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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서 임금 받고 허드렛일 한 행자스님은 근로자

서울행정법원 “종교활동 목적으로 사찰에 간 것 아냐”

2006-07-09 19:01:50

사찰에서 임금을 받으며 허드렛일을 하고 종교활동을 한 사람도 근로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의환 부장판사)는 최근 사찰에서 행자스님으로 불리며 허드렛일을 해 오던 중 난간기둥에 머리를 부딪혀 숨진 A(57)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소송(2006구합3407)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원고의 어머니인 망인은 중국동포로서 돈을 벌기 위해 2001년 12월 입국해 식당과 여관 등지에서 일을 하다가 2002년 3월부터 경기 양평군에 있는 △△사찰에서 매월 1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근무했으나 임금이 체불되자, 2003년 12월 14일부터 매월 7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OO사찰에서 근무했다.

망인은 OO사찰에 기거하면서 머리를 삭발한 후 법복을 입은 채 사찰내 식사준비, 법회준비 등의 허드렛일을 했으며, 남는 시간에는 불교경전을 베껴 쓰고 염불을 하기도 해 신도들에게는 ‘행자스님 또는 작은스님’으로 불렸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승려가 되기 위한 연령을 40세로 제한하고 있어 사망 당시 57세였던 망인은 수계를 받는 정식 승려가 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2004년 11월 13일 오후 5시경 망인은 평소처럼 일을 하다가 사찰 난간기둥에 머리를 부딪친 후 구토를 하며 고통을 호소하다가, 2시간 뒤인 7시경 스님과 신도들의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4일 뒤 사망했다.
당초 망인은 돈을 모다 2005년 5월에는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뜻밖의 사고를 당한 망인의 유족은 “사찰에서 월급을 받으며 근로자로서 일하다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공단은 “망인은 OO사찰의 승려로 근로자가 아니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낸 것.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망인이 돈을 벌기 위해 국내에 입국해 일을 해 오다가 임금체불로 인해 OO사찰로 옮기게 됐으며, 고령이어서 승려가 되는 것이 불가능했던 사정 등에 비춰 볼 때 종교활동 목적으로 OO사찰에 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망인이 근무한 OO사찰이 종교시설이어서 일부 종교행위를 하기도 했다거나, 망인의 임금이 보시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던 근로자”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망인은 근무 도중 난간기둥에 부딪혀 사망에 이른 경위에 비춰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에 기인한 재해로 인해 사망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피고가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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