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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에 용퇴 고언한 검사들이 장관에게도 할 것”

서울중앙지검 이용주 검사, 천정배 장관에 용퇴 이메일

2005-10-17 12:40:50

노무현 대통령이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한 가운데 X파일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이용주 검사가 천정배 법무장관에게 용퇴를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용주 검사는 <천정배 법무부장관님께>라는 편지에서 먼저 “장관임으로 임명돼 일하시기 이전부터 훌륭하신 법조인 선배로 기억하고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훌륭하신 법조인 선배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기대감에 감히 몇 자 적어 본다”고 운을 뗐다.
이 검사는 이어 “이번 장관님의 결정은 헌정사상 초유의 ‘지휘권 행사’라는 점에 있어서도 역사적인 의의도 있고 또한 그 이면에는 장관님의 검찰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법무장관으로서 다시 한번 검찰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을 보여 달라”고 용퇴를 촉구했다.

그는 “상당수의 검사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침해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변호사단체 등 법조계 사람들과 평소 검찰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일부 시민단체들 조차도 지휘권행사를 계기로 향후 ‘법무부장관의 지휘권행사’를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태”라고 용퇴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 검사는 “정치인 출신인 장관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떤 때는 여론을 앞에서 이끌어 나가야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여론에 맞서서 나가야 할 때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일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비판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으실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버지와도 같은 검찰총장에 대해 용퇴하라고 고언한 상당수의 검사들이 침묵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장관임에 대하여도 용퇴하라는 고언을 하게 될 것”이라며 김종빈 검찰총장과 함께 동반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어쩌면 벌써, 많은 상당수의 검사들이 마음 속에서 장관님의 용퇴를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그래야만 이번에 검찰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하신 장관님의 ‘진정성’이 인정받게 될 것이고 또한 그래야만 검찰에 대하여도 법무장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심정적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오랜 기간 동안 법조인 선배로서 존경해 왔던, 그리고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이지만 훌륭하게 법무행정을 이끌어 오신 장관님에게 이런 글을 올리게 돼 참으로 죄송하다”며 “하지만 이제 장관님께서 다시 한번 더 검찰에 대한 애정을 발휘하셔야 할 때가 됐다”고 거듭 용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천정배 법무장관은 17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뒤에 숨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장관에게 당당하게 이런 이메일을 보내줬다”며 “젊은 검사의 충정을 이해하고, 어찌 보면 용기도 가상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 정관은 “그렇지만 검찰의 조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그런 논리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은 우선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할 국가기구인 만큼 조직의 보호라던가 하는 것은 그 다음의 논의”라고 용퇴 요구를 일축했다.

야당의 동반사퇴 주장에 대해서도 천 장관은 “언제든지 책임질만한 일이 있을 때는 책임질 각오가 돼 있으나 이번 일은 검차의 지휘 책임자로서 법에 규정된 정당한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인데도 과거 군사독재시절에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고 또 국민의 기본권을 유리했던 세력들이 정당한 권한행사를 색깔론으로 조치하고 또 법치주의를 후퇴시키려고 사퇴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이런 부당한 요구에는 굴복할 수 없다”고 동반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 이용주 검사 주요 약력

이용주 검사는 68년 전남 여수 출신으로 여수고와 서울대를 나와 사법시험 34회에 합격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공익법무관을 거쳐 98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 법무부 보호과 검사를 지내고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일해왔다.

<다음은 이용주 검사가 천정배 장관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

천정배 법무부장관님께.

장관님, 저는 이 편지를 통해 장관님께서 이번에 행하신 검찰에 대한 지휘권행사의 당부에 대하여 말씀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장관님에 대하여, 장관으로 임명되어 일하시기 이전부터 훌륭하신 법조인 선배로 기억하고 있었고, 지금도 또한 마찬가지로 훌륭하신 법조인 선배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기대감에 기대어 감히 이렇게 몇 자 적어 봅니다.

이번 장관님의 결정은 헌정 사상 초유의 '지휘권 행사'라는 점에 있어서도 역사적인 의의는 있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그 이면에는 장관님의 검찰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법무부장관으로서 다시 한번 검찰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을 보여 주십시오. 상당수의 검사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침해되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상당수 일반 시민들, 변호사단체 등을 비롯한 여러 법조직역에서 일하고 있는 법조계 사람들, 그리고 평소 검찰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일부 시민단체들 조차도 이번 장관님의 지휘권행사를 계기로 하여 향후 ‘법무부장관의 지휘권행사’를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심정적 동의와 함께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우려들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번 지휘권행사의 당부에 대하여 부당하다는 의견이 다수로 나타나는 결과로 반영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장관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특히 정치인 출신인 장관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떤 때는 여론을 앞에서 이끌어 나가야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여론에 맞서서 나가야 할 때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하여 일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비판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검사들이 이번 사태에서 총장님에게 '용퇴'하시라는 의견을 내었습니다.

아버지와도 같은 ‘검찰총장’에 대해서 상당수의 검사들이 ‘용퇴’하시라는 고언을 한 것인데, 그들이 지금은 침묵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장관님에 대하여도 '용퇴'하시라는 고언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벌써, 많은 상당수의 검사들이 심정적으로, 마음 속에서 장관님의 용퇴를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만이 이번에 검찰에 대하여 지휘권을 행사하신 장관님의 ‘진정성’이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그래야만이 검찰에 대하여도 법무부장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심정적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법조인 선배로서 존경해 왔던, 그리고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이지만 훌륭하게 법무행정을 이끌어 오신 장관님에게 이런 글을 올리게 되어 참으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 장관님께서 다시 한번 더 검찰에 대한 애정을 발휘하셔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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