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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강간죄 신설 글쎄?…“과잉입법 vs 변협, 반대 안 돼”

변협 하창우 공보이사 vs 이명숙 변호사 찬반 팽팽

2005-12-12 14:15:58

부부강간죄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준범)가 웹진 『시민과 변호사』 12월호 특집에서 ‘부부강간죄 신설해야 하나’를 놓고 찬반의견을 실었다.

반대측에 선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공보이사는 부부강간죄는 과잉입법이라고 전제하면서 가정문제에 법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으로 가정붕괴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도입할 경우라도 이혼소송 중인 부부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해야 하며, 형량도 부부사이의 일인만큼 일반강간범 보다 낮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찬성측에 선 이명숙 변호사는 가정을 붕괴시키고 해체시키는 주된 이유는 폭행을 수반한 부부강간행위이지 이를 처벌하는 부부강간죄의 도입은 아니기 때문에 가정붕괴나 해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부부강간죄의 도입이 절실하다며 이를 반대하는 변협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쓴소리를 냈다.

◈ “남편이 성관계 때마다 처에게 각서 받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하창우 공보이사는 “성의 결합으로 가정을 이루는 부부는 상대방의 성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어 다소간의 폭행이 따랐다고 강간죄로 처벌하는 것은 가정문제에 법이 지나치게 간섭함으로써 오히려 가정의 붕괴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며 “부부강간죄는 우리 가족제도와는 법체계가 전혀 맞지 않는 제도로 부부사이의 성행위에 강간죄를 도입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주장했다.

하 공보이사는 “부부강간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부부 사이에 성을 거부하는 것은 이혼사유가 되므로 성적 자기결정권만 고집행서는 안 되고, 성적 의무와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며 “그렇다면 성적 자기결정권만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해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일방적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부강간죄를 도입할 경우 부작용도 우려했다. 하 이사는 “처가 남편을 강간범으로 만들어 버리면 그 처와는 결혼생활을 계속 못해 가정은 파탄될 수밖에 없다”며 “가족수입을 남편에게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처의 생계는 지장을 받을 것이고, 자녀의 양육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가정파탄으로 인한 손해가 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 공보이사는 특히 “무엇보다 부부강간죄라는 오명을 쓰고 파탄되는 경우 성격 불일치나 폭행으로 인해 파탄되는 경우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어서 남편에 대한 형사처벌에 의해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클 것이 불을 보듯 알 수 있다”며 “그렇다면 이런 제도를 도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여성계는 부부사이의 강제적 성관계에 관해 현행법상으로 ‘폭행’은 처벌할 수 있어도 ‘강간’으로는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부부강간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렇다면 성행위에 수반되는 폭행에 대해서는 일반 폭행보다 좀 더 처벌 수위를 높이면 될 것이고, 이에 만족하지 못하면 이혼소송을 제기해 부부관계를 해소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부강간죄 도입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하 공보이사는 “처가 남편을 강제로 성관계한 경우도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부부강간죄 도입목적은 분명 처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돼 있어 남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호하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폭행을 수반한 강제적 성행위가 무엇인지, 협박을 수반한 경우는 처벌대상이 아닌지 등에 대한 개념이 너무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해 좀 더 명확한 개념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 이사는 “부부강간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고소 없이도 처벌이 가능한데 그렇다면 부부 사이에 합의가 된 경우도 처벌이 되기 때문에 국가가 가정 일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결과가 된다”며 “폭행문제가 합의된 부부를 굳이 형사처벌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 이사는 특히 “형량이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돼 있어 합의가 돼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부강간죄를 저지르면 실형을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전혀 면식이 없는 흉악범이 부녀자를 강간한 경우보다 오히려 형이 높은 결과가 돼 과잉처벌”이라며 “부부강간죄를 도입할 경우에도 부부사이의 일이므로 일반 강간범보다 형을 낮춰야지 일반강간죄보다 형을 높일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실제 사례에서도 별거중인 남편이 처와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면서 폭행을 동반한 경우가 문제되고 있기 때문에 부부강간죄를 도입할 경우에도 부부관계가 파탄이 나서 별거중인 부부이거나 이혼소송 중인 부부 사이에서와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하 공보이사는 “성관계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제3자는 알 수 없어 처가 남편에게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면 남편은 일방적으로 당하기 쉬어 앞으로 대한민국 남편들은 처와 성관계를 갖기 전에 관계를 가져도 좋은지 그 때마다 처로부터 각서를 받아 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이 제도가 얼마나 과잉입법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 “이혼소송서 유리하기 위해 허위고소 많아진다고…말도 안 돼”

이명숙 변호사는 “가정폭력이 있는 3가구 중 1가구에서 가정폭력과 함께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부부간의 성폭력 발생률은 1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지난 3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설문조사결과 여성응답자의 13.5%가 배우자로부터 성폭력을 하소연한 결과를 같이 한다”며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부부강간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부부간에 이뤄진 가정폭력은 물론 성폭력 또한 명백한 불법행위요, 범죄행위”라며 “이러한 범죄행위는 가정이라는 울타리나, 부부라는 특수성으로도 용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부강간죄 도입을 반대하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하며 쓴소리를 냈다

이 변호사는 “부부강간죄를 규정하는 기존 형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변협은 부부강간이 더 이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그런 역할을 해야 할 변협이 반대이유로 들고 나온 대부분은 법이론이나 실무를 잘 모르는 반대자들이 주장해 온 것들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더 큰 실망감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부부간에 ‘성적충실의무’의 특수성이 존재한다고 해도, 폭행·협박을 수반한 강압적인 부부관계까지 용인해야 하는 특수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동거의무에 위반하거나 부부관계를 거부한다면 민법상 이혼으로 해결할 일이지,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수단을 동원해 강제로 부부관계를 강요한다면 부부관계의 특수성과는 전혀 별개인 범죄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변호사는 “법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변협이 ‘증거나 증인이 없어 입증이 곤란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에는 할 말이 없어져 버린다”며 “변협은 부부강간죄의 입증곤란을 들어 부부강간죄 신설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전문수사관이나 조사관제도의 도입, 수사방법의 과학화, 전문화, 입증책임의 완화 등을 통해 해결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부부강간죄의 신설로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아내들의 허위고소가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는 허위고소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기능을 무시한 주장”이라며 “부부강간죄가 성립된다고 해 가사소송이 폭주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강간고소를 할 정도면 강간 외에도 너무나 많은 이혼사유가 넘치기 때문에 한 두 차례의 강간 사실만으로 위자료 액수에 차이가 나거나 이혼성립 여부가 좌우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폭행을 수반한 강제적 성행위 개념이 너무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 전에 현실적으로 모든 개념을 법조문에 일일이 명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강제적 성행위라는 개념에 대한 해석이나 정의는 이미 강제추행이나 강간죄에 대한 충분한 법적용 잣대가 만들어져 있어 이들을 토대로 법원의 해석에 맡길 일이며, 판례의 집적으로 해결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가정붕괴 촉진 주장과 관련, 이 변호사는 “부부강간으로 형사고소를 생각할 정도라면 이미 가정은 붕괴될 대로 붕괴된 상태여서 원만한 가정으로의 복귀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가정을 붕괴시키고 해체시키는 주된 이유는 가정 내에 존재하는 폭행을 수반한 부부강간행위이지 이를 처벌하는 부부강간죄의 도입은 아니기 때문에 가정붕괴나 해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부부강간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부부강간죄의 법정형을 일반강간죄 보다 높게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은 부부강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서 오는 주장”이라며 “타인의 강간은 대부분 1회에 그치지만 부부간에는 폭행을 수반한 강간을 일삼을 정도로 난폭한 남편 앞에서 엄청난 공포 속에서 반항도 못한 채 한 집에서 동거하면서 늘 강간을 두려워해야 하기 때문에 부부강간이야 말로 일반인에 이뤄진 강간보다 훨씬 더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적인 부부관계를 공권력이나 법률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형벌권 남용의 여지가 있다는 우려 또한 부부강간이 심각한 범죄행위임을 망각한 데서 나오는 주장”이라며 “아무리 사적인 부부관계라도 범죄행위가 전제된다면 국가형벌권을 벗어날 수 없기에 오히려 부부강간이야말로 은밀하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부간의 범죄인 이상, 그 어떤 범죄보다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변협은 더 이상 부부강간죄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며 “부부강간을 없애고 가정해체를 막기 위해 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떤 법안에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 입증의 곤란을 피하기 위해 입증책임완화를 어떻게 할 것이며, 전문수사관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과도한 형량이 걱정된다면 보호처분제도 도입 등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 등의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 볼 것을 기대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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