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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해서 이기면 뭐해…변호사비용 빼면 없는데

로스쿨법 비상대책위원회, 서울역에서 대국민 캠페인 펼쳐

2006-03-17 00:05:45

“아무래도 날짜를 잘못 잡은 듯 싶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비가 내리는 데다가 한·일전 야구경기를 보느라 사람들 모두 TV앞으로만 모이고 있어 관심을 갖지 않을 것 같네요”

16일 오후 1시 50분 무렵 서울역 신청사 앞에 있던 법대교수들이 걱정스레 나눈 대화의 일부이다. 법대교수들이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는 월드베이스볼 8강전인 한·일 야구마저도 외면(?)하고 서울역에 모인 것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때문이었다.

한국법학교수회·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민주사법국민연대 등으로 구성된 약칭 ‘로스쿨법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올바른 로스쿨법 제정 촉구를 위한 제1차 대국민 캠페인 및 거리 강연’을 가졌다.

▲로스쿨법비상대책위원회간부들이서울역신청사앞에서"올바른로스쿨법제정"구호를외치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로스쿨법비상대책위원회간부들이서울역신청사앞에서"올바른로스쿨법제정"구호를외치고있다.
이날 첫 마이크를 잡은 로스쿨법 비대위 조병윤 상임공동대표(전 명지대 부총장)는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사법민주화와 대학교육정상화를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관심을 유도했다.

조 상임공동대표는 “행정부는 어느 정도 민주화가 돼 가고 있으나, 사법부는 법조인이 극소수이어서 아직도 국민의 정의와 인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연간 변호사 3000명 배출을 확보하는 로스쿨법 제정으로, 서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종현 상임집행위원장(한국법학교수회 수석부회장)은 “사법개혁의 핵심인 변호사 수 증원에 침묵하고 무시하는 국회를 향해 학자의 양심을 걸고 법학교수들이 거리로 직접 나와 국민에게 변호사 수 증가의 필요성을 알리고, 올바른 로스쿨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회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용상 공동집행위원장(부산외대 법대학장)도 “현재 대한민국의 변호사는 7000명에 불과하다”며 “법치주의의 발전과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조인 수를 더욱 늘려야 한다”고 이어갔다.

정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가 로스쿨 취지와 동떨어진 잘못된 로스쿨법을 제정하려 하고 있다”며 “만약 무늬만 로스쿨인 정부의 로스쿨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에 이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선 만큼 개악적인 로스쿨법 저지를 위해 여러분이 힘을 실어 달라”고 강조했다.

▲김도영전공노법원본부장(좌)은이날대법원장에게직격탄을날렸고,한상희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소장(가운데)도개인자격으로캠페인에참여해서명운동을활발히펼쳐눈길을끌었다.우측은김민배공동집행위원장
▲김도영전공노법원본부장(좌)은이날대법원장에게직격탄을날렸고,한상희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소장(가운데)도개인자격으로캠페인에참여해서명운동을활발히펼쳐눈길을끌었다.우측은김민배공동집행위원장
김도영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은 “이용훈 대법원장은 대법관에서 퇴임한 후 변호사 시절 4년만에 60억원을 벌었다”며 “이는 변호사 숫자가 너무 적어 변호사들이 그렇게 버는 것인 만큼 사기꾼 같은 사법제도는 전면 개혁돼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상수 대변인(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도 “지금 우리사회는 변호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변호사를 선임할 때 내 돈을 내면서도 굽실거려야 하는 처지”라며 “또한 판사 생활을 하다가 변호사로 개업해 몇 년만에 수십 억원을 버는 ‘전관예우’가 횡행하고 있다”고 법조계를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변호사 수를 늘려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최소한 매년 3000명 이상의 대량 변호사 시대로 가야 한다”며 “그래서 국민 누구나 50∼100만원을 갖고도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정부는 고비용 변호사제도를 유지시키는 로스쿨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누구나 변호사를 싼값에 선임할 수 있는 로스쿨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 홍보전단 1500장 배포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 자평

이날 거리 캠페인은 3시 30분까지 진행됐는데 가랑비가 내리는 음산한 날씨와 한·일 야구를 보기 위해 걸음을 재촉한 탓인지 서명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호응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래도 법대교수들과 시민단체 간부 20여명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또한 ‘올바른 로스쿨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홍보 전단지를 1500장이나 배포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이날 캠페인에는 로스쿨법 비대위 조병윤 상임공동대표(전 명지대 부총장), 석종현 상임집행위원장(한국법학교수회 수석부회장), 공동집행위원장인 정용상 부산외대 법대학장과 김민배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부회장, 이상수 대변인(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지성우 단국대 법대교수, 김도영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 김영관 전국공무원노조 사법개혁투쟁위원장, 새사회연대 신수경 정책기획국장과 오영경 연대사업국장 등이 참여했다.

또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한상희 건국대 법대교수는 개인자격으로 캠페인에 참여해 시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서명을 받아내는 활약을 펼쳤고, 교육인적자원부 대학혁신추진단 김홍구 서기관도 캠페인을 참관하며 예의주시해 눈길을 끌었다.

◈ “서민은 변호사 비용이 너무 비싸 소송할 엄두도 못 낸다”

▲정용상공동집행위원장(우측)이시민들에게올바른로스쿨법제정취지를설명하며서명을이끌어내고있다.아기를안고고향으로내려가기위해서울역에온이들부부는기자와인터뷰도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정용상공동집행위원장(우측)이시민들에게올바른로스쿨법제정취지를설명하며서명을이끌어내고있다.아기를안고고향으로내려가기위해서울역에온이들부부는기자와인터뷰도했다.
한편 기자가 이날 올바른 로스쿨법 제정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한 정재욱씨(경북 경산시) 부부에게 참여이유를 묻자, 이들은 준비라도 한 듯 이내 “배보다 배꼽이 더 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 부부는 “언론을 보면 변호사들은 ‘변호사가 너무 많다’고 하는데, 서민 입장에서 변호사 도움을 받으려고 하면 비용이 너무 비싼 것을 쉽게 깨닫는다. 저렴한 비용을 제시하는 변호사는 사실 찾기 힘들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정씨 부부는 특히 “무슨 법률적인 문제가 생겨 변호사를 사려고해도 변호사 비용이 너무 비싸 ‘턱 걸린다’”며 “소송을 걸어 이기더라도 변호사 비용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소송할 엄두는 못내는 게 서민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런 구조는 분명 바뀌어야 하고, 변호사들도 변호사 비용을 낮췄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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