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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권 행사 순간, 검찰 정치적 중립 꿈 무너졌다”

김종빈 검찰총장 퇴임…26년 검사 생활 마감

2005-10-17 17:06:42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심히 충격적인 일이었고, 검사의 소신을 보장하려는 충정에도 불구하고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는 순간 검찰이 쌓아 온 정치적 중립의 꿈은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17일 오후 3시 대검찰청 15층 대강당에서 정상명 대검 차장, 안대희 서울고검장을 비롯한 검찰간부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퇴임식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 검찰총장은 우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마련된 총장의 임기를 반드시 채우겠다던 취임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몹시 아쉽고 또한 송구스럽다”며 “그러나 이 시점에 물러서는 것이 제가 평생토록 아끼고 사랑해 온 검찰조직과 검찰가족 여러분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 굳게 믿었기에 아무런 미련이나 망설임이 없어 검찰을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일 법무장관이 피의자를 구속 여부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심히 충격적인 일이었다”며 “구체적인 사건처리는 정치적인 시대상황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하며, 비록 남북관계가 급하게 변하고 있다하더라도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 헌법의 기본이념인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동은 법률에 의해 엄정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수사지휘권 행사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김 총장은 특히 “이런 검사의 소신을 보장하려는 충정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는 순간 그 동안 우리가 쌓아온 정치적 중립의 꿈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며 “이에 부당한 수사지휘를 단호하게 거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 의지를 확고히 밝혀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빗발쳤는데 이는 검찰이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지휘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경우 법집행기관인 검찰총장이 법을 어기게 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검찰은 통제되지 않는 권력기관이라는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저의 가슴을 강하게 짓눌렀다”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국민의 몫으로 남기고, 수사지휘를 수용한 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제 자신은 사퇴하는 것이 가장 원만한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용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저의 결단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이루는 작은 주줏돌이 되고, 검찰가족의 상처난 자부심과 명예를 회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 하나가 돼 추호의 흔들림 없이 국민들이 우리에게 부여한 인권보장과 사회정의 실현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종빈 검찰총장은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조직과 제도를 혁신해 국민에게 봉사하는 선진 검찰을 구현하기 위해 애썼고,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검찰문화를 건강하게 깨끗한 새로운 검찰 문화로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의 의식을 바꾸고자 스스로 문화혁신을 다짐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돌이켜보면 검찰과 함께 한 지난날들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날들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법개혁과 수사권조정 문제도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자세로 바람직한 방안 모색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조직혁신을 위해 혁신기획단을 만들고 검찰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미래기획단을 출범시키는 등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며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고,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에 힘입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검찰총장은 또 “국민들은 인권을 존중하고 정의를 수호하며 국민을 섬기고 봉사하는 겸손한 검찰을 소망하고 있어 아직도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며 “그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은 어떤 일이 있어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정치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고, 권력과 강자의 외압에 힘없이 굴복하는 검찰을 국민들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며 “죽은 고목에서 꽃이 필 수 없듯이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 검찰이 인권과 정의의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권을 약화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맞서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선진 검찰시스템을 정착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범죄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민의 인권보장에 충실할 수 있는 형사사법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 진행되는 사법개혁과 수사권조정이 권력기관간의 단순한 권한분배나 정치세력간의 타협의 산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김 총장은 “검사와 일반직으로 이원화돼 있는 검찰구성의 특성상 내재돼 있는 갈등의 요소를 근원적으로 제거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일치된 검찰의 모습을 호소했다.

그는 끝으로 “이제 모든 것을 여러분에게 맡기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비록 몸은 여러분의 곁을 떠나 떠나지만 저의 마음과 사랑은 늘 그리움이 돼 여러분의 곁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며 “신임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굳게 뭉쳐 국민의 진정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 인권을 존중하는 정의로운 선진검찰의 꿈을 꼭 이뤄 주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마지막 퇴임의 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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