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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헌법재판소

부장판사 “사법부 내부 갈등 대화로 풀자"

창원지법 문형배 부장판사, 법원내부게시판에 글 올려

2006-05-09 18:04:03

판사가 직원을 감금했다는 논란으로 시작된 법원공무원들과 법원행정처간의 갈등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사퇴 요구까지 나오면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가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자고 주문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창원지법 문형배 부장판사는 9일 법원내부게시판에 올린 ‘법원행정처와 법원노조에 드리는 글’에서 먼저 “법원노조 이강천 서남지역본부장의 단식에도 쓰림이 없고, 법원노조 곽승주 위원장과 이성철 사무총장의 삭발에도 비통함이 없는 제가 글을 쓴다고 해 문제해결에 무슨 도움이 있겠느냐는 생각에서 주저했으나,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글을 올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제가 간절히 사랑했기에 14년 이상을 몸담아 온 사법부가 벼랑 끝에 몰리는 시점에서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에 두서 없이 글을 쓰고 있다”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문 부장판사는 “서울남부지법 사태를 둘러싼 최근의 대립을 보면서 법관과 일반직원간에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며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고, 목이 터져라 절규하는데도 제게는 그 만큼의 심각함이 와 닿지 않았는데 물론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름대로 일반직원을 동료로 생각하고 처신했다고 자만했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제가 선민의식에 빠졌거나 아니면 이기주의에 사로잡혀서 동료의 문제를 나의 문제보다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겸손해 했다.

문 부장판사는 “제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그 감정에 동조가 되지 않는다면, 나아가 문화 내지 관행에서 비롯된 문제라면, 좀 더 긴 호흡을 갖고 그 이유를 따져서 해결책을 모색해야지, 우리 사이의 간격을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부장판사는 “2003년 대법관 임명제청을 둘러싸고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었을 때 대화로써 문제를 해결한 전통이 우리에게 있다"며 "상생의 정신으로 대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우선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코트넷(법원내부게시판)의 기능을 원상 복구해 주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분들도 코트넷 게시판이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한번쯤 호흡을 가다듬고 글을 올려 달라”고 당부했다.
문 부장판사는 “그리고 법원노조에서 주장하는 7대 요구사항을 포함해 이번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며 “법원노조는 7대 요구사항의 근거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고, 법원행정처는 당장 실천 가능한 내용이 있다면 정책에 반영해 주고, 당장 실천할 수 없다면 그 이유나 실천계획을 설명해 달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문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장은 2005년도 대법관 임명제청에 즈음해 법원노조에 의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을 정도로 합리적인 분으로 알고 있다"며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상대방의 사퇴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만큼 법원행정처장의 진퇴를 거론하는 이야기는 이제 삼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끝으로 “외람 되게 여러 말씀을 드렸고 이 글이 이 사태 해결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지만, 사법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침묵했다는 비판만큼은 듣고 싶지 않아 이 글을 올렸다”며 글 쓰기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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