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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흉기 휘둘러 피해…국가 3천만원 배상

서울중앙지법 “신변보호요청 묵과…증인보호 소홀”

2006-04-07 14:49:00

남편의 폭력에 대한 불안감으로 형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기에 앞서 검사에게 신변보호 요청을 했음에도 법원이나 검찰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휴정 중 법정에서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다쳤다면 증인 보호를 소홀히 한 국가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법정에 출석한 증인에 대해 국가가 그 신변을 보호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재판장 박영하 부장판사)는 7일 남편 폭력에 대한 증인으로 법정에 나왔다가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크게 다친 A(50·여)씨가 “법원이나 검찰이 신변보호요청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또한 법정에 흉기를 들고 오도록 방치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는 3천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원고 A씨는 남편과 지난 82년 5월 결혼했으나 불행의 시작이었다. 결혼초기부터 폭행을 당했고, 93년부터는 남편이 외도까지 했다. 이에 이혼을 요구하자 남편은 친정식구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남편은 아들에게도 폭언과 폭행을 하다가 2001년 3월 감정불안정 성격장애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기도 했으며, 그 해 6월에는 딸을 감금하고 폭행해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퇴원 후에도 A씨와 자식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또한 A씨가 2003년 11월 용하다는 스님의 절에서 부적을 얻어오자 남편은 이를 트집잡아 폭행을 가해 전치3주의 상해를 입혔고, 이에 서울지법 동부지원은 접근금지명령을 내렸다.
이 때 A씨 역시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남편은 2004년 7월 A씨에 대한 상해 혐의로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자 정식재판을 청구하며 범죄사실을 부인해 공판검사는 A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남편은 이혼사건 변론기일인 2005년 3월 서울가정법원 법정의 방청석에 앉아 대기중인 A씨에게 접근해 강제로 밖에 끌고 나가려다 법정경위에 의해 제지당한 후 변론이 끝난 뒤에도 복도에서 A씨와 변호인을 1시간 동안 따라다녔다. A씨는 결국 방호원실로 피신해 112신고를 한 다음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A씨는 검사의 증인출석 요구에 검사를 찾아가 면담하면서 “남편이 흉기를 신문지에 말아 품고 다닌다는 사실을 아들로부터 들었다. 며칠 전 이혼법정에서도 남편이 무섭게 협박한 적이 있어 증언을 하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위험해서 못하겠다”고 말했으나, 검사는 “재판정에서 무슨 일이 있겠느냐. 재판 시간보다 늦게 들어와 증언만 하고 남편보다 먼저 나가면 안전하다”며 증인 출석을 재차 요구했다.

A씨는 검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2005년 4월 15일 오후 3시에 열리는 공판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했으나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 오후 2시경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나 검사는 피하는 요령만을 되풀이했다.

A씨는 결국 변론시각이 10분이 지난 뒤 서울동부지법 법정에 들어갔으나 휴정 중이어서 방청석 맨 앞좌석에 앉았다. 문제는 그 때였다. 법정 뒤쪽에 있던 남편이 밖에 나가 얘기하자는 제의를 거절하고, 개정에 앞서 증인선서서를 미리 작성하라는 법정경위의 요구에 따라 법정 뒤쪽으로 가다가 남편이 바지에 숨겨 둔 흉기로 A씨의 머리를 3군데 찔러 두피가 20Cm 벌어지는 중상을 입은 것.

이 사건 당일 법정 입구에는 불구속 피고인 등 출입자에 대한 소지품을 검사하기 위한 검색대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법정경위 등 법원직원에 의한 소지품 검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당시 원고는 법원·검찰 등 형사사법기관에 의한 신변보호 조치가 요청되는 생명·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이 존재했고, 검사로서는 원고의 호소로 이 같은 위험발생을 쉽게 예상할 수 있어 재판부에 신변보호 요청 등 미리 대처할 유효적절한 수단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반면 원고는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가 곤란했으므로, 검사는 원고에 대한 신변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며 “위험발생을 충분히 예견하고도 검사가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되는 만큼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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