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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차에서 뛰어내린 여성 과실책임 없다

서울고법 “다른 방어수단 없어 과잉조치 아니다”

2006-03-17 20:31:11

강간 위기에서 구해준 사람이 경찰서에 데려다 주겠다는 말을 믿고 차에 탔다가 또다시 성폭행 위협을 느껴 달리는 차에서 무작정 뛰어 내린 여성의 행동은 과잉조치라고 할 수 없는 만큼 피해여성에게는 과실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2부(재판장 한위수 부장판사)는 16일 운전자의 성폭행을 피하기 위해 달리던 차에서 뛰어 내려 머리를 크게 다친 A(24·여)씨가 운전차량의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8,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다만 정신과 치료 등은 예상치료기간 2~3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향후 치료비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2002년 5월 서울 은평구 소재 OO카바레 건물 계단에서 흉기로 위협하는 낯선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하기 직전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마침 B씨가 이를 목격하고 흉기로 위협하던 남자를 쫓아내 A씨는 가까스로 성폭행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부터. A씨가 울면서 “살려달라”고 하자, B씨는 “경찰서까지 데려가 주겠다”며 자신의 승합차에 태웠다. 그런데 B씨도 갑자기 욕정을 느끼자 차량을 인근 경찰서가 아닌 시외방향으로 몰고 간 것.

이를 수상하게 여긴 A씨는 “차에서 내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B씨는 차량을 정차하지 않은 채 그대로 15분간 차를 몰았다. 이에 A씨는 또 납치나 성폭행 위협 등 극도의 공포심을 느껴 달리던 차량 문을 열고 그냥 뛰어내려 두개골골절상 등 큰 부상을 입었다.
이에 A씨는 B씨가 가입한 차량보험사를 상대로 치료비 등 모든 손해를 배상하라며 1억 7,700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가 밤늦게 돌아다니다가 성폭행을 당한 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하고, 아무리 강간을 당할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더라도 주행 중인 차량에서 그대로 뛰어내린 행동은 적절한 행동이었다고 할 수 없으며, 그런 경우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대응방법을 택했어야 하는 만큼 원고의 과실이 크다는 주장하지만 원고의 과실은 없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차량에 탑승하게 된 것은 운전자가 가까운 경찰서에 데려다 주겠다는 말을 믿었기 때문이고, 성폭행 위협으로 극도의 공포심에 빠져있던 자신을 구해준 운전자마저 다시 성폭행 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아챈 후 차량의 정차를 요구했으나, 운전자가 이를 무시하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계속 운전해 극도로 공포심을 느껴 납치 및 성폭행이나 피살을 막기 위해 차량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당시 상황의 절박성, 극도로 불안한 원고의 심리상태 및 나이 등을 고려해 볼 때 다른 방어수단을 취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려워 원고가 달리는 차에서 뛰어 내린 행동이 과잉조치라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원고의 과실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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