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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배임·횡령 기업인 솜방망이로 매질”

참여연대 주요 기업인 판결결과 조사…80%가 집유

2006-07-14 09:30:35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업의 주요 임원이나 최대 주주가 일으킨 배임·횡령 범죄에 대해 법원이 ‘경제상황’을 이유로 지나치게 미온적인 처벌을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한상희 건국대 교수)가 13일 발표한 ‘2000년 이후 배임·횡령 기업인 범죄 판결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주요 기업인 69명의 판결 사례를 조사한 결과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전체의 79.7%를 차지하는 55명이나 됐다.
구체적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가 53.6%인 37명이었고, 1심에서는 실형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는 26.1%인 18명이었다.

참여연대는 “특경가법상 배임 또는 횡령죄는 법정형이 징역 3년 이상(이득액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거나 징역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이득액 50억원 이상)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80%에 이르는 것은 기업인 범죄에 대한 온정적인 처벌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종결된 피고인 29명 중 항소심에서 실형이 유지된 경우는 11명(37.9%)이었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바뀐 경우는 18명(62.1%)이나 됐다. 이 같은 기업인에 대한 선처는 2004년 형사사건 재판 전체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2.6배나 높은 비율이다.

실제로 대법원이 매년 발간하는 ‘2005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4년 전체 형사사건 재판에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후 항소심 결과가 나온 피고인 3만 4,055명 중 항소심에서 실형이 유지된 경우는 2만 5,604명으로 75.1%를 차지했다. 반면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감형된 경우는 8,081명으로 23.7%에 그쳤다.

여기에 항소심까지 실형이 선고된 기업인 11명의 경우 기본적으로 원심에서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된 경우이거나, 공적자금 투입이나 사건의 성격상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른바 ‘죽은 재벌’(갑을그룹, 거평그룹, 동아그룹 등)에게 실형을 선고한 반면 ‘살아있는 재벌그룹’의 주요 임원이나 최대 지배주주(동부그룹, 삼성그룹(에버랜드), 두산그룹, SK그룹, 동국제강그룹, 한라그룹)는 1심부터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거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형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고 참여연대는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또 횡령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피고인 35명을 대상으로 횡령액과 선고결과를 분석한 결과, 법정형이 징역 5년 이상인 금액(50억원 이상)을 횡령하고 집행유예가 선고된 피고인이 14명이었고, 실형은 5명이었다. 법정형 징역 3년 이상인 금액(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을 횡령하고 집행유예를 받은 피고인은 15명이었고, 실형은 1명뿐이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횡령금액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20억원 미만의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20억원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 대규모의 경우도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횡령규모와 상관없이 법원이 법관의 ‘작량감경’ 권한을 활용해 지나치게 집행유예를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또 “특경가법이 적용되는 피고인들은 원칙적으로 집행유예형이 선고될 수 없는 것들”이라며 “그럼에도 횡령금액이 최소 50억원 이상 이들 중 14명이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재판부가 법정형기의 50% 범위 내에서 작량감경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 때문에 100억원 이상의 엄청난 금액을 횡령한 11명의 경우조차 징역3 년형으로 작량감경함으로써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횡령의 액수로는 얼마 되지 않는 일반 형법범의 경우에 비해 기업범죄를 가중처벌하겠다는 특경가법의 취지에도 반해가면서까지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만 함으로써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경향이 매우 심하게 나타났다”며 “이 같은 지나친 온정적 판결이 나오는 배경에는 ‘경제에 기여했다’는 논리뿐만 아니라 고위 전관변호사의 영향력이 있지 않았는지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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