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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출발부터 기형 예고했다

2006-01-06 13:02:05

진정한 로스쿨 도입을 기대한다

▲부산외대정용상법과대학장
▲부산외대정용상법과대학장
“법학전문대학원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안’이라 약칭함)이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심의 중에 있다. 또한 교육부에서는 이 법안의 통과를 전제로 하여 시행령과 인가기준에 관한 검토도 이미 끝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법안은 규제일변도의 법안이며, 로스쿨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반하는 소위 “안티 로스쿨법안”이다.
이번의 로스쿨 도입논의는 법조측에 총정원을 현행 사법시험 합격자수로 통제한다는 약속을 전제로 법조측의 사전 동의하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출발부터 기형의 로스쿨을 예고하였다. 특히 그 논의과정에서 법학교육의 주체인 법학교수와 수요자인 국민의 절대다수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오로지 법조측의 요구만 대폭 수용한 것은 입법의 크나큰 흠결이다.

로스쿨은 필연적으로 법조인의 양산을 전제로 하는 제도인데, 이 법안은 입법을 통하여 오히려 법조인의 증원을 봉쇄하려는 독소조항의 조합에 불과하다. 특히 설치기준이 세계에서 최고로 엄격하다. 게다가 그 기준이 충족되더라도, 이에 더하여 또다시 로스쿨 총정원과 대학별 정원으로 인가를 제한하므로 인하여, 준칙주의와는 거리가 먼 마치 특허주의에 다름 아닌 악법이다.

현재의 법조인 배출숫자를 그대로 유지하는 상태에서 로스쿨을 도입하는 것은 법학교육의 이니셔티브를 법조에서 틀어쥐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한 법안에서는 로스쿨의 목적이 법조실무가 양성에만 있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마치 로스쿨은 사법연수원이라도 대체하는 실무가 양성기관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학문후속세대는 어디서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가 의문이다.

특히 법학학제를 일거에 바꾸면서 현재의 법안대로라면 대부분의 대학이 로스쿨에서 탈락하게 되는데, 그 탈락대학 및 소속교수에 대한 경과규정이 법안에 없다는 것도 입법자의 단견이자 입법의 불비이다.

로스쿨의 도입과 동시에 변호사자격시험법을 제정하여 구체적 법조인선발시스템을 입법적으로 정리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학부법학교육을 존치시킨다면 학부 법학전공자에게도 일정한 요건하에 변호사자격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로스쿨도 교육기관인데 교육의 주체가 아닌 변협에 로스쿨의 평갇인증에 관한 실권까지 부여하여 인가취소라는 무서운 제재조치까지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법학교육의 법조예속을 정당화하려는 잘못된 발상이다.

로스쿨 성공의 관건은 정원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양질의 법조인을 배출하는데 있으므로, 이를 위한 구체적 논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원래 법학계에서 로스쿨 도입을 기대했던 이유는 그 동안 법학교육과 연계되지 않은 사법시험에 의한 법조인선발은 많은 폐단이 있으므로, 로스쿨의 도입이 마침내 황폐한 법학교육을 정상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로스쿨을 시험중심이 아닌 교육중심의 법조인양성으로 획기적인 전환을 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이해하고 법학교수들은 애초에 이 제도의 도입에 호의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법안에는 수준 높은 법학교육을 하기 위한 하등의 제도적 장치에 대한 규정이 없다.

만약에 로스쿨을 도입한다면 진정한 로스쿨의 취지와 목적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 철저한 준칙주의에 의한 자유와 경쟁의 원리에 따라, 누구나 적정한 기준을 갖추면 로스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률시장개방과 남북통일시대, 그리고 OECD국가의 법조인현황 등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법률시장의 법조인수요를 산출하여 국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로스쿨의 규모에 대한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계속하여 현재도 법조인은 과포화상태라는 전제를 깔고 현재의 사시합격자수를 기준으로 로스쿨정원을 묶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송무시장만 가지고 법조인의 수를 많다 적다하는 것은 오판이다. 송무업무는 법률가가 담당할 지극히 일부업무일 뿐이다.

로스쿨 논의의 중심은 정원이 아니라, 로스쿨에서 무엇을 누가 어디까지 어떻게 잘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로스쿨의 정원을 어떻게하면 통제할까를 놓고 고민한다면, 로스쿨은 더욱 법조사회의 폐쇄성을 강화하는 진입장벽이 될 뿐이다.

이 법안은 대학에 대해 지나친 통제를 하여 그 자유로운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함으로써,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 학문의 자유 및 대학의 자율성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이다. 그러므로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어서는 정말 안되며, 로스쿨도입의 취지와 목적에 적합하게 대폭 수정된 후에 통과되어야 한다.

차제에 법학자와 법조인이 함께 하는 진정한 법률가일원화체제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졸속입법에 의한 기형적 로스쿨도입을 강행하기보다는 차라리 ‘로스쿨 도입론’을 미래의 연구과제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이 칼럼은 부산외국외대 정용상 법대학장(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님께서 로이슈에 특별기고한 칼럼으로 로이슈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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