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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한 환자 옮기려 무면허운전…선고유예

청주지법 “대체 이동수단 있어 긴급피난 아니다”

2006-05-18 22:14:10

위급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할 목적으로 무면허운전을 했더라도 무면허운전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무면허운전은 정상 참작사유가 될 수 있을지언정 형법상 죄가 되지 않는 ‘긴급피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어수용 부장판사)는 뇌졸중 전조증상을 보인 이웃 독거노인(68)을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무면허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38)씨에 대한 항소심(2005노1200)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 3일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긴급피난’은 위난상태에 빠진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고는 달리 피할 방법이 없을 때 인정되는 정당화 사유의 하나.

또한 선고유예는 받은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유죄판결의 선고가 없었던 것과 똑같은 효력인 면소(免訴)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선고유예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거나,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전과가 발견된 때에는 유예한 형을 선고하게 된다.

법원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2005년 8월 10일 오전 8시경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던 이모(68)씨로부터 심한 두통과 어지러움 증상 등을 호소하는 전화를 받았다.

이에 한의사였던 A씨는 급히 이씨의 집으로 가 증상을 살피니 뇌압상승으로 인한 중풍의 전조증상이라고 판단하고 손과 발 등에 침을 놓았다. 이렇게 응급치료하자 증상은 다소 완화돼 A씨는 곧바로 이씨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1Km 떨어진 자신의 한의원으로 이송했다.

면허가 취소됐던 A씨는 한의원 앞에서 단속하던 경찰관에게 무면허운전이 적발됐다. A씨는 그래도 간호사에게 소합향원 2개를 복용시키고, 경찰 단속 이후에도 자신이 침술 등 치료를 해 줘 위기를 넘겼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무면허운전을 하게 된 것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던 독거노인이 갑자기 심한 두통과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등 뇌압상승으로 인한 뇌졸중 전조증상을 보여 긴급히 한의원으로 옮길 목적으로 운전한 만큼 무면허운전행위는 긴급피난에 해당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소방파출소는 피고인 한의원 부근에 있고, 택시를 호출할 경우 10분 정도 걸리며, 중풍이 의심될 경우 혈액순환 차단으로 인한 뇌신경이 손상되기 전에 신속한 치료가 중요한 점에 비춰 볼 때 이씨가 뇌압상승으로 인한 중풍 발병 우려가 높아 신속히 병원으로 옮길 필요가 있어 위난을 피해야 할 긴급상태에 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아파트는 119 구급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고, 응급조치로 증상이 완화된 이씨가 부축을 받아 거동이 가능했던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은 택시나 119 구급차량을 호출하거나, 이웃 주민 등에게 협조를 요청해 후송할 수 있었다”며 “오로지 피고인이 직접 차량으로 후송해야 할 방법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보기 어려워 무면허운전행위를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무면허운전을 하게 된 동기 및 경위, 운전한 거리를 비롯해 여러 양형 조건을 참작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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