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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과 조연 뒤바뀐 법무장관과 전직 대법관

김상원 전 대법관이 진단한 사법불신 원인과 극복방안

2006-03-24 00:34:53

희망포럼이 23일 개최한 <유전무죄·전관예우 청산과 시장경제 바로 세우기> 초청토론회의 ‘히어로’가 기조발제를 맡은 전직 대법관이 아닌 찬조출연으로 격려사를 하러 온 현직 법무부장관으로 바뀌었다.

당초 주목된 인사는 기조발제를 맡은 김상원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 고문)였다. 사법부 수뇌부인 대법관 출신이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맡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데다가 특히 발표내용도 사법불신의 원인과 극복방안을 담고 있어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정작 모든 언론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천정배 법무부장관이었다. 격려사를 하러 참석한 천 장관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던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거론하면서 “온정주의적인 사법부의 관대한 법집행 때문”이라고 사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통제가 없어지면서 개별 재판부가 광범위한 재량권 행사”

비록 조연으로 상황이 뒤바뀌어 빛이 바랬지만 대법관을 역임한 김상원 변호사는 ‘유전무죄·무전유죄’, ‘전관예우’라는 말로 대표되는 사법불신을 어떻게 바라볼까.

김 변호사는 먼저 “사법불신이 과연 나쁜 것이냐”는 질문부터 던지면서 “사법불신은 준법의식과 사법부 판결의 효력을 약화시켜 분쟁해결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사법불신은 사법부의 개혁과 투명성을 촉발시키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며 “따라서 사법부는 사법불신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제도 및 운영의 개혁을 이루는 동시에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국민들의 오해를 해소할 책임이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사법불신의 원인을 3가지 측면에서 찾았다.

우선 사회환경적 요인으로 그는 “사법부 결정이 막대한 금전적·비금전적 이해를 낳음에 따라 사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권력·재력·여론 등에 의한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는데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과 언론자유의 확대로 개개의 판결이 거두절미 한 채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객관적 근거를 상실하거나, 편파적인 여론으로 인해 비생산적인 사법불신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 환경적 요인으로 그는 “대형로펌의 증가와 상업성의 강화로 인해 의뢰인의 재력이 법률서비스의 질과 양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법률서비스시장의 양극화로 대형로펌과 중·소로펌 내지 개인변호사 사무실간의 경쟁구도가 깨지고, 특히 변호사들의 반칙변론에 대한 변호사단체의 규율도 미약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사법불신의 원인은 사법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전관의 사건수임에 대한 실질적인 제한이 없고,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인 통제가 없어지면서 구체적·개별적 사건에서 개별 재판부가 광범위한 재량을 행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형기준 등 재판권 행사의 기준도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관 자신의 판단능력에 대한 과신으로 전관이 담당 판·검사를 사적으로 접촉하는 이른바 ‘소정외변론’ 등에 대한 규율이 불분명하고, 규율위반에 대한 내부감시가 미약할 뿐더러 적발된 사례에 대한 엄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판결문 공개 등 사법절차의 투명성이 낮은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 사법불신 극복하는 바람직한 방안은?

김 변호사는 사법불신을 극복하는 바람직한 방안으로 여러 사법제도적인 측면에서 제한을 가할 것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로펌의 대형화·상업화는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으나 로펌들의 윤리위반행위(쌍방대리, 전직 법관출신 영입시 수임제한 등)에 대한 엄격한 규율이 필요하고, 아울러 변호사단체에게 반칙변론(소정외변론이나 정실변론)을 엄격히 규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관 출신의 경우 장소적·시간적 개업 제한이 도입되거나 적어도 사건수임 제한을 도입하는 것이 고려돼야 하고, 특히 대형로펌의 경우 수임사건이 속한 재판부에 소속된 법관출신은 일정기간 영입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담당 판·검사를 사적으로 접촉하는 소정외변론은 엄격히 금지해 상대방 동석 없이는 어떠한 형태의 비공식적 변론도 금지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엄중한 제재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양형기준 마련과 판결문 공개 확대 등 사법투명성 제고 방안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상원 변호사는 누구?

김상원(金祥源) 변호사는 33년 경기 이천 출신으로 이천농고와 서울농대를 나와 제8회 고등고시 사법과와 제7회 고등고시 행정과 잇따라 합격해 화제가 됐다.

지난 60년 대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전지법 부장판사,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서울민·형사지법 영등포지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법무부 배상심의 위원을 끝으로 지난 81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후 88년 대법관으로 임명됐으며, 기독법조인회 회장(89년)과 민사실무연구회 회장(90년)을 역임했다.

대법관 퇴임 후에는 대한변협 상임이사·회원이사를 맡기도 했으며, 2000년부터 법무법인 한누리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환경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 (사)자연신탁국민운동 이사장, (사)한국복지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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