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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로스쿨 파괴의 주범은 누구인가?

정용상 부산외국어대학교 법과대학장 /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

2006-04-19 19:19:54

다음 아래의 칼럼은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인 정용상 부산외대 법과대학장이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전국지방변호사회장들이 16일 발표한 ‘한국법학교수회의 사법제도 파괴 기도를 우려한다’라는 성명에 대해 로이슈에 특별기고한 글입니다.

진정한 로스쿨 파괴의 주범은 누구인가?
정용상(부산외국어대학교 법과대학장)

지난 4월 16일자 대한변협회장과 전국의 지방변호사회 회장 13명이 연기명으로 발표한 성명서를 접하고 참으로 금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1995년이래 법학학제개혁을 추진할 때마다 법조인의 증원에 반대하며, 사법개혁에 찬물을 끼얹었던 법조계가 지금 와서 법학계를 “이 나라의 사법제도의 파괴를 기도한다”며 “국민을 현혹시키고 사법개혁을 거부하는 반개혁집단”으로 매도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는 시정잡배도 할 수 없는 저급하고 비열한 작태이기에 실로 가소로움 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법학계는 이 땅의 법치주의와 사법발전을 통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의 사법개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으나, 번번히 법조측은 기존의 법조귀족으로서의 독점적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갖은 사악한 온갖 궤변을 동원하여 그야말로 안하무인적 억지로 개혁의 발목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늘어놓으며 사법개혁의 가장 큰 장애물로 국민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오로지 법조직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생각을 버리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른 사익에 눈먼 이익집단이다.

▲정용상부산외대법과대학장
▲정용상부산외대법과대학장
그들은 언제나 앵무새처럼 “지금도 변호사가 넘친다”고 궤변과 엄살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줄기차게 법조인 배출을 극력 반대하며, 제대로 된 로스쿨의 도입을 극력 반대하다가, 법조인 중심으로 구성된 정부의 사법개혁추진론자들과의 묵계 하에 현재의 사법시험 합격자수로 법조인 배출을 묶는 것을 전제로 로스쿨도입에 찬성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또한 정부법안이 성안되어 국회에 제출될 때까지의 전 과정에서 진정으로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고, 무수히 많은 반대의 목소리를 묵살한 채 법조측의 주장만 대변하며, 법조에 의한 겹겹의 통제로 둘러 쌓인 “괴짜 로스쿨”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법조는 이 “엉터리 로스쿨”을 그들이 장악하여 로스쿨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며 오로지 그들의 입맛대로 운영하여, 오직 그들의 잇속만 챙겨보겠다는 사악한 판단에 급급한 나머지, 세상에 없는 “기형적인 로스쿨” 정부안을 찬성하고 나서는 것이다. 정말 저급하고도 치졸한 태도이다.

진정으로 국제경쟁력을 배양하고, 법학교육과 법조발전을 이루며, 국민에게 최상의 법률서비스를 최대한 제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로스쿨을 갈망하는 법학계의 애국적 고언을 폄훼하는 그들의 무식한 행동에 가련함 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하여 턱없이 변호사가 부족함은 공지의 사실이며, 우리나라 변호사 1인당 사건수임건수는 선진국의 9배 수준으로 높다. 2004년 자료에 의하면, OECD 30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변호사비율이 30위이다. 모름지기 선진국의 경우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270∼1,000명 꼴이며, 우리나라를 제외한 OECD평균은 1,339명이다. 우리는 7,633명이다.

법조측은 우리나라가 지금도 법조인이 과포화상태임을 논증하기 위해 유독 세계적인 법조후진국 일본을 거론하는데, 황국신민문화, 깃발문화, 맹목적 추종문화로 상징되는 일본은 일본 내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가 법조분야라며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법조후진성을 탈피하기 위하여 일본은 경제계가 선도하여 준칙주의에 의한 로스쿨을 도입하였음에도, 한국의 법조는 그 장단점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며, 일본의 후진적 법조현실을 대단한 표준처럼 예시하고 있다.

변호사 수임료가 너무 비싸 나홀로 소송이 70%가 훨씬 넘는 우리 현실을 외면한 채 지금도 법조인이 많다며 버티기 작전으로 일관하는 주제에, 어떻게 법학계를 반개혁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인지 실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공중보건의제도 등을 통해 무의촌이 해소되듯 무변촌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법조인증원은 필연적이다.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법조인배출을 연 1,000명으로 묶자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우리나라 변호사의 적정수급에 관한 한 경제학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2003년 기준 우리나라의 적정변호사 수는 61,270명, 2010년에는 83,047명이다. 지금 우리는 그 기준치의 1/10으로 법조를 꾸려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조역사 100년 동안 8,000명을 양성하였다. 캘리포니아주에서 1년에 배출하는 변호사 수에도 모자란다. 향후 20년 내에 OECD국가의 평균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매년 5,000명 이상을 배출해야 한다.

그러나 법학계는 급격한 번조인 증원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매년 3,000명의 변호사배출구조를 가진 로스쿨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변호사 3,000명 배출은 적정변호사 수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다.

또한 2003년 국세청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변호사의 연소득은 국민 1인당 GDP대비 22,3배이다. 미국은3,7배이다. 변호사가 소득신고를 100% 정확히 했다는 가정에서 보아도 수임료가 얼마나 비싼지 가늠할 수 있는 자료이다.

유사법조직역까지 합하여 우리나라가 프랑스수준의 법조인력을 가지고 있다는 법조측의 항변 역시 무모한 발상이다. 어느 나라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유사법조직역이 존재한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미국변호사가 취급하지 않는 공증업무까지 변호사가 맡고 있는 등, 법조측 주장에 오히려 불리한 자료도 산재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정원을 통제한다는 것은 결혼한 부부에게 불임을 강요하는 것이며,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겹겹의 법조에 의한 통제를 가하려는 것은, “자율과 경쟁”을 전제로 하는 로스쿨제도도입의 근본 취지와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어찌하여 로스쿨제도를 통하여 이전보다 더 강고한 법조진입장벽을 치고, 법조직역 만의 귀족적·독점적·특권적 기득권을 향유하려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법조측은 로스쿨정원은 이미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정하기로 합의한 것을 교수들이 사익을 위해 이 합의를 깨고 사법개혁을 거부하려 한다고 주장하는데, 도대체 합의는 누구와 한 합의인가?

1995년 이래 로스쿨을 도입할려고 할 때마다 법조측에서 번번히 변호사 수가 늘어나는 것을 이유로 로스쿨도입을 반대해 왔다. 이번에 법조인 중심으로 구성된 정부의 사법개혁추진팀과 법조측과의 합의가 과연 국민적 합의를 우선할 수 있단 말인가?

사개추위의 회의에서 법학교수들도 참여하여 이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는데, 회의록을 일독해 보았는가? 법학교수 위원이 줄기차게 문제점을 제시하며 반대했다는 기록을 확인하기 바란다. 국민도 시민단체도 법학교수도 로스쿨정원 제한을 동의한 바 없다.

법학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정부법안이 성안되는 전과정에서 실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사개추위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했으나, 거부한 채 국회에 제출되기까지 문구하나 고치지 않고, 그 모든 책임을 국회에 떠넘긴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심지어 법제처, 교육부 등 정부관련부처에서 조차 문제점을 개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이 총정원에 관한 통제이다. 국법을 제정함에 있어서 법조와의 합의가 모든 것에 우선할 법적 근거가 무엇인가? 정원을 1,200명으로 제한하자는 합의는 로스쿨도입을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결코 법조를 제외한 국민 누구도 정원제한에 동의한 바 없다. 로스쿨법은 법조를 위한 법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법이다.

지금까지의 법학교육의 부실은 사법시험제도의 모순에 그 원인이 있음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도 그 책임을 몽땅 법학교수에게 덮어씌우며, 법학계에서의 제대로 된 로스쿨도입 주장을 직역이기주의로 몰아세우는 법조의 좌충우돌적 태도는 참으로 가련할 뿐이다.

누가 사법개혁의 걸림돌인지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법조의 문턱이 너무 높아 평생동안 단 한번도 법률서비스를 경험하지 못하는 국민이 절대다수이다. 몸이 아프면 의사를 찾듯이 권리가 아프면 자연스레 변호사를 찾을 수 있는 사회가 바람직한 법치사회가 아닌가?

변호사들은 진심으로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제발 법률가들은 오로지 법을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악용한다는 국민의 비아냥을 듣지 않도록 좀 정신을 차려야 한다.

과연 누가 로스쿨파괴의 주범인지 묻고 싶다. 법조는 국민이 그들을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 직시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야말로 로스쿨의 도입취지와 목적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스스로의 이기성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하고, 법학계의 정당한 주장을 매도하고, 국민을 현혹시키는 무책임한 주장을 중단하고 도도히 흐르는 정의의 강물에 동승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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