”
이 대법원장은 “지금의 상황은 법관들이 잘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몰라주고 있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여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설사 사법 불신의 원인이 재판 당사자나 국민들의 오해 또는 다른 동료 법관들의 부적절한 처신에서 비롯됐더라도 사법 신뢰를 회복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만큼 근본적이고 강도 높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관으로서의 청렴성이나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의심받을 만한 행위가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허용돼 왔다면 그런 관행은 결단코 없애야 한다”며 “만약 개인의 노력만으로 변화를 이루기 어렵다면, 제도를 만들어서라도 법관으로서의 품위와 절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도 전관예우가 엄연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고, 재판 결과가 청탁과 정실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나 법관들 스스로가 사법불신의 원인을 법원 밖으로 돌리면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면, 그 방법을 찾는 일은 요원하다”고 통렬한 자기성찰을 주문했다.

◈ “사법 불신의 주된 원인은 잘못된 재판 관행에 있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불신의 주된 원인이 공개된 법정에서 당사자와의 사이에 적정한 의사소통 없이 재판의 결론을 도출해 내는 잘못된 재판관행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정에서 마음대로 이야기할 수 없으니, 소송관계인들은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것도 부족해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접근해, 법정 밖에서 법관들과 접촉할 기회를 찾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도 근본적으로 법관들이 법정에서 국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던 종래의 재판관행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잘못된 재판관행이 지속되는 한 사법불신을 극복할 수 없고, 비리가 발생할 소지도 있기 때문에 대법원장 취임 이후 계속 재판의 기본원칙인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충실히 실천하고자 강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그러면서 “공개된 법정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당사자들의 치열한 공방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발견되고 적정한 판단이 도출돼야 한다”며 “이렇게만 되면 사법불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여러 현상은 더 이상 발붙일 여지가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법관 모두 정말 감내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 입었을 것”

한편 이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법관 모두 정말 감내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안다”며 “근거 없는 이야기가 횡행하고 일반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경솔한 발언들이 끊임없이 언론에 공급되는 서글픈 현실을 보면서 분노를 삭이느라 많이도 애를 썼을 것으로 안다”며 위로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러나 저는 누구보다도 청렴하고 성실한 대다수의 법관들과 함께라면 신뢰받는 사법부를 넘어서서 존경받는 사법부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사법부답게 꿋꿋하게 위치를 지키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가자”고 사기를 북돋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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