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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사 출신이 대법원장되면 고위법관들 패닉상태 빠져

서울지법 부장판사 <대법원장은 전·현직 대법관 중에서>

2005-07-29 14:15:49

“평판사 출사의 외부인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할 경우 특히 대법관과 법원장을 비롯해 고법·지법 부장판사 이상의 법관들이 큰 당혹감, 자괴감, 반감을 느끼거나 허탈, 냉소에 빠져 패닉상태가 일어날 수도 있고 임명반대 서명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A부장판사는 최근 대법원장에 대한 외부수혈론이 확산되자 지난 27일 배포한 <대법원장은 전·현직 대법관 중에서>라는 글에서 “임기가 대통령보다 길고 중립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대법원장의 임명은 파격적으로 실험해 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며 이 같이 경고했다.
A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이므로 대법관 경력 없는 사람을 곧바로 대법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배석판사와 단독판사 경력이 없는 변호사를 곧바로 합의부 부장판사로 임명하는 것과 같아 지나치다”며 “대법원장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법관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현직 대법관 중에서 임명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의 축구천재로 부상한 박주영 선수를 비유하기도 했다.

A부장판사는 “박주영 선수를 청소년대표에서 이른 나이에 국가대표를 발탁하기는 해도 국가대표 발탁과 동시에 주장을 맡기지는 않는다”며 “대법원장은 법관 국가대표인 대법원의 주장만 아니라 감독과 선수선발위원장까지도 겸하고 있어 대법관 경력이 없는 사람을 곧바로 대법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득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장은 오직 권위로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권위를 갖추기 위해서는 적절한 경력이 필요하다”며 “평판사 출신이 내면적으로 대법관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외형상의 경력 때문에 2000여명의 법관들에게 사법행정상의 영(令)이 서기 어렵고, 말이 위엄을 갖추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장 외부수혈론에 대해서도 “사법개혁은 대법관 출신 대법원장이 법관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설득해 법관들의 기득권을 포기시키고 확실하게 추진할 수 있지, 변호사 출신은 법관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어렵고 변호사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사법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어렵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해방이래 전·현직 대법관 이외의 사람이 대법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 일이 없었고, 사법부로부터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던 김대중 대통령도, 깜짝 인사를 즐긴 김영삼 대통령도 모두 대법원장은 예측 가능하게 대법관 중에서 임명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A부장판사는 “사법부는 혁명기에 구성된 경우가 아닌 한 본질적으로 어느 정도 보수적인 면이 있다”면서 “그러나 사법부를 수구꼴통으로 생각하거나 대법원장을 외부에서 임명하지 않으면 절대 변화하지 않을 집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해 보수 성향의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을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차기 대통령이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해 진보 성향의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도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며 “대법관의 일부를 매우 진보적인 인물과 매우 보수적인 인물을 임명할 수는 있지만 대법원장은 진보와 보수 어느 극단에도 속하지 않는 인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A부장판사는 “그때그때 정권에 코드를 맞추는 법관인사와 판결이 이루어지면 사법부는 정권의 시녀로 되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사망한다”며 “대법원장은 민사, 형사, 가사, 행정 재판에 관한 체계적이고 깊은 전문지식이 있고, 정의와 공정, 사법권 독립, 소수파 보호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권위를 뒷받침할 수 잇는 적절한 경력과 경륜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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