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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헌법재판소

‘자동차 이용한 범죄’ 무조건 운전면허 취소 조항 위헌

헌재 8대 1의견…“최소침해성 원칙,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2005-11-25 01:15:20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자동차 등을 이용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반드시 운전면허를 취소토록 한 도로교통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무조건 운전면허를 취소토록 하는 것은 위법 정도나 비난의 정도가 극히 미약한 경우까지도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밖에 없는 만큼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범죄의 중함 정도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한 후 운전면허를 취소토록 해야 한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송인준 재판관)는 24일 자신의 승합차에 여성을 강제로 태워 감금한 채로 운행했다는 이유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K씨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운전면허 취소사유의 내용 등을 정하지 않아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낸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우선 “자동차를 운전면허 고유의 목적인 교통수단이 아닌 범죄수단으로 이용할 경우 운전면허를 취소토록 한 것은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과 동시에 차량을 이용한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도 적합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행위를 하면 무조건 운전면허를 취소토록 하는 것은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일체 배제한 것이어서, 위법 정도나 비난의 정도가 극히 미약한 경우까지도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위헌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2년 동안 운전면허를 다시 발급 받을 수 없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직업선택의 자유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오늘날 자동차는 대중교통 및 생업수단으로서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어 자동차 운행과 관련해 여러 가지 교통 특례제도를 두고 있는 취지를 보면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에 사소한 과실범죄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의 중함 정도나 고의성 여부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행위만 하면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포섭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것으로 명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밝혔다.

반면 조대현 재판관은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행위를 한 때’란 자동차를 직접 범죄 실행행위의 수단으로 이용한 경우를 의미하고 또한 운전면허가 취소돼 2년간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를 직접적인 범죄 실행행위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위험성이 매우 크고 죄질도 극히 불량하다”며 “따라서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워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합헌의견을 냈다.
K씨는 2003년 8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H렌트카 앞 도로에서 자신의 승합차에 여성 A씨를 강제로 태우고 감금한 채로 안양시 범계동까지 운행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갖고 있던 특수운전면허 등 4개의 운전면허를 모두 취소당했다.

이에 K씨는 “이 같은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나 행위태양 및 면허취소를 당할 자의 구체적 불이익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면허취소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K씨는 이와 함께 “이 도로교통법 규정은 운전면허 취소사유의 내용과 범위를 정하지 않아 법률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생활 필수수단인 운전면허를 취소한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받아들여져 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9월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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