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법원·헌법재판소

[특별기고]후안무치한 변협, 계속 법으로 지켜줄 만한가?

강세준 칼럼니스트(전 한겨레신문 기자)

2005-10-15 17:00:00

대한변호사협회가 화가 난 모양이다. 변협은 천정배 법무장관의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가 알려지자 13일 즉각 성명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천 장관의 불구속수사 지휘는 잘못됐고, 검찰은 이를 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호사단체를 인권의 보루로 여기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고 울화가 치민다. 이 따위 단체를 법정 유일단체로 만들어 보호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의문이다.
변호사 제도는 부르주아 민주주의혁명이 이끌어낸 인류의 위대한 성과물이다. 부당한 공권력으로부터 민중들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고안해 낸 최고의 사법적 발명품 가운데 하나다. 변호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인권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존재이유다.

천 장관은 이번에 불구속수사를 지휘했다. 무죄추정원칙을 규정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따지면 어쩌면 당연한 것을 상기시킨 것에 불과하다. 물론 검찰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다. 자기들 재량을 침범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변협은 도대체 뭔가. 왜 천 장관을 공격하는가? 도대체 형사사건에서 불구속수사를 반대하는 변호사가 변호사일 수 있는가?

천 장관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법무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것이고, 예전에도 전화상으로, 구두로 무수히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왜 유독 이번만 변협이 마치 자기 일처럼 못 견디겠다고 난리통을 피우는가.
필자는 변협이 검찰권 독립 운운하지만, 그 속내는 딴 데 있다고 본다. 즉 변협, 정확히는 변협 지도부가 겁내는 것은 검찰권의 독립성 훼손도, 검찰에 대한 정치적 외압가능성도 아니다. 그들은 불구속 수사라는 당연한 원칙이 이 땅에 뿌리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치사한 장삿속이 변협 성명의 이면에 숨어있다. 지금의 변협 지도부는 지난 선거에서 주로 대형로펌과 전관 등 보수 기득권층 변호사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이들은 현재의 사법구조가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제도라고 여기고 있다. 일반 변호사들은 광고도 제대로 못하게 만들어 놓고 자신들은 이미 장악한 명성과 기득권으로 편안한 장사를 하고 있다.

기득권 변호사들에게 가장 쉽게 큰돈이 되는 건수 중의 하나가 형사 구속사건이다. 일단 인식구속이 문제되는 사건이 걸리면 기득권 변호사는 신이 난다. 검찰 법원에 있는 인맥만 적당히 이용해도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협지도부는 본능적으로 이러한 질서가 파괴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 것이다. 어찌 보면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가장 적확하게 직시한 셈이다. 이번 수사지휘 파동은 쉽게 가라앉을 사안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검찰의 탈법적인 구속수사 관행을 혁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론의 무게중심도 그쪽이다.

변협은 이번 사태가 검찰이 불구속 수사원칙 존중이라는 올바른 길로 들어설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것이 변협 지도부의 의뭉스런 속내다. 과연 이런 변협을 법으로 계속 보호하고 권위를 지켜줄 이유가 있는 지, 가슴속에서 울화가 또 치민다.
<이 칼럼은 로이슈의 편집 방향과 일치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리스트바로가기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