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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떠나는 최종영 대법원장 끝내 참았던 눈물 흘려

대법관 등 40년 법관 봉직…사법부 역사 한 페이지 장식

2005-09-23 12:12:43

40년의 정든 법복(法服)을 벗고 23일 퇴임한 최종영 대법원장이 대법원을 떠나기 직전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최종영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대법관과 전국 법원장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퇴임식에서 준비한 A4용지 14장의 퇴임사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에도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대법원이 마련한 기념품과 꽃다발 증정식에서는 웃음을 보였고, 기념촬영을 위해 2층 대법정 앞으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대법관들과 담소를 나누며 시종일관 미소를 보여줬다.

기념촬영을 마친 뒤 대법원 정문까지 줄지어 도열해 있던 법관과 법원직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검정색 에쿠스 전용차에 다다를 무렵 40년간 정든 법원을 떠나는 심정을 대변해 주듯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 배웅하던 법원직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렇게 최종영 대법원장은 사법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정든 고향인 법원을 뒤로한 채 대법원 청사를 떠났다.
◈ “국민을 위한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매진한 것이 가장 보람”

이에 앞서 최종영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법원직원과 함께 손을 맞잡고 열린 마음으로 국민을 위한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매진했던 것을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기억하고 있다”고 40여년간의 법관생활을 회고했다.

최 대법원장은 그러면서도 “대법원장 재직 동안 이루려고 했다가 열매를 다 거두지 못했거나 미처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일들을 남겨둔 채 이 자리를 떠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아쉬움도 표현했다.

그는 법원을 신뢰하지 못하고, 법원의 권위를 폄하하며 판결에 불복하는 시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사법권 독립을 통한 법의 지배라는 이념이 보편적 가치로 받아들질 수 있도록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아직도 법원을 신뢰하고 존경하는 풍토가 확고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점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애석해 했다.

그는 이어 “최근 여론이나 단체의 이름을 내세워 재판의 권위에 도전해 이를 폄하하려는 행동이 자주 생겨나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정당한 사법절차 이외의 방법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왜곡된 의식구조는 법과 판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사법부의 존엄을 해하고, 결국 국가기능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함으로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태롭게 만들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대법원장은 그러면서 “사법권 독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관을 비롯한 모든 사법부 구성원 스스로가 국민이 사법부에 대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하고 품위를 지키는 자세를 갖춰야 하지만 사법부 구성원의 노력만으로 사법부의 신뢰가 구축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며 말했다.

아울러 그는 “법치주의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분쟁을 해결하는 사법작용을 올바로 이해하고 정당한 법 절차와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또한 사법부로 하여금 흔들림 없이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애정 어린 충고와 함께 힘찬 격려와 지지를 보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 “사법권이 정치권력 등에 독립해 행사돼야 하는 명제는 법관에게 지워진 책임”

최 대법원장은 “사법권이 정치권력이나 여론과 같은 외부의 어떤 영향으로부터도 독립해 행사돼야 한다는 이념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법치국가의 명제이기에 법관에게 지워진 책임은 너무도 무겁다”며 “법관 스스로 부당한 외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거나 혹은 법관 자신의 자의적·주관적 가치관과 사상을 맹종하면서 그 속에 갇혀 내적인 독립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 또한 사법권 독립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법관 개개인은 겸허히 되새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요즘 우리 사회에는 세대와 여러 계층간에 다양한 이념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재판의 주재자인 법관은 어느 때나 어떤 경우이든 한 때의 시류에 영합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과 소신을 갖고 치우침이 없이 시대 전체를 꿰뚫는 법의 정신을 발견하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 대법원장은 법원 가족들에게 사법부 조직의 유기적인 조화와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머지않아 합법적으로 출범하는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이를 이해하려고 애써야 한다”며 “그러나 법원노조가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조합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다수를 선동하는 듯한 행동은 공무원의 노동운동을 합법화시켜 준 국민들의 참뜻을 저버리게 되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사법개혁 작업 중단 없이 추진해야”

최 대법원장은 특히 “지금까지 이룩한 사법개혁의 성과에 머무르지 말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중단 없는 사법개혁 작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사법제도가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미래의 국가발전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사법제도,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새로운 사법제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법부의 사명인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 친절하고 능률적인 사법업무의 처리라는 본연의 임무에 더욱 충실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사법부로 거듭나는 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 대법원장은 끝으로 “신임 대법원장은 높은 인품과 덕망으로 국민의 존경과 신망을 받고 계실 뿐 아니라 재판실무와 사법운영에도 풍부한 경륜을 갖춘 분”이라며 “저는 비록 오늘 사법부를 떠나지만 신임 대법원장을 맞은 사법부가 자유·평등·정의의 이념을 온 누리에 가득 펼칠 수 있게 되기를 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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