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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사법시험 합격 '소년등재' 김지형 대법관 후보 곤혹

김지형 후보자…청와대 코드인사 vs 대법원장 탁월한 지명

2005-11-11 23:45:47

21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합 ‘소년등재’ 법관인 김지형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대 논란은 역시 ‘코드인사’였다.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사법연수원 동기모임에서 대법관 후보로 김 후보자를 거명한 후 대법관으로 지명됐기 때문이다.

이에 야당의원들은 대법원이나 정권차원의 코드인사라고 집중 포화를 날린 반면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대법원장의 탁월한 선택이라고 극찬하면서 성골이 아닌 육두품 판사가 대법관이 되는 엄청난 시대가 도래했다고 맞섰다.
◈ 주목받지 못한 후보자가 대법관 추천된 것은 청와대나 법원의 코드인사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은 “후보자는 법조계에 잘 알려진 분도 아니고, 사법연수원 동기 중에서 발군의 실력을 나타낸 분도 아니다라는 평가가 있는데 지방대 출신인 후보자가 대법관에 추천된 것은 청와대나 법원의 코드인사의 결과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이어 “최근 법원노조에서 12명의 대법관 예비후보에 대해 인기투표를 한 결과 후보자는 가장 낮은 인기결과가 나왔다”며 “법원직원들은 법관들의 실력이나 평소 품행을 누구보다 월등히 알고 있는데도 추천된 것은 그것도 사법개혁의 일환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하자, 김지형 후보자는 “법원노조의 설문조사는 얼핏 들어 알고 있으며, 후보자 반열에 오른 것만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살짝 비켜갔다.

또한 대법관으로서 재판실무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김 후보자는 “재판실무경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겠지만, 넘치는 것보다 좀 모자란 것에 낫지 않느냐는 데 위안을 삼고 부족한 점을 채우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인사관례를 깨고 특허법원 부장판사 근무 6개월만에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가고 곧바로 대법원장 비서실장으로 간 것은 대법관으로 발탁하기 위한 대법원이나 정권차원의 코드인사라는 지적이 있는데 대법원장 비서실장 발탁 배경이 무엇이냐”고 따졌다.

김 후보자는 “지적한 대로 특허법원에서 6∼7개월만에 (서울고법으로) 올라온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이 상황을 염두에 뒀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하면서 “2003년 대법관 제청 파문 과정(선뜻 잊지 못하고 주춤)에서 대법원 실·국장 개편 인사를 할 때 연수원 기수를 낮춰 실·국을 재편성해서 새로운 상황을 수습해 가자라는 차원에서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박 의원은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대법관으로 추천된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지방대 출신이었다는 것만이 제청의 기준이었다면 적절하지 않고,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이라는 차원에서 한가지 부수적인 고려요소는 될 수 있을 수 모르겠지만 다양성 차원에서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인사관행 바꾼 충격적 패턴은 틀림없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인식 바뀌어야

민주당 이상렬 의원도 “천정배 법무장관이 사법연수원 동기모임에서 김지형 후보자 등이 대법관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평소 천 장관과 친분관계가 있느냐, 천 장관의 발언이 적절했다고 보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전혀 없고, 법조인 선배로만 알고 있다”고 코드인사 의혹을 일축하면서 “제가 천 장관이었다면 조금 더 신중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종래와 달리 기수나 서열이 큰 폭으로 파괴된 제청인데 이것이 사법부의 조직 안정성을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후보자는 “종래 인사관행에 비춰보면 상당히 충격적인 패턴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제는 새로운 관점으로 인식을 바꿔야 될 시점으로 본다”고 맞섰다.
이어 이 의원이 “서열역전으로 존경받는 선배 법관들이 사표를 냈는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느냐”고 질의하자, “장기적으로는 법관의 임용 자체가 심급별로 분리돼서 1심 법원은 1심 법원대로, 항소심은 항소심대로 별도로 임용돼야 한다고 본다”며 “종래의 경력법관제는 사실상의 승진개념이었는데 이제는 그런데서 탈피해 심급별로 법관들이 충원됐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 대법원장 탁월한 지명…육두품 판사가 대법관 되는 엄청난 시대 도래

반면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후보자 지명은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고 지금까지 법률가로서, 인간으로서의 자세나 법률적 소양이나 대법원장께서 탁월하게 지명했다”고 극찬했다.

최 의원은 이어 “법원에서 농담처럼 서울고법 부장판사 흔히 말해 차관급 부장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서울민사지법(현 서울중앙지법)으로 초임을 받아야 하고, 미국·독일유학을 다녀와야 되고, 법원행정처 근무경력이 있어야 하고 이런 세 가지 요건을 거쳐야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된다고 자조적인 농담을 했다”며 “이 세 가지를 거치면 성골이고, 흔히 지방대 나오거나 민사지법 근무경력도 없으면 육두품이라고 했는데 육두품 판사가 드디어 대법관이 되는 엄청난 시대적 변화가 도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코드인사라는 야당의원의 비판이 잇따르자, 최 의원은 “법무장관의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그리고 사석 동기모임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 괜찮겠다’고 한 발언이 법원인사 심지어 대법관 인사에 영향을 미칠 만큼 대법원의 독립이 취약하느냐”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이번 제청권을 행사한 대법원장이 결코 그런 분이 아니라고 믿는다”고 즉답했다.

◈ 사법부 독립성이 문제가 된 것은 ‘엉뚱 소리’하기 때문…소신 있게 답해라

이날 김지형 후보자는 코드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회적인 답변을 일관해 여러 차례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재오 청문위원장은 “후보자는 답변을 한참 돌려서하지 말고, 국민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직답해 달라”고 주의를 줬다.

주호영 의원도 “입증책임이라고 법원에서 자주 쓰는데 청문회에서 후보자가 자격 없다는 것을 위원들이 입증할 책임이 있느냐, 자격이 있다는 것을 후보자가 입증할 책임이 있느냐”며 따졌다.

그러면서 주 의원은 “지금까지 사법부의 독립성이나 중립성이 문제가 된 것은 말해야 할 때 말하지 못하고 ‘엉뚱 소리’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사법부 독립성이나 중립성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대법관 후보자는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말고 소신 있게 답변해야 ‘아, 저 양반 정도면 적어도 사법부 독립을 지키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으니 미지근하게 답변하지 말고 소신 있게 답해 달라”고 일침을 가했다.

◈ 모든 게 잠뱅이어서 판사 안 됐으면 뭐가 됐을까 싶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의원은 “여성법관이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여성법관의 출산이나 육아로 인해 동료 법관에게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거나 사회경험 부족으로 인한 판단미숙 등을 이유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 사실인지 여부와 여성법관의 능력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유연한 질의를 했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반기듯 “자신 있게 평할 수 있다”며 “제가 재판장을 하면서 여럿 배석판사로 여성법관과 같이 일해 와 잘 알 고 있는데 여성법관들은 업무능력 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었고, 오히려 치밀한 부분까지 사건처리를 하고 판결하는데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박세환 의원은 “판사의 길은 가시밭길로 알고 있는데 후보자는 21살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소년등재’했는데 국민들은 후보자가 소년등재 한 후 특별한 사회경험 없이 법전에만 묻혀 사고하는 책벌레가 아니겠느냐는 인식을 혹시 갖고 있다면 어떻게 말하겠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천운이었고,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저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는데 판사가 안 됐으면 달리 뭐가 됐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게 ‘잠뱅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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