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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행형법 진일보 vs 인권 아닌 보안행정 강화에 초점

법무부, 행형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문제점 지적의견 쏟아져

2005-12-23 00:45:57

법무부가 열악한 교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수형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현행 행형법을 ‘제정’ 수준의 전면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22일 서울 변호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행형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의견이 쏟아져 나와 입법과정에서 부분수정이 예상된다.

공청회에 참석한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인사말에서 “개정 행형법은 ▲미결수용자에 대한 무죄추정원칙 보장, 집필사전허가제 폐지 등 수용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과학적인 분류심사제 도입 등 교정의 과학화를 도모하며 ▲교정시설내 각종 위원회의 외부인사 참여 확대 등 교정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전자장비를 이용한 계호 등 교정행정의 현대화를 이루며 ▲조직폭력사범 등의 특별관리, 벌칙조항 신설 등 수용질서를 확립하는 데 역점을 두고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제발제자로 나서 개정 행형법을 설명한 법무부 한철호 교정심의관은 “낙후된 교정시설, 교정인력의 만성적 부족, 의료인력 및 장비의 절대적 열세 등 선진 외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교정환경을 고려할 때 개정안 작성은 처음부터 힘겨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한 심의관은 그러면서 “교정현실의 어려운 여건으로 인해 완벽한 수용자의 마그나카르타에는 다소 미흡할지 몰라도 수용자의 인권신장, 외부교통권 및 사회적응력 강화, 교정행정절차의 투명성 제고, 수용환경의 개선 등의 면에 있어서는 분명히 진일보한 개정안”이라고 강조했다.

◈ “교도관에게 도주한 수용자 체포권한 부여는 부작용 낳아 재검토 필요”

▲권오창변협법제이사
▲권오창변협법제이사
토론자로 나선 대한변호사협회 권오창 법제이사는 접견 등 제한 규정과 관련, “‘소장의 허가를 받아서…¨라는 절차요건을 삭제하는 대신, 접견 등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수용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진일보한 것이라는 견해와 현실적으로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교정행정의 목적과 현실적 여건, 외국 사례 등을 종합 검토해 입법과정에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수용자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 등에 대해서도 권 이사는 “수형자에 대한 정보수집 권한이 너무 넓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있고 특히 교정당국이 수집할 수 있는 수용자의 개인정보의 범위, 수집정보의 사용 및 누설금지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권한이 남용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자장비를 이용한 계호와 관련, 김 법제이사는 “전자장비에 의한 계호가 감시카메라 차원을 넘어 전자 팔찌 등으로 확대 돼서는 안 되는 만큼 전자장비를 이용한 계호의 범위를 법률 등에 보다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견해 등 변협도 내부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이 부분은 사회적 합의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교도관에게 도주한 수용자의 체포권한을 부여한 것에 대해 권 법제이사는 “수용시설 외에서의 체포 등은 원칙적으로 경찰관서의 협조를 받아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교도관 등의 권한이 수용시설 밖에서 광범위하게 확대되는 것은 인권침해, 국가기능의 혼선과 중복 초래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옳지 않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개정안은 인권이 아니라 보안행정의 강화…강도 높게 비판”

▲이호중외국어대교수
▲이호중외국어대교수
한국외국어대 이호중 법대교수는 “법무부 개정안은 계구나 징벌의 영역에서는 현행법 수준보다 더욱 보안중심의 행형을 강화하려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타 수용자의 권리에 관한 부분도 그동안 행형에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뿐이지 실무에서 허용되는 수준을 행형법에 근거규정을 둔 정도에 불과해 ‘인권’이 아니라 ‘보안행정의 강화’에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독거수용 개정안은 법무부의 철학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이 규정은 독거수용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혼거수용이 일반화 돼 있는 구금시설의 현실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법규정에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접견권과 관련, 그는 “접견 등에 관한 금지사유가 너무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며 “시설의 아전과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다면 접견금지 외에도 교도관 감시나 칸막이 접견 등 제한적 접견방식을 허용해야지 그런 사유만으로 접견을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징벌과 관련, “구금시설 내에서 근로명령이 어떤 근로를 내용으로 할지 근본적으로 의문이어서 이를 징벌로 도입하는데 반대한다”며 “또한 전화통화, 집필, 서신수발, 접견, 실외운동 등은 수용자의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돼야 하는 만큼 이를 징벌사유로 도입하는 것도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 “CCTV를 개별거실까지 설치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법무연수원 김기현 교정연수과장(법학박사)은 “수용질서 확립은 수용자의 권리보장은 물론 교도관의 권리보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며,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는 행정행위를 위해 엄격한 상벌제도의 법적근거 마련과 실무자의 운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법안에서 ▲귀휴요건 완화 ▲수용자의 포상조항 신설 등은 바람직하나 징벌조율에서 가장 중한 벌칙이 금치 30일 이내로 제한한 것은 과오반성의 여지를 지나치게 완화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정학회 김화수 회장(경기대 교수)은 “현재 대부분의 수형자는 징역형 수형자이기 때문에 강제노역에 당연히 종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규율위반 수형자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근로명령을 부과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물론 근로명령의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과연 이 징벌방법이 강제노역의 의무가 없는 금고형 수형자, 구류형 수형자, 미결수용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규정인지도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사형이 확정된 자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법무부장관의 명령으로 집행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 해석해 사형이 확정됐지만 집행하지 않은 인원이 60명을 넘고 있다”며 “사형제도의 존폐 논란에 앞서 이런 현실은 어쨌든 현행법 위반인 만큼 사형집행시기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북대 신양균 법대학장은 “주간혼거, 야간독거가 국제적인 추세임을 감안할 때 수용의 원칙을 간단히 독거수용으로 한 것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독거수용 원칙을 규정하면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혼거수용을 허용한 것은 구금시설 대부분의 문제가 혼거수용에서 비롯되는 현실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 학장은 또 “구금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전자장비(CCTV)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했으나 전자방비의 사용을 개별거실까지 허용하는 것은 주거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에 해당돼 타당하지 않다”며 “특히 자해의 우려가 있는 수용자는 보호실 수용 및 감시 등을 통해 보호해야 하며, 전자장비의 사용이라는 사생활 침해의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천현 법학박사는 “징벌결정을 받은 자에게 그가 반성하고 있다고 해서 소장에게 일방적인 감경 또는 면제권한을 규정은 자의적인 재량권 행사의 소지가 많고, 징벌대상자간에 불평등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가석방의 경우를 참작해 최소한 징벌기간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여성수용자 처우와 관련, 그는 “개정안은 유아 양육을 허가할 경우 단지 ‘양육을 위해 필요한 설비 및 물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유아의 의료에 관한 내용은 없다”며 “유아에 대한 건강진단, 치료, 진료 등에 관한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지수명 인권침해조사관은 “아직도 많은 미결수용자들이 구금시설내에서 종교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시설과 예산부족이라는 호소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미결수용자도 종교집회에서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한편 한인섭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는 200여명의 방청객이 공청회장을 가득 메워 행형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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