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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헌법재판소

고엽제 피해 첫 승소…위자료 630억원 판결

“美제조사, 1인당 600만∼4600만원 위자료 지급”

2006-01-26 19:13:51

월남전 참전 군인들이 베트남전에서 살포된 고엽제의 유해물질인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돼 각종 질병과 후유증을 입었다며 미국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고엽제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3부(최병덕 부장판사)는 26일 파월 장병 김모씨 등이 고엽제 제조사인 미국의 다우케미컬과 몬산토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3건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려, 6,795명에 이르는 고엽제 피해자들이 총 630억 7600만원에 달하는 위자료를 배상 받을 길이 열렸다.
이번 사건은 쟁점이 많은 데다가 고엽제로 인해 손해배상책임을 사실상 세계 최초로 인정하는 판결에서 말해 주듯이 강모씨 등이 제기한 사건(2002나 32686)의 경우 판결문이 225쪽에 이른다.

다음은 주요 쟁점 사안별로 재판부의 판단을 요약했다.

◈ 국제재판관할 문제 = ▲대한민국은 이 사건 참전용사들의 생활근거지이자 피해질병이 발생한 결과발생지인 점 ▲피고들인 한국 군인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사실을 알고 있어 고엽제 피해가 한국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는 점 ▲원고들이 승소할 경우 집행을 통해 재판의 실효성을 얻을 수 있는 피고들 재산이 국내에 자회사로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한국 법원은 불법행위지의 법원으로서 국제재판관할권을 갖는다.

◈ 제조물책임 = 피고들이 고엽제를 미국 정부에 제조, 공급할 당시 기술수준 등에 비춰 고엽제의 TCDD(다이옥신 화합물질) 농도를 0.05ppm 이하로 낮추는 대체설계를 채택하는 것이 가능했음에도 이를 초과하는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설계상의 결함이 존재하는 만큼 고엽제 제조자로서 제조물책임을 부담한다.

◈ 인과관계 = 유해물질인 다이옥신으로 인한 질병 발생이 집단적 병리현상으로서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인체실험이 가능한 것도 아니므로 문제된 질병들이 다이옥신 노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인지 여부, 즉 일반적 인과관계는 집단관찰을 통해 역학적으로 밝혀 입증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역학적 인과관계에 기초해 피해자 개개인의 질병이 다이옥신 노출로 인해 발생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어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할 수 있다.

재판부는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질병으로 ▲비호지킨임파선암 ▲연조직육종함 ▲염소성여드름 ▲만발성비푸포르피린증 ▲호지킨병 ▲폐암 ▲후두암 ▲기관암 ▲다발성골수종 ▲전림선암 ▲2형당뇨병을 들었다.

◈ 피고들 면책주장 = 전시 상황에서 미국의 방위물자생산법에 근거한 미국 정부의 지시에 의해 고엽제의 제조, 공급을 강요당했다는 사정을 근거로, 피고들의 고엽제 제조, 공급행위가 정당행위, 강요된 행위 또는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는 피고들의 면책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 소멸시효 = 이 사건 피해자들로서는 피고들이나 미국정부의 관리 하에 있는 고엽제 제조와 살포에 관한 자료를 입수, 확보하는데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분석도 쉽지 않은 점 등 피해자들에게는 피고들을 상대로 고엽제 피해와 관련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는 만큼 소멸시효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 위자료 = 장애 정도가 가장 중한 1급의 경우 위자료액을 4600만원, 상이 등급이 한 단계씩 낮아질 때마다 400만원씩 감액해 최저 600만원까지 인정한다. 이 같은 기준에 의해 산정된 위자료 총액은 630억 7600만원이다.

◈ 판결의 의미 = 종래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이 고엽제로 인한 질병 발생의 피해와 관련해 피고들을 포함한 고엽제 제조회사들을 상대로 다수의 제조물책임 소송을 제기해 왔는데 미국에서 최초로 제기된 집단소송이 84년 당사자들의 화해로 종결된 이후 다른 소송도 모두 피고측의 정부계약자 항변이 받아들여져 제조물의 결함 여부나 인과관계 유무에 관한 실질적인 판단 없이 약식판결로서 청구가 모두 기각됐다.

하지만 이 사건 판결은 대한민국의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이 고엽제의 결함으로 인해 입게 된 질병 발생에 관해 고엽제 제조자인 피고들에게 제조물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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