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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왜 대법원장이 핵심인가…파격인사도 괜찮아

차병직 변호사 “과중한 권한 일부 포기할 용기 있어야”

2005-07-21 10:35:43

“새 대법원장은 다양하고 다층적인 시대적 가치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미래에 대비하는 진취적 인물이 적합하며, 무엇보다 주체할 수 없는 과중한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스스로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차병직 변호사는 20일 <사법감시> 25호 ‘누가 대법원장이 될 것인가’라는 글에서 막강한 권한을 지난 대법원장의 자격 요건을 이렇게 말했다.
차 변호사는 “대법원장이 바뀌어야 사법부도 바뀐다”고 단언하면서 “새 대법원장은 전통과 관습과 법률에만 얽매여 있지 않고, 새 시대의 요구를 유연하게 이해하고 수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법원을 무난하고 원만하게 이끌어갈 능숙한 사법 관료가 아니라, 사법부의 미래에 대한 신념을 갖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청사진 한 장면이라도 제시할 수 있는 참신한 일꾼이 취임해야 한다”며 “사법부가 본질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더 바뀌려면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이 대법원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법부 왜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는가

차병직 변호사는 사법부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할 이유는 두말한 나위 없이 법원 내부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차 변호사는 “좀더 단순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면 법관인사제도부터 문제가 시작된다”며 “법관이 마지막에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지위가 여전히 대법관으로 인식되고 있어 같은 해 임관한 동기 중에 한두 명이 대법관이 되면 불운의 탈락자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전통의 미풍을 지킴으로써 한 기수의 사법사를 마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하지만 대법관이란 배석판사로 출발한 사법관료의 마지막 승리자 몇 사람에게 안겨 주는 월계관이 아니다”며 “그런 양식이 무엇보다 대법원의 정책법원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대법관을 관료법관의 마지막 승진 경쟁에서 이긴 사람을 위해 마련해 둔다면 다양성을 통한 정책법원은 점점 멀어진다”며 “다양한 대법원 구성은 법원 밖의 법률가를 대거 대법관으로 임명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외부수혈을 강조했다.

차 변호사는 또 “고등법원 부장판사 자리는 더 심각하다”며 “고법부장판사 승진은 현재 법원인사제도가 전형적인 관료제도의 틀에 옭매여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대법관은 수도 적고 어느 정도 관운도 따라야 하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고법 부장판사 자리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한 법관 생활의 마지막 승부처”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견 법관들의 첨예한 촉각은 고법 부장판사 승진 가능성에 집중되는데 탈락하면 사직이고, 상처를 입고 그만 둔 그들에겐 전관예우가 위로의 보상으로 베풀어진다”며 “그래서 작년 초 법원을 떠난 두 사람의 법원장은 하나같이 고법부장 승진제도의 폐지 없이는 법원개혁이 불가능하다는 퇴임사를 남겼다”고 심각성을 일깨웠다.

차 변호사는 특히 “법원이 단일호봉제라는 선의의 제도를 마련했으나 고법부장 승진제도가 관료화의 폐해를 막지 못하고 있고, 대법원의 구성과 운영은 요지부동인데 그 동안 애써 준비했다는 △예비판사제도 △일부 변호사의 법관 임용 △법원의 통합과 신설 등이 무슨 개선책이 될 수 있겠느냐”며 “장막을 거둬 보니 여전히 법관세계는 피라미드요, 그 정점에 대법원장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 사법개혁 왜 대법원장이 핵심인가

차병직 변호사는 “법관인사제도에서 모든 문제가 비롯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대법원장만의 책임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진 뒤 “우리의 현실은 놀랍게도 거의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차 변호사는 “사법부의 모든 권한이 대법원장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대법원장은 13인의 대법관 전원에 대한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고 고등부장은 물론 예비판사를 포함한 전국 법관의 근무 평정과 임명, 보직 부여, 징계에 관한 권한을 쥐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5개 주요 국가기관의 구성원 13명에 대한 지명권이나 추천권도 갖고 있으며, 법관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6개 위원회의 50여명에 이르는 위원 위촉도 그의 몫이고, 대법원 재판은 물론 전국 법원의 예산과 행정에 관한 권한도 예외가 아니다”고 대법원장의 막강한 권한을 범위를 제시했다.

차 변호사는 “사법부의 인사, 예산, 행정에 관한 대부분의 권한이 대법원장에 몰려 있는 실태는 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고, 실질적 민주화의 요구에는 물론 지방자치 시대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며 “이렇게 대법원장에 권한이 집중된 이유는 과거 비민주적 정부시절 사법부 독립이란 미명 아래 모든 권한을 대법원장에게 집중시킨 뒤 독재자는 대법원장만 움직여 사법부를 장악하는 것이 편했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뿌리를 찾았다.

차 변호사는 특히 “새 대법원장은 무엇보다 주체할 수 없는 과중한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스스로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어야 하며, 법관인사제도의 개혁은 궁극적으로 대법원장의 권한 축소를 의미하고 있는 사실을 잊어선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취적이고 기존의 권한에 연연하지 않을 대법원장은 법원 안에서보다 밖에서 찾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며 “법원 내부에서 후보에 해당할 만한 사람은 이미 지금까지 승진의 관료제 습성에 젖어 있을 것이고, 혹 좋은 의지를 가진 인물이라 해도 법원내부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형성된 인간 관계의 부담 때문에 신념을 충분히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새 시대의 대법원장은 법원 밖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원 밖에서 적임자를 찾는다면 너무 세세한 경력이나 조건을 따지지 않아도 무방하다”며 “고령의 후보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할 근거는 전혀 없고, 오히려 우리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새 대법원장은 훨씬 젊어야 가능할지 모르기 때문에 파격적 인사라 하더라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차 변호사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계층의 여론이나 상대적으로 커져버린 여당의 공세에 질려 서둘러 타협해선 안 된다”며 “여론도 적당히 무마하고, 국회도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성향의 인물 중에서 사법개혁의 수행 능력과는 관계없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의중을 잘 헤아려 줄 사람을 내심 정해 놓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끝으로 “새 대법원장에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가까운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는데 사법사상 그리고 정치사상 처음으로 맞을지도 모르는 이 기회를 그냥 보낼 수는 없다”며 “마땅히 달라져야 할 부분을 서슴없이 다르게 할 수 있는 대법원장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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