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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평정·고법부장 승진 등 법관인사제도 개선 이구동성

현직 법관들…이용훈 대법원장에게 법원개혁 촉구

2005-10-10 13:45:44

현직 법관들은 신임 이용훈 대법원장이 근무평정제도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포함한 법관인사제도를 개선하고, 대법원장이 갖고 있는 인사권을 하급법원에 대폭 이양하는 등의 방법으로 법원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거 잘못된 재판에 대해서는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현직 법관 2명의 기고문과 법관 4명의 서면인터뷰 내용을 담은 ‘사법감시’ 제26호 “<신임 대법원장 취임 특집> 현직 법관들이 말하는 ‘대법원장에게 바라는 법원개혁’”을 발행했다.

한상희 소장은 “법원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이용훈 신임 대법원장이 취임한 것을 맞아 법원 외부뿐만 아니라 법원내부에서도 법원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을 확인하고, 법원 안팎의 법원개혁에 대한 요구를 대법원장이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사법감시’ 제26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 전수안 서울고법 부장판사 “과거 잘못된 재판, 대법원장이 사과해야”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던 전수안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꿈꾸며>라는 기고 글에서 “과거의 재판 중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많은 국민들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 받고 있는데도 재심에 의하지 않고는 누구도 재판의 결과를 비판할 수 없다고 우기기만 하는 건 우습다”며 “누차 지적 받아 온 과거의 판결들에 대해 잘못이 인정되면 대법원장이 법원을 대표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부장판사는 이어 “재판으로 인한 피해자가 엄연히 있는데도 재심사유가 아니라고 하고, 법관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니면 손해배상책임도 없다고 해서 잘못된 재판으로 인한 피해자의 가슴을 언제까지나 아프게 방치하면 안 된다”며 “신임 대법원장은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으니,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화해와 치유의 손을 내밀어 국민과 법원을 화해·화합케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관예우와 관련, 전 부장판사는 “법관들이 말을 아끼는 편이라 전관예우를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으나 판사들은 선배들이 재직 중 법원을 위해 헌신한 것처럼 퇴직 후에도 얼마간 희생을 감수함으로써 재판의 신뢰를 손상시키지 않고 지켜줄 것을 기대한다”며 “최종 근무부서의 사건수임은 스스로 자제하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아 보이므로 변협에서 회원들 스스로 규정을 만들어 제한하고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가하는 등의 자율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부장판사는 또 “근무평정 때문에 배석판사가 부장판사나 법원장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지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와 같이 느끼는 후배판사들의 기백이 없음을 탓해야 할지 선배판사들이 신뢰받고 있지 못함을 자성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현행 근무평정제도는 판사로서의 부저격자를 가려내는 기능은 하고 있으나, 평정우수자 간의 선발이나 보직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턱없이 미비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사의 해결책은 대법원장이 법관들에 대한 평정과 보직, 징계에 관한 권한은 물론 임명권한까지 각급 법원에 대폭 이양해 고등법원별로 완전한 자치권을 주고, 고법원장은 다시 권한의 일부를 지법원장에게 위임해 지역·심급별로 법관을 따로 임용함으로써 경향교류·순환보직·항소심 재판장 선발문제를 모두 자체에 맡기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은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면 조직의 사회적 위상이 낮아진다’거나 혹은 ‘가임기 여성법관의 증가로 법원 업무나 사무분담에 어려움이 있다’는 인식이 법관들 사이에 발붙일 여지가 없도록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문제가 아니며 그로 인한 비용은 사회가 공동부담할 몫임을 천명해 더 이상 젊은 여성법관들이 죄의식을 안고 근무하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길 소망한다”고 기대했다.

◈ 박재완 대법원 재판연구관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는 파면제도”
박재완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사법부가 거듭난 시기로 기록되길...>이라는 기고 글에서 “현재의 피라미드구조의 법관인사시스템 특히 고법부장 승진 등의 승진제도와 결합해 폐해가 결정적으로 증폭된다”며 “현재의 법관인사시스템에 대한 심도 깊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재판연구관은 “현재의 승진제도는 승진한 사람에게는 승진제도지만 승진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실질적으로 파면제도이기 때문”이라며 “승진에 누락돼 사직하는 것을 마치 법관의 개인적인 잘못으로 치부하는 견해도 있으나 지금의 인사시스템에서 승진에 누락된 법관들이 머무를 곳이 없는 현재의 인사시스템은 승진에서 누락된 법관들이 법원을 떠나가는 것을 전제로 짜여져 있어 위 견해는 선후·경중을 전도시킨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그는 “현재의 인사시스템에서 법관들은 끊임없이 통계와 평정에 신경을 써야 하고 그런 경향은 피라미드 구조의 상층부로 올라가면 갈수록 오히려 정도가 더 심화돼 가는 것을 느끼며 최근 더 일찍부터 더 많은 판사들이 평정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며 “근무평정제도를 강화한 이상 법관들이 거기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 없고, 평가의 결과가 종국적으로 사직시기를 결정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 “근무평정제도는 법관 관료화와 평정권자에 대한 예속화가 심화되는 부작용”

근무평정제도에 관한 법관인사시스템에 대해서는 다른 법관들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참여연대의 서면인터뷰에 답한 지법 A부장판사(사시25회)는 “근무평정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법관들의 의구심이 있고, 근무평정이 바로 인사에 반영되는 것에 따른 부담감이 소신 있는 재판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무평정의 기본 목표가 우수한 법관과 그렇지 못한 법관을 구분하는 수단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데 이는 나쁜 평정을 받은 판사에게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되기 때문”이라며 “재판을 받는 국민의 입장에서 어는 법관에게 재판을 받더라도 균일하게 질 높은 사법서비스의 혜택이 두루 돌아갈 수 있도록 사법품질의 총체적 향상에 근무평정제도의 목표가 두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B 부장판사9사시28회)도 “자의적으로 근무평정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고, 평정자의 관심 및 취향에 법관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일부 있다”며 “대안으로 평정에 관여하는 사람의 수를 더 늘리고 이를 객관화하되, 5등급을 3등급 정도로 축소하고 그 기능을 순위 획정 기능에서 부적격 구별기능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C판사(사시41회)는 “법관근무평정제도는 평정기준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해도 평정과정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투명하지 못한 경우 법관의 관료화와 판사의 평정권자에 대한 예속화가 심화되는 부작용이 낳을 수 있고, 이런 부작용은 결국 사법권 독립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따라서 법관인사위원회가 매년 평정기준의 합리성, 적합성 등을 심사해 구체적인 평정기준을 항목에 따라 세분해 정해야 하고, 이를 사전에 판사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동수 특허법원 판사(사시34회)는 “근무평정은 특정의 보직을 맡을 수 없는 소극적인 계기에만 판단자료로써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건처리결과에 관한 통계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재판권의 행사가 왜곡될 염려가 있어 타당하지 않고, 평가의 등급을 지나치게 세분하거나 상대평가방식을 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는 법관 서열화하는 핵심 고리로 작용”

또한 현행 고등법원 부장판사 임명(발탁)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법원장이 해야 할 방안에 대한 의견도 쏟아졌다.

A부장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가 법관의 관료적 승진채널의 주요한 관문으로 되는 길을 봉쇄할 필요가 있다”며 “장차 고등법원은 경력이 유사한 법관들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동수 판사도 “현재의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는 고법부장으로 승진되지 못한 20여년 경력의 법관을 사직하도록 강제하는 시스템이고 판사들의 서열화하는 핵심고리로 작용한다”며 따라서 현재의 고법 부장 승진제도를 폐지하고 대등한 경력의 법관으로 고법 재판부를 구성하고, 또한 지법부장이 정년까지 법원에 근무할 수 있도록 지법과 고법과의 간격을 줄이는 방향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C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발탁제도가 사법부의 관료화를 심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탈락한 중견법관의 사직을 유도한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실상 사법연수원 성적만으로 신규판사를 선발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 고법 부장판사 발탁제도 이외에 판사들의 나태와 도덕적 해이 등을 제어하는 다른 적절한 수단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다라서 판사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승진과 그에 따른 경쟁요인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승진 체계를 최소화, 단순화하고 승진기회를 1회적으로 제한하지 않도록 하면서 승진대상자의 의사를 존중해 승진탈락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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