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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잡아먹는 전문 변호사’ 등장은 시간문제

유인상 변호사 “수임 줄어도 철학 없는 변호사 되지 말자”

2005-07-08 15:42:55

현직 변호사가 법률시장이 개방되고 현재와 같은 변호사 배출 추세라면 수임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급기야 ‘변호사 잡아먹는 전문 변호사’가 등장하는 것도 시간문제이지만 설령 수입이 떨어진다고 해도 철학 없는 변호사는 되지 말자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소속의 유인상 변호사는 광주변호사회가 7일 발간한 ‘光州辯護士會報’의 시론에 기고한 <보통 변호사의 앞날은?>이라는 글에서 지방에 있는 변호사로서의 한계를 털어놓으며 이 같이 말했다.
유인상 변호사는 먼저 “일반적인 시장원리는 공급이 넘치면 가격은 내려가고 품질은 올라가기 마련이어서 고객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법률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경쟁격화가 과연 고객에게 긍정적인 결과로만 나타날지는 의문스럽다”고 운을 뗐다.

유 변호사는 이어 “극단적인 경우지만 변호사의 서비스 부실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하는 데만 주 전공인 특화된 변호사의 출현과 같은 ‘변호사 잡아먹는 전문 변호사’가 등장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미국에선 낯선 풍경이 아니지만 우리네 정서상 끔직한 상상이 결코 일어날 수 없다고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급변하는 변호사업계의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 온갖 궁리를 하지만 지방에 있는 변호사로서의 한계가 있음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차별화의 방편으로 연예인 소송 전문, 의료사고 소송 전문, 저작권 소송 전문을 내세우는 변호사들의 ‘선견지명’에 동료 변호사로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한편으로는 차별화가 살아남는 보증수표일까 하는 의문은 스타(연예인 등)가 서울에만 몰려 있는 현실에서 지방 변호사로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로펌도 지방에선 시장여건상 확실한 선택이 될 수 없다는 점도 고민이며, 온라인 진출·홍보 강화·사무실 규모 합리화 등과 같은 노력도 필요하지만 ‘쓰나미’처럼 몰아닥치는 악조건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 않을 수만은 없고 이래저래 ‘삼성공화국’에 수억원의 연봉을 받고 스카웃 당하지 못하는 ‘보통’변호사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만 간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또한 “체면 불구하고 등기업무나 경매분야에 뛰어들자니 자기들 밥줄 뺏어간다고 아우성인 법무사나 부동산중개업자 눈치가 보이고, 불황을 헤쳐 나갈 온갖 수단을 강구해도 역시 길이 안 보인다”고 막막한 심정을 전했다.

유 변호사는 “딱 한지 방법은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브로커를 확 풀어 경찰서 찾아다니고 병원 교통사고 환자 끌어들이는 것으로 브로커 비용을 지불해도 ‘손님’만 많다면 괘 남는 장사라는 소문을 들었다”며 “그러나 이 방식도 떨떠름하고, 재수 없으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날마다 얼굴 맞대는 판검사 손에 이끌려 교도소 갈지도 몰라 결국 페어플레이 정신이 투철해서가 아니라 간이 작은 보통변호사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 변호사는 그러면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양심 지키고, 체면 지키고, 변호사로서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지키면서 살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유 변호사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길이 있다”며 “과거 좋았던 시절은 잊으며, 사법시험 합격해 법조인 된 것이 유별한 훈장이 아니니 알게 모르게 잠재된 특권의식을 버리고, 어려울수록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유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받은 탈렌트가 자신의 잘남이 아닌 못 배우고 가난한 이들의 희생 위에서 얻어진 것임을 알고 그들에게 돌려줘야 할 빚임을 한시도 잊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준비서면을 한 번 다듬을 것을 두 번 세 번 더 다듬는 정성으로 변호사 직분을 수행하는 ‘성실’ 외에 길이 없다”며 “설령 수입이 떨어진다고 해도 철학 없는 변호사는 되지 말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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