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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로스쿨 공청회…국회의원이 외면해 썰렁

교육위원 18명 중 위원장 포함해 고작 5명 참석

2006-02-15 22:24:04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표류 중인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법률안을 조속히 처리키로 합의한 가운데 15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이해관계인과 전문가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개최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한국법학교수회,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약칭 ‘로스쿨법 비상대책위원회’는 로스쿨 법안에 대해 “법조인의 기득권만을 위한 ‘사이비·무늬만’ 로스쿨 법안”이라며 “원안 통과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14일 선언한 가운데 열린 사실상 마지막 공청회였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공청회 방청객으로 한국법학교수회 이기수 회장과 석종현 수석부회장,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한상희 소장, 로스쿨법 비상대책위원회 이상수 공동집행위원장 등과 변협에서는 하창우 공보이사, 오욱환 사무총장 등 임직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공청회를시작했으나의원들은텅텅비운채쓸쓸히명패만이자리를지키고있다.
▲공청회를시작했으나의원들은텅텅비운채쓸쓸히명패만이자리를지키고있다.
하지만 공청회는 교육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대거 불참으로 그야말로 ‘썰렁’ 그 자체였다. 황우여 위원장이 당초 예정된 2시보다 20분이나 늦게 개의를 시작했으나 참석한 위원은 고작 4명에 불과해 과연 국회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로스쿨 법안에 관심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교육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18명.

상황이 이쯤되자 황우여 위원장도 회의를 시작하면서 “의결정족수가 되지 않아 의사일정 중 로스쿨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를 먼저 상정한다”며 “회의를 2시에 소집했는데 20분 늦게 시작하게 돼 국민과 진술인 등에게 위원장이 위원회를 대신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황 위원장은 그러면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위원들에게 쓴소리를 냈다. 그는 “개의 시간은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시간 엄수에 유념해 주길 바란다”며 “다시 한번 촉구하건 데 교섭단체 간사들은 개의 시간 문제에 대해 당내 의견을 모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황우여교육위원장
▲황우여교육위원장
황우여 위원장은 이어 공청회 개최 취지에 대해 “정부가 제출한 로스쿨 도입 법률안은 제정 법률안으로서 국회법에 따라 이해관계인 및 학식과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어 개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공청회를 통해 폭넓은 의견수렴이 이뤄짐으로써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오늘 참석한 진술인 여러분들이 공청회의 취지를 감안해 위원들의 법안 심사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유익한 말씀을 기탄 없이 해 달라”고 주문했다.

공청회 진술인으로는 노명선 성균관대 법대교수, 정용상 부산외국어대 법대학장(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 민경식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 김창록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건국대 법대교수) 등 4명.

한편 의원들은 자신의 질의가 끝나면 곧바로 퇴장했고, 다른 의원들은 자신의 질의 시간이 될 무렵 공청회 자리를 채워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로스쿨은 사법개혁의 백미…국민에게 선전도구로 활용?

이날 비록 공청회 분위기는 썰렁했지만 의원들의 질의시간은 나름대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노명선성균관대법대교수,정용상부산외대법대학장,민경식대한변협법제이사,김창록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실행위원(좌측앞에서부터)등공청회진술인들이발표자료를유심히검토하고있다
▲노명선성균관대법대교수,정용상부산외대법대학장,민경식대한변협법제이사,김창록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실행위원(좌측앞에서부터)등공청회진술인들이발표자료를유심히검토하고있다
첫 질의를 시작한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던 정용상 부산외대 법대학장은 “의원님들은 (로스쿨 총 입학정원) 1200명에 8∼10개 대학에 (로스쿨을) 나눠 줄 때 다음 재선을 확신할 수 있느냐”고 반문해 이 의원이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은 “현재 40여개 대학이 사생결단식으로 로스쿨 유치경쟁을 벌여 로스쿨 유치에 실패할 경우 법대 자체가 와해될 수 있어 ‘로스쿨 대란’이 우려된다”고 대학들의 과열 경쟁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정원문제 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데 청와대와 정부가 협의를 통해 서두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답변에 나선 정용상 학장은 “로스쿨은 ‘사법개혁의 백미’이자, 사회 전반전인 개혁에 있어 앞서있는 명패를 가진 법안이어서 개혁성과가 있다고 국민에게 선전하는 도구적인 입장에서 일단 로스쿨을 시행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정치색을 꼬집었다.

김 의원은 또 “로스쿨 사후 평가기관인 평가위원회를 교육부가 아닌 변협에 설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묻자, 답변에 나선 변협 민경식 법제이사는 “로스쿨은 교육기관의 측면보다 전문가 직업 양성기관으로 생각한다”며 “변호사라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로스쿨은 변협에 평가위원회를 두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총 입학정원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김창록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건국대 법대교수)은 “총 입학정원 제도 자체가 문제이며, 이 제도를 둔다고 해도 법조와 상의를 해 법조인 수를 결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국가가 법률로써 도와주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 반하는 것”고 꼬집었다.

반면 민경식 법제이사는 “사개위가 건의한 취지에 따라 (사법시험 합격자 수로) 시작한 후 추후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라 (법조인 수를) 반영하면 된다”고 답변해 대조를 이뤘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로스쿨법과 변호사자격시험법의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정용상 학장에게 그 이유는 물었다.

정 학장은 “예를 들어 변호사자격시험법을 (입법 없이) 그냥 두다가 로스쿨에서 5000명을 뽑아 수료할 때쯤 1000명을 뽑는다고 하면 4000명이 탈락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에 로스쿨법과 변호사자격시험법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며 “법조인 양성에 있어 로스쿨 설치가 시작이라면 변호사자격시험법은 끝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우리나라의 법조인 수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명선 성균관대 법대교수는 “변협은 사법시험이 충분히 질적으로 다양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고집”이라며 “정원은 2000명이 적당하고, 중요한 것은 합격률 80%를 유지하는 것인 만큼 1600명 정도는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또 “사법시험에 대한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선 선발 후 양성’의 로스쿨을 도입하자는 것인데 나중에 갑자기 변호사자격시험법이라는 엄격한 시험을 또 거쳐 합격률이 낮아지면 폐단이 나온다”며 로스쿨법과 변호사자격시험법을 함께 입법해야 한다는 정용상 학장의 주장에 동의했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2003년 전문직 종사자 중 변호사의 경우 평균소득이 3억 4000만원으로 1인당 GDP 1500만원과 비교할 때 22.3배에 이르는데 미국은 3.7배”라며 “어떤 직종에 공급이 적정한지 아닌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지표는 직종의 평균소득으로 알 수 있다”고 변협을 겨냥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이렇게 변호사들의 높은 고소득은 결국 공급의 높은 진입장벽에 의해 유발됐다고 본다”며 “이런 것이 우리나라 법조인 수가 모자라는 것을 나타내 주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답변에 나선 민경식 법제이사가 “변호사의 소득 편차가 굉장히 크다”며 “법원·검찰에 근무하지 않거나 사회적 인맥이 없는 변호사들은 사무실 유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끝을 흐리자, 이 의원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는 이렇게 2시간 50여분만에 끝났다.

로스쿨 총 입학정원에 대한 각계의 입장

로스쿨 도입 법률안이 국회에 표류하며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로스쿨 총 입학정원 문제에 있어 변호사단체와 법대교수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간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각계의 입장을 정리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총 입학정원을 1200명으로 하고, 그 중 1000명을 변호사자격시험 합격자로 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변협 이외의 단체들은 최소한 2000∼3000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한국법학교수회, 전국법과대학 학장협의회 등 법학교수단체들은 총 입학정원 제한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며, 입학정원을 정할 경우 3000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사랑방 등 시민·인권·노동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주사법국민연대도 총 입학정원은 적어도 3000명 이상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설령 초기단계에서 한시적으로 총 입학정원을 통제하더라도 2000∼3000명 이상이어야 하며, 향후에는 총 입학정원에 대한 통제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법대는 지난해 5월 <법학교육개혁에 대한 서울대 법과대학의 입장>에서 “법조인 배출수를 연간 1,000명 남짓으로 제한하는 것은 변호사단체의 집단이기주의 때문이며, 또한 국가가 변호사자격 판매업을 몇몇 대학에 특혜 분양하는 것”이라며 “3000명 선이 적절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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